이주사는 N시청 근처에 갈비탕을 잘 한다는 "금미옥 "식당에서 박주사를 만나 때 이른 점심을 먹으며 어제 경선에 대한 얘기와 토지보상금 수령에 대한 최종서류 확인작업을 하고 우체국 건너에 있는 농협으로 향했다 창구 근처엔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래도 시청 세무1과에서 근무 했던 나름대로 유지급인데 별도 창구에서 급행으로 처리 되어 정확히 각자 삼억이천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건네 받으며 둘이는 창구직원에게 가벼운 목례로 감사의 표시를 하며 은행문을 나섰다
박주사는 오늘 광주에 사는 둘째 손주넘 돐이라고 하며 다음에 또 보자는 형식적인 인사로 훌쩍 사라졌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주사다 굳이 수정다방 가서 차 한잔 하자며 따라 붙으면 어쩌나 하는 내심 걱정도 없지 않았다
이주사는 경선의 명함을 꺼내어 또박 또박 번호를 눌렀다 통화 연결음악(일명 컬러링)이 수화기 저 건너편으로 부터 들려온다 오래된 올드팝송 "해뜨는 집"이다 사실 이주사도 트롯 음악을 좋아하지만 통화 연결음악에 박상철의 "황진이"등 뭐 이런건 별로 라고 생각하는 그 다 아주 약간의 비음이 섞인 목소리로 경선이 전화를 받는다 몇마디 인사에서 금방 알아보는 경선이다 무지 반갑게 기다렸다는듯이 반기는 그녀다 삼십분 후에 L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후 카센타 모퉁이를 돌아서 미끄러 지듯이 경선의 폭스바겐 차량이 멈췄다 짙게 썬팅된 차창이 열리며 빨리 타라는 경선의 손짓에 이 주사도 망설임 없이 오늘은 옆자리에 동승한다 두사람이 탄 차는 N요금소를 벗어나 천안 논산간 민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어차피 시간 많은 홀애비 이주사가 굳이 어디 가느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는것이다
얼마후 둘이는 천안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곳의 명물이라는 호두과자 한봉지와 에스프레소 커피두잔을 경선이 들고온다 다정하며 배려심 있는 여인상이라고 이주사는 생각해본다 오늘따라 경선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약간의 가벼운 볼 터치 화장을 한 탓인지 부끄러움의 홍조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짧은 겨울해의 석양 때문인지 그녀는 어제보다 더욱 이뻐 보였다
그로 부터 약 한시간후 용인에 위치한 E놀이 동산 근처 작은 호숫가에 위치한 꽤나 커보이는 어느 저택앞에 차가 멈췄다 높다란 콘크리트 담장엔 창살과 넝쿨장미가 한데 어우러져 있고 담장 안에서 부터 길고 높게 뻗어나와서 자란 정원수들이 작은 식물원에 온듯 착각이들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경선은 이주사에게 차안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후 안에서 육십대 초반의 약간 통통해 보이는 여성이 나와서 문을 열어준다 빨려 들어가듯 경선이 들어가고 난후 이 주사는 잠시 차에서 내려 주변 경관도 살필겸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장거리 여행에 따른 피로를 풀고있었다 잠시후 경선이 나오고 으례 대문을 열던 그 여성이 짧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무 말없이 차안엔 무거운 침묵이 잠시 흐르고 ...
갑자기 차를 돌려 경선은 수원 방향으로 급히 차를 몰았다 잠시후 도착 한곳은 동수원 톨게이트에서 그리 멀지않은곳에 위치한 무궁화 다섯개짜리 D호텔 주차장이다 경선은 이주사에게 내리라고 하며 프론트에서 발렛파킹을 부탁했다 벨보이의 안내를 정중히 거절하고 경선이 키를받아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12층 으로 향한 두사람들에게 이미 땅거미 지는 12월의 도심은 어둠의 그림자를 잉태하고 세속에 물든 영혼들이 가면의 탈을 쓰고 서로에게 배반의 장미를 던지는 함수가 되며 그곳에 순수한 영혼이 매몰되어 가고 있었다
뜨거운 사랑을 위해서라면 한번뿐인 사랑을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사랑을 찾고싶다고 했던가 경선은 객실내 비치된 소형 냉장고에서 맥주를 따서 이주사에게 한잔 권하고 자신도 한잔 따라서 가벼운 건배를 했다 우리 사랑을 위해서 라며... 이주사도 약간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맥주잔을 부딪혔다 이번엔 이주사가 한잔씩 더 따라서 먼저 경선에게 권하고 자신도 마셨다 조금씩 어색함과 낯설음이 소멸되어 가는 느낌인데... 이래서 술은 역시 좋다고 하기보단 때에 따라선 필요한가보다 라고 생각한다
이주사가 더운듯 자켓을 벗자 기다렸다는듯이 경선이 잽싸게 받아서 옷걸이에 걸어둔다 경선도 그제서야 더운듯 베이지색 코트를 벗어 걸고있다 이주사 눈에 비친 경선은 한송이 백합꽃 그 자체였으니 흰색 브라우스와 차콜색의 벨벳미니스커트 그리고 배색을 맞춘 스타킹... 이런 여성이라면 세상의 모든 남성들이 다 좋아 할수있을것이란 생각이 불현듯 드는 이주사다
