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노래하고, 노래로 시詩하라―정태춘·박은옥의 12집 새 앨범 <민들레 시집>
2016년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가 “미국 노래의 위대한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스웨덴 한림원의 자신감에 넘치는 결정은 애초에 시의 기원이 노래였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 이후 시는 음유시인의 입에서 활자화된 책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 이후 시는 노래를 잃고 문자 기호만으로 고투하는 외로운 장르가 되었다. 그러나 이 통섭의 시대에 시와 노래가 다시 만나는 현장들이 계속 있어 왔다. 서양에서 그것이 대표적으로 밥 딜런이나 레나드L. Cohen 코헨 같은 가수들의 무대를 통해서였다면, 한국에서 그 대표적인 현장은 정태춘·박은옥의 무대이다.
시보다 더 시적인 가사로, 현실보다 더 강력한 현실 참여로 노래를 불러온 이 아름다운 커플이 곧 새 음반을 낸다. 정태춘·박은옥의 12집 앨범 <민들레 시집>이 그것이다. 이 음반에는 정태춘이 작사·작곡한 10곡의 새 노래들이 들어있다. 계간 <<시와경계>>는 영광스럽게도 이 음반이 오는 6월경 출시되기도 전에 독자들께 이 앨범의 전곡 노랫말을 공개하는 기회를 얻었다. <<시와경계>>에 이런 큰 선물을 주신 정태춘·박은옥 님께 이 자리를 빌려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에 <<시와경계>>는 이번 2024년 봄호와 여름호 두 차례에 걸쳐 ‘정태춘·박은옥 기획 특집’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봄호에는 정태춘·박은옥의 약력과 더불어 새 음반의 전체 가사를 공개하고, 여름호에서는 이 음반에 대한 비평적 글이나 인터뷰를 통해 새 앨범의 문화사적 의미를 더욱 깊게 짚어볼 것이다.
기러기 외 9편
정 태 춘
기러기 날아가는 저 들판 해질녘
멀리 울려퍼지는 총소리를 들었니
소년은 그 들판을 달리고 마을엔 저녁 연기 깔리고
바람도 없이 물 빠지는 갯벌 소년은 안 돌아오고
기러기 떼 날아간다
기러기 떼 날아간다
앞집 어린 누이는 물 건너 시집가고
늦가을 텅빈 마당 가 쑥부쟁이 여태 피고
큰댁 할아버지 엽총 사냥 나가고, 늙은 포인터 앞세우고
아버지는 객지에서 돌아오고 소년은 아직 안 돌아오고
기러기 떼 날아간다
기러기 떼 날아간다
가물가물 먼 들판 끝 썰물 갯벌 물 빠지고
깊은 도랑 천둥소리로 간척지 장둑 무너지고
붉은 나문재들 어둠이 덮고 물 건너 산 더욱 멀어지고
할아버지 개를 따라 돌아오고 소년은 아무데도 안 보이고
기러기 떼 날아간다
기러기 떼 날아간다
2022. 10
도리 강변에서
오래 잊혀진 나루에 배는 없고 나는 거기 지는 해 바라본다
오늘이 며칠이냐고 내가 내게 자꾸 묻는다
강은 깊은 산 휘돌아 흘러와 여주 도리 그 강둑길을 지나
뽀얀 노을빛 꿈결 같은 서쪽 마을 너머로 사라지는구나
다시 생각한다, 그 때
어느 산길 끝에서 내가 본 것은 “길이 없습니다”라는 작은 간판
그리고,
그 안에 은밀히 숨겨져 있던 두 노인의 조용한 거처
돌아나오다 돌아나오다 이렇게 끝일까 생각했었다
그 산길 계곡 물 소리 들으며 뛰어 내려오다 서 있다 했었다
오… 계절 깊어가고
오… 그 집, 문득 숲이 되어 있었다
어둑 어둑 이 선생네 양계장 어린 개들이 사뭇 꼬리를 흔들고
그래,
악수를 나눈다는 것도 그저 무심한 일이었다고 해두자
들어온 길로 다시 나가야 한다고 어둠이 스멀 스멀 깃드는구나
떠나고 남는 사람들은 없단다, 다만
길이 여기 저기로 흩어질 뿐
오… 도리 강변 노을 지고
오… 그 강 어둠 속으로 흘러가고
2022. 4
나의 범선들은 도시를 떠났다
저 하얀 범선을 타고 내 유년의 바다로
저 하얀 범선을 타고 내 전생의 바다로
허나, 그 유년의 바다 너무 얕고
전생 같은 것 어디 있겠느냐 오래 전,
