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 압정으로 눌린 듯 낮은 황금 빛 소용돌이 저것은 무엇인가 소용돌이 한복판에다 호랑이 꼬리를 쑤셔 박아놓은 자는 또 누구인가 태양을 사랑했던가 지난 여름 새파랗게 자지러지던 태양과의 섹스 주렁주렁 태양의 아이를 낳았던가 하늘 아래 유독 태양을 빼 닮은 저것은 신이 점지한 태양의 아이다 태양의 블랙박스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은 듯 뚝 따서 머리에 이고 가는 여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호랑이 꼬리를 뽑아 비녀를 만들어 꽂았다는 여자 흙바닥에 시달려서 반질반질 윤이 나는 잘 익은 둥글고 붉은 그녀의 엉덩이 노을 자욱한 마을 속으로 떼굴떼굴 굴러들어 가고 있다 곧 마을에 천지개벽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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