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의 혀처럼 굴다가 모래를 씹은 느낌에서 결국 소태를 씹은 것처럼 쓴맛을 느끼면 끝나는 것이 지난 이십 년 넘게 지속한 정권과 관료조직의 관계였다. 그래서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주거는 더 불안정해졌고 교육제도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은 여전하다.
결국 이번에도 최후의 승자는 고위 관료 집단임이 명확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삼성전자 매출액의 세 배에 달하는 600조원의 돈을 가지고 내년에도 경제·사회 곳곳을 쥐락펴락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들은 혁신을 앞세워 정부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조직을 개편한다고 관료조직이 변할까. 기능적 조직체계를 수술한다고 해서 비대한 조직 구조, 불변의 계층성, 수많은 규칙과 절차에 숨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책임이란 단어를 이행하지 않았던 관료조직에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광복 이후 68회 개편된 정부조직은 개편을 거듭할수록 관료조직의 권한과 규모는 도리어 확대됐으며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 없이 더욱더 심화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목표로 정권을 잡는 세력들은 정부조직이 아니라 관료조직을 정조준해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관료조직의 수술 방향은 복잡성 제거를 목표로 해야 한다. 먼저 과잉 계급인 9단계의 계층 구조에서 복잡성을 제거해야 한다. 관료 사회의 경직성과 폐쇄된 계급 이동은 특권화된 공직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이어진다. 능력에 의한 적절한 승진과 보상 그리고 퇴출이 가능한 제도 도입과 다양성을 위한 개방성 확대, 직급의 단순화 없이는 직업 시작부터 퇴직까지의 내부 지향적인 폐쇄성과 복지부동의 양상은 변하기 힘들 것이며 '공복(公僕)'은 사전에만 있다.
둘째, 정책과 집행에서 관료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계층제 내의 복잡성을 제거해야 한다. IMF 외환위기의 원인인 연고주의 중심에 있던 관료 집단은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도 책임을 지는 대신 해결사의 모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으며, 도리어 그 권한을 강화했다. 그리고 그 변신은 부동산정책과 교육정책 등 수많은 실패 속에서 '바지사장'에 해당하는 장관만 책임을 지는 쇼에 매번 등장한다.
따라서 비록 대한민국이 현재의 위치에 오는 데 관료조직의 역할이 컸지만 무책임성과 경직성 그리고 실패를 거듭하는 정책들 속에서도 복잡한 제도적 방어장치에 숨어 책임을 지지 않는 데 익숙한 관료들에게 불확실성과 변화가 급격한 시대의 방향타를 맡길 수는 없다.
변화를 관리하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서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에 대하여 올바른 질문을 던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600조원의 예산을 운영할 수 있는 위치에 가야 한다. 부동산, 교육제도, 최저임금, 경제정책, 코로나19 대처 등에서 보여준 고위 공직자들의 수많은 편향과 혼란은 공복이라는 책무를 떠나 숫자, 도표, 통계, 이론에만 매몰되어 대답에만 익숙해진 기득권을 지키는 세력이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차기 정권은 관료조직의 모양만 바꾸겠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모양이 바뀌지만 오래된 세포가 여전히 자기복제를 하고 기존과 같은 세포로 새롭게 채워진다면 한국 사회가 나아가는 속도와 방향은 느리고 혼란스러울 것이며 적응력 또한 낮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여전히 짊어지고 있는 문제들이 앞으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하며, 우리의 미래 또한 암울할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권의 '별의 순간'(Sternstunde)은 대대적인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계층 구조의 단순화를 위해 관료제에서 복잡성을 제거하기 시작할 때다.
[지용구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첫댓글 잘보고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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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열공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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