배는 폭풍의 바다를 건너와
항구도 없는 도시 변두리
어느 생선 구이 집 어둔 계단 아래
작은 쪽창에 오래 붙박혀 있구나
오, 하얀 돛 펄럭인다
누가 또 저 배를 보았다 하느냐
그 집 주차장 작은 마당에 햇살 내리고
현관의 오래된 화분들 노랑꽃을 피우고
그래, 겨울이 너무 길었구나
그래, 이제 새 바람이 불어야지
다시 만조의 파도가 도착하면
반도의 풀과 꽃씨를 실은
배는 무거운 닻을 끌어 올리고
계절풍에 하얀 돛을 펼치리라
오, 절벽의 큰 바위 해안
내 안에서 바다 일렁인다
저 하얀 범선을 타고 내 유년의 바다로
저 하얀 범선을 타고 내 전생의 바다로
허나, 그 유년의 바다 너무 얕고
전생 같은 것 어디 있겠느냐
불모의 시멘트와 아스팔트
도시는 메마른 숲을 이루고
여기도 누군가의 유토피아
저 배, 닻을 올리고 있구나
오, 더운 바람이 불고
푸른 바다 일렁인다
오, 푸른 바다 일렁이고
바다에 범선들 가득하구나
2022.9
엘도라도는 어디
저녁 햇살 따사로운 고속도로 붐비는 휴게소
거기 가득 울려퍼지던 피리 소리는 어디
화려한 깃털 의상과 애잔한 음악 소리
구슬픈 그 멜로디들은 어디
자동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나가고
누가 잃어버린 낙원의 신화를 얘기할까
안데스의 바람에 휘감기던 오창 휴게소
오, 엘도라도로 가는 길
오, 잉카의 노래들은 어디
오, 그 때 그 사람들은 어디
모두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차에서들 내려
음, 식당으로, 편의점으로
그들이 노래하던 자리에선 누군가 색소폰을 불고
모두 바쁘게 그 앞을 지나가고
머리 길게 땋아 내린 샛파란 하늘의 사내들
하얀 산맥 아래의 말 수 적은 사람들
스피커에서 가늘게 떨리던 엘콘도르 파사
오, 협곡의 콘도르들을 부르던
오, 잉카의 노래들은 어디
오, 그 때 그 사람들은 어디
오늘은 노을도 번지지 않는구나
그들의 노래도 들리지 않는구나
멀고 먼 산 구름 걷힌 마추픽추
오, 그 산정의 피리 소리
이제는 트로트 흐르는 휴게소
오, 그 때 그 사람들은 어디
모든 길 위에 하나 둘 별이 뜨면
오, 그 엘도라도는 어디
2022. 4
그 강변의 한 시절
보슬비 소리에 등불을 켜니 온 산새들 내려와 왁자지껄
새벽 안개는 골짜기를 감추고 닭 울음 소리 산정을 깨우는구나
가을 강 하얀 갈대 밭 침묵처럼 다 쓰러지고
안개 아래 차가운 강물 뒤도 안 돌아보고 흘러만 가고
남한강 대교 한적하고 그 산길 굽이 돌아
서울로 가는 길, 이 노래만 불렀지
서울을 등지고 남쪽 내려왔더니 강은 무심히 북으로 흐르더라
배는 물 가에 묶여 있고 그 곁으로 물고기들 더 멀리 거슬러 내려가고
솜털 꽃씨 한 웅큼 움켜쥐고 길고 가녀린 꽃대로 종일 흔들리는
이제 그만 놓아라 놓아주어라, 마당 가의 가을 민들레
남한강 대교 한적하고 그 산길 굽이 돌아
부론 가는 길, 그 강변의 한 시절
밭둑 웅뎅이 키 큰 뽕나무 검정 비닐 한 폭 높은 가지에 매달고
저녁 내내 눈보라 속 깃발처럼 흔들고 있었지
별은 가까이 내 머리 위에 빛나고 여기 또한 그 별들 중의 하나임을
알지 못했네 알지 못했네, 겨울 고라니들이 산에서 내려왔네
남한강 대교 한적하고 그 산길 굽이 돌아
솔미 가는 길, 그 강변의 한 시절
2022. 10
유월 마포에 내리는 비
올 여름엔 파란 수국 꽃을 기다리지 않겠다
아직 내 젖은 발목만큼도 올라오지 못한 어린 잎새들
전쟁 같은 폭우 장마에 강물 흐르는 주택가
멀리 포성과 섬광이 멎고 문득 지리멸렬해지면
그 갯벌 키 작은 갈대 밭 붉은 다리의 어린 농게들이
질퍽한 각자의 참호에서 간지러운 햇살 기다리리라
오, 서기 이천 이십 이년
유월 말일, 오후 세 시
누가 참혹한 장마 전선에서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느냐
강북 강변 낮은 도로변엔 능소화 모두 널부러졌다
골목길 투명 비닐 봉지, 갈증의 물병들이 떠내려가고
요란한 응급차들이 장대비 양화로 커브길을 질주한다
서해 바다 해안길 마다 휴전의 펜션 무너진 담장들
거기
하얗고 또는, 새파란 수국 꽃들이 흐드러지리라
오, 서기