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수원 여성들의 뮤지컬 ‘그녀들의 사랑’을 보다
수원 여성문화공간-休(휴), 출연자 14명 ‘자아’ 찾는 과정에 박수 쏟아져
▲ 뮤지컬 종료 후 가족, 지인 기념 사진
우리 부부, 수원여성문화공간-休(휴)에서 뮤지컬 ‘그녀들의 사랑’을 보았다. 주관처에서 준비한 좌석 85석이 꽉 찼다. 일부는 서서 관람했다. 지난 6일 오후 3시 休(휴) 2층 한울마당, 뮤지컬이 얼마나 신바람 나고 재미있고 진지하면서 때론 슬프기도 하고…. 공연시간 50분이 후딱 지나갔다. 평범한 시민 주부, 뮤지컬 배우가 위대해 보인다.
이 뮤지컬을 주관한 수원여성문화공간-休(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업으로 ‘휴문화 살롱-뮤지컬로 나를 그리다(2기)’를 운영했다. 그러니까 오늘 뮤지컬은 프로그램의 성과 발표 공연이다. 본 프로그램은 여성배우 공개모집을 시작으로 5월 14일 연습에 돌입했다. 아주 평범한 수원 여성 14명이 매주 1회 오후 2시간 17회, 보충수업 3회 등 총 20회 함께 모여 뮤지컬을 배우고 준비했다.
출연자는 모두 여성이고 연령대도 폭넓다. 40대부터 60대까지 구성됐다. 수원시민 대상 희망자를 선착순으로 받아 하루라도 결석 없이 개근해 연습하고 발표회에 나갈 대상자를 전제조건으로 선발했다. 뮤지컬이기에 노래 실력 검증 오디션도 거쳤다. 14명의 역할 분담은 배역 희망을 받거나 감독(총괄 디렉터 고정우)이 추천해 배역을 맡겼다. 댄스, 노래, 동선, 감정 교육 등을 중점적으로 받았다.
▲ 뮤지컬에서 노래는 기본이다.
▲ 출연자들의 복장이 몇 차례 바뀌었다.
오늘의 이 공연 어떻게 시작할까? ‘나의 작은 꿈’(노래 ‘작은 별 가족’)이 가냘프게 흐른다. 아니, 웬 노래? 아니, 이 가수는 누구? 가수가 아니다. 객석 뒤에서 출연자가 노래를 부르며 걸어 나온다. 출연자 노래 실력이 가수에 버금 간다. 이어 한 출연자가 그 노래를 이어 부르며 무대에 같이 선다. 이제 듀엣으로 부른다. “아아, 수많은 사람들이여! 나의 작은 꿈 말해 볼까. 그림 같은 작은 꿈 정말로 말할 테야.”
본 공연은 여성들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늘 가족과 가정을 위해 애쓰는 엄마라는 존재 이전에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마련했다. 뮤지컬을 매개로 모인 여성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고 울며 공동체의 힘을 만들며 “나도 무대에 설 수 있고, 나의 이야기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공연은 여성주의 시각과 뮤지컬들을 중심으로 표현했다. 공동체 문화로 이루어진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벗어난 참여 여성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문화를 즐기며 온전한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여성들의 꿈·사랑·연대를 담은 무대, 이번 작품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무대 중심에 세우며,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개인의 성장과 연대, 그리고 사회 속 여성의 자리를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출연자들의 연기 표현이 자연스럽고 때론 능청스럽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 △여성의 꿈과 자기 발견 △연애와 이별의 감정 △세대 간 여성들의 관계 △어머니와의 추억 △동료 여성들과의 연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드라마적 장면으로 풀어냈다. 「One night only」, 「All that jazz」,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엄마」, 「슬플 땐 빨래를 해」 등 익숙한 뮤지컬 음악이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응을 받았다.
망포동에 거주하는 이영애 출연자는 소개팅 배역을 맡았다. 그는 “작년 1기 활동을 보고 용기를 내어 도전했다.”며 “이번 뮤지컬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연습기간 내내 재미있고 즐거웠으며 행복했다. 뮤지컬 배우의 대단함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고색동에 사는 이승희 출연자는 “공연 연습을 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 즐거웠다.”며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 내가 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수원여성문화공간-休(휴) 최영옥 센터장은 “이번 무대는 전문 배우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획과 연습을 거쳐 완성한 공연으로,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며 “ 출연자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표현해 여성주의 뮤지컬 작품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관객과 공감과 감동을 나누었다.”고 했다.
▲ 공연을 마치자 뮤지컬 총괄 디렉터 고정우 감독이 출연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관객들이 격려와 관람평을 남겼다.
뮤지컬 ‘그녀들의 사랑’의 총괄 디렉터 고정우는 “이번 작품은 여성의 삶을 단순히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로 한정하지 않고, 여성 자체를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바라보았다.”며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보여준 진솔한 고백과 힘 있는 노래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었다.”고 했다.
이 사업 이혜리 담당자는 “내년에도 ‘뮤지컬로 나를 그리다’(3기)가 진행될 예정이라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무대에 서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며 “같은 여성으로서, 누군가의 딸·엄마·아내이기 이전에 자신을 찾아가며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했다.
수원여성문화공간-休(휴) 뮤지컬 관련 문의사항 031-225-2540
관람객이자 필자의 관람 후기는 ‘반성’이다. 결혼 35년인데 아직도 아내를 ‘가영 엄마’라고 부른다. 우리 부부는 1녀 1남을 두었다. ‘가영’은 우리 딸 이름이다. 아들도 있는데 첫딸 이름이 입에 배었다. 아내도 버젓한 ‘명숙(明淑)’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누구 아내, 누구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명숙 씨’로 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