경선은 샤워를 하고 오겠다며 욕실로 향했다 잠시후 긴 타월을 걸친 경선이 나오고 이주사도 가벼운 샤워를 하고 나왔다 조금은 마음이 급했으리라 이주사는 술기운을 빌려 경선에게 다가가서 가볍게 그것도 아주 부드럽게 포옹을 했다 경선도 기다렸다는듯 포근히 안겨왔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있던 이주사가 호흡이 약간 거칠어 지며 이어서 경선의 앵두같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고 곧 바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의 입속에서 그녀와 그니의 뜨겁고도 달콤한 키스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욕망의 늪에서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쾌락을 추구했던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경선이 다시 시원한 맥주를 한잔 건네고 자신도 마시며 이주사에게 말을 건넨다 자신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 달라고 하면서... 이주사를 처음 볼때 부터 맘이 설레고 마음에 꼭드는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했다 그래서 남은 여생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장사도 그만두고 지리산 자락 아래서 그냥 욕심없는 필부의 아내되어 봄이 오는 논둑길을 걷고 냉이 달래 캐가며 소쩍새 울음에 세월을 낚는 나그네의 아내가 되고싶다고 간절히 얘기 하는게 아닌가 사슴 눈망울 처럼 초롱초롱한 그 눈빛으로 이렇게 애원하는데 항우 장수인들 어찌 이겨낼수 있으리... 이주사는 고맙고 감격하여 대답대신 경선을 꼭 다시 안아주며 그 언젠가 영화제목 같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처럼 그렇게 이주사도 몸으로 울고 싶었다
다시 한번 격정의 시간을 갖기 위해 탐스런 그녀의 가슴을 살며시 움켜쥐고 선홍색 유두를 입속으로 가져갔다 이번엔 아까보다 더 정성껏 경선의 몸 구석구석을 머리 부터 시작하여 진정한 사랑의 감정으로 아름다운 마음으로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점점 다시 커지는 경선의 입에서 몸에서 교성과 교태가 반복되고 있었다 이주사도 이번엔 절대 서두르지 않고 오직 경선이 최고의 희열과환희를 맛볼수 있게 하기위하여 생에 처음으로 하고있는것이다
죽은 착한 마누라 복순에겐 언제한번 애무다운 애무한번 해준적 없지만 그져 늘 일방통행이 었다 그래도 불만 한번 표출한적 없던 복순이다 원래 남여 교접이 그런가 보다 했다 또 한차례 격랑이 일고 해일이 지나간듯 두사람은 땀으로 애액으로 침대시트와 몸이 모두 젖어있었다 대충 씻고 나온 경선은 이 주사의 팔을 베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지금 커다란 고민 걱정이 있다는것이었다 이주사는 경선에게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물었다 경선이 머뭇거리자 이주사는 채근을 했다 이제 한이불 덮고 같이 살 부부가 될 사인데 속 시원하게 얘기하라고 하니 이에 경선은주저하는듯 하더니... 아까 다녀온 용인 저택이 시세가 약이십억 가는데 몇년전에 남동생이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대출받기위한 담보제공을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업이 여의치 않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곧 경매가 개시된다고 했다
동생이 대출받은 금액은 원금이 삼억인데 이런 저런 비용이나 수수료 이자등을 합하면 약사억 정도가 되는데 지금 가진것이 오천만원 뿐이라서 어찌 할 방법이 없다고 깊은 한숨을 쉬는데....... 이번 경매건을 막고나서 급매로 내 놓아서 팔면 십칠팔억은 받을수 있는데 어디 급전을 마련할수도 없으니 라고 또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며 은근히 이주사의 눈치를 곁눈질로 살피며 "자기는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한다
갑자기 만리장성을 쌓아서 그런지 호칭도 "자기"로 바뀌었다 이에 이주사는 잠시 고민 했지만 이런 경선의 걱정을 들어주지 못하면 남편으로서 자격이 없다라고 생각해보며 솔직히 경선과의 관계도 자신이 없다라고 생각해보며 솔직히 멀어질것 같은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어디가서 이런 착하고 배려심 많고 이쁘고 나름대로 지성적이고또 얼마나 소박한가 산골 아낙으로 살자고 하지 않느냐 말이다
또 급매로 팔면 자신의 돈은 회수가 될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찌질하게 하지말고 이왕 줄것 시원스레 사나이 답게 대범하게 하리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주사는 좀더 큰목소리로 경선에게 얘기한다 그 정도 돈은 내게 있으니 당신은 너무 걱정 말라며 가벼운 포옹을 하며 등을 어루만진다 이에 감격한 경선은 예상외라는듯 눈물까지 찔끔 거린다 이주사는 그 자리에서 경선에게 계좌이체를 한후 저녁 식사를 위해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가자고했다
저녁은 기력 보충을 위해 횡성 한우 등심구이로 마친후 경선의 고사리 같은 두손을 꼭 잡고 이주사가 대신 운전하여 수정다방 그곳으로돌아가고 있는것이다 경선도 연신 제주도산 감귤을 까서 이주사 입속으로 밀어넣고있다 차에선 폴모리아 악단의 연주가 짚시들의 낭만처럼 들리어 오는데 차창 밖으론 흰 싸락눈이 동화속 머언 추억처럼 그리움 처럼 내리고 또 내려서 쌓이고 있다 부지런히 일관되게 자동차의 부러쉬는 제 할일을 하는듯 열심히 움직인다
