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제도 안에서 수십 년간 기여금을 납부해 온 사람의 삶 역시 지속 가능해야 한다
정년을 줄인 것도 국가였고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춘 것도 국가다
그렇다면 두 제도의 변화가 만들어 낸 공백을 조정하는 일 역시 국가의 몫이다
최진욱 제천제일고
공무원연금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늦어졌다.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이 누구에게, 얼마나 집중되느냐이다. 특히 임용 연도와 퇴직 연도 몇 년, 몇 개월의 차이로 연금 수급 조건이 달라지고, 정년퇴직 후에도 상당 기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세대가 생겼다면 이것은 단순히 연금액의 많고 적음만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연금은 국가와 공무원 사이의 장기적인 약속이다. 타 직종보다 높은 비율의 금액을 수십 년 동안 낸다. 그동안 제도가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변화로 특정 세대에 부담이 집중된다면 적어도 그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
교원의 경우, 또 하나의 고통 감내 차원의 큰 제도 변화가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교원의 정년을 62세로 단축했다. 그런데 20여 년 뒤에는 고령화와 연금 재정 악화를 이유로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다시 65세까지 늦췄다. 65세 정년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정년과 연금 사이의 공백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다. 교원은 2중의 사회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공백의 크기도 사람마다 다르다. 1996년 이후 임용자의 경우, 2024~2026년 퇴직자는 62세, 2027~2029년은 63세, 2030~2032년은 64세, 2033년 이후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문제는 이 기준이 개인의 실제 정년이나 생애과정이 아니라 ‘퇴직 연도’를 기준으로 계단식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교원은 학기제 때문에 3~8월에 정년에 도달하면 8월 말, 9월~다음 해 2월에 도달하면 다음 해 2월 말에 퇴직한다. 그 결과 같은 1970년생이라도 3~8월생 교사는 2032년 8월 말 퇴직해 연금 지급개시 연령이 64세가 되는 반면, 다른 달 태생은 퇴직 연도가 2033년으로 넘어가 65세가 된다. 제도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경과규정이 또 다른 경계선을 만들어 낸 셈이다.
1996년이라는 임용 경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1970년 전후 남성 교원에게 대학 진학과 2년이 넘는 군 복무를 거쳐 1990년대 중반에 임용되는 것은 특별한 경로가 아니었다.
임용 전 군 복무 기간은 연금 재직기간에는 산입할 수 있지만, 임용 시기 자체를 앞당겨 주지는 않는다. 결국 국가가 부과한 병역의무로 사회진출이 늦어진 시간이 수십 년 뒤 연금제도의 경계선에서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1970년 9월생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1996년 이후에 임용된 교사를 생각해 보자. 현행 제도대로라면 2033년 2월 말 정년퇴직을 하지만 정상연금은 65세가 되는 2035년 9월경부터 받을 수 있다. 군 복무 기간을 연금에 산입시키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연금도 냈지만, 1994-5년 임용자와는 현격히 다른 법 적용을 받는다. 약 2년 7개월 동안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더구나 60대 초반이라고 해서 경제적 책임이 모두 끝나는 시대도 아니다. 자녀의 취업과 경제적 독립이 늦어지고 주거비와 취업 준비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는 기간도 길어졌다. 주택구매용 대출과 고령 부모 부양까지 겹친 가정이라면 2~3년에 이르는 소득 공백은 노후생활의 불편을 넘어 생계의 문제가 된다.
해결의 원칙은 복잡하지 않다. 법정 정년까지 근무한 사람에게는 퇴직 직후 정상연금을 지급하거나, 연금 지급개시 연령까지 일정한 가교 급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한다면 단순히 최종적으로 65세에 도달하는 것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재 발생하고 있는 소득 공백부터 줄여야 한다.
퇴직 연도를 연 단위로 잘라 지급개시 연령이 한 살씩 뛰는 ‘절벽형 경과규정’도 손볼 필요가 있다. 같은 출생 연도인데 생월과 학기제 때문에 연금 조건이 달라지는 문제를 완화하고, 1996년이라는 임용 경계 역시 당시 병역의무로 사회진출이 늦어진 세대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와 교원 신규 채용, 조직의 세대교체, 인건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존 직급과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만이 답일 필요도 없다.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조정하거나 직무를 전환하면서 신규 채용과 후배 세대의 승진 기회를 보호하는 방식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62세냐 65세냐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국가가 제도를 바꾸면서 만들어 낸 공백을 특정 세대의 개인에게만 떠넘겨도 되는가의 문제다. 연금 개혁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제도 안에서 수십 년간 기여금을 납부해 온 사람의 삶 역시 지속 가능해야 한다.
정년을 줄인 것도 국가였고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춘 것도 국가다. 그렇다면 두 제도의 변화가 만들어 낸 공백을 조정하는 일 역시 국가의 몫이다.
정년 연장 논의의 출발점은 ‘자리를 달라’, ‘연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지 않는가? 법정 정년까지 성실하게 일한 사람에게 퇴직과 연금 사이에 예측하지 못한 소득절벽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연결해 달라는 생존의 요구다.
첫댓글 부디 하루 빨리 결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난감한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네요 ㅠ
정년 줄인 것은 진짜 못된 정책이었습니다. 정년 연장 전까지 연금을 62세로 당겨서 지급하면 좋겠어요.
퇴직과 연금 개시 공백이 얼른 해결되면 좋겠네요
공감합니다. 정년후 어떤일을 할까 지금부터라도 기술을 배워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