장거리 여행과 오랜만에 뜨거운 사랑으로 육체를 불태운 이주사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나보다 창호지에 비친 겨울 햇살이 눈부신걸보니 꽤나 시간이 지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습관처럼 커피포트에 코드를 꽂으며 전용 머그잔에 D식품 일회용 믹스 커피를 타서 마시며 어제의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하룻동안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는것을 새삼 반추해본다
경선이 자신의 주변정리할 시간을 며칠 달라고 헀는데 자꾸 전화 하기가 뭣해서 이주사는 경선이 보고싶고 궁금했지만 참고 있었다 이주사도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서 진행하는 오박육일 동남아 여행을 갔다가 오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홀가분하게 동창들과 가는 여행도 이게 마지막이겠지란 생각에.. 앞으론 경선과 가야하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시간이 흘러 올해도 중순에 접어들고 이주사는 동남아 여행의 피곤함도 잊은채 사랑하는 경선이 보고싶어 곧 바로 동창들이 저녁 먹고 결산보고 듣고 가라는것도 수도가 얼었다는등 개밥도 줘야한다는등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그자리를 회피하고 급히 수정다방을 향하는데....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내부수리중"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써붙여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주사는 한참동안 그자리에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얼어붙은듯... 이럴수는 없다며 그럴리가 없다며 고개를 가로 질러 자신의 손등을 꼬집어 보지만 엄연한 현실인것이다 이주사는 택시를 대절하여 그 길로 용인 저택으로 향했다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양해를 구하며 다급히 초인종을 누르니 그 때의 그 여인이 나와서 누구냐고 묻길래 경선에 대하여 경매건등 그간의 사연을 말하니 이 집은 경선의 집이 아니고 그 옛날 용인에서 유치원 을 운영할 당시에 보조교사로서 잠시 같이 근무 했던 인연으로 가끔씩 찾아와서 금전 부탁을 하면 도와주고 했던 사이라며 경선의 얘기와는 전혀 사실관계가 일치하지 않았으며 또 애들 아버지와도 이혼을 한게 아니고 남편이 무슨 희귀성 난치병으로 분당S병원에 장기 입원 치료중이며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환자 여서 그 약값이 한달에 천오백만원씩 들어 간다는 얘기며 그 비용을 경선이 모두 충당한다는 얘기까지 듣고는 다음말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서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 그 택시를 다시 타고 엄동설한이 시작되는 지리산 자락 아래로 기어들어가고 있는것이다
살을 에이는 추위가 이주사의 귓볼을 파고들지만 전혀 추운줄도 모른채 아무런 감각이 없고 고고하기만했던 그 수정다방 경선이... 혹시나 하고 다음날 수정다방을 찾으니 저만치 서 박주사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박주사는 한달음에 달려와 대뜸 이주사에게 경선의 소식을 물어본다 혹시 아는게 없느냐고 하면서 ... 박주사 자신도 용인 저택에 찾으러 갔으며 수원 호텔에도 갔고 계좌 이체도 ... 이주사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진행스토리에 이주사는 아무 말없이 그 자리를 뜨고 집으로 돌아와 보일러가 꺼진 싸늘한 방에서 개울건너 덕배가 준 더덕술을 커다란 대접그릇으로 연거푸 마시고 모든걸 잊기로 마음먹었다 차라리 그게 자신을 위한 길임을 이주사는 알고있었다 내일 아침에 눈이 떠지면 순박했던 지리산 처녀 복순이가 그리도 사랑했던 이주사는 다가오는 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 할것인지 대답없는 문풍지만 밤새 떨리고 뒷산 솔밭에선 오늘도 부엉이는 울어대는데......(겨울나기 끝 )
허접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 추워져네요 감기 와 경선이도 조심하세요ㅎㅎ *제가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남원에서... 그래서 주변무대가 ..지리산을 끼고 ㅎ 지금은 부안 채석강 근처에 기거하다가 다시 한양으로....ㅎ *3편으로 --나누어 올리려다...한번에 올리니 좀 긴것도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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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솜씨가 대단하네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
다음편 기대만땅예여~^^
와우
또 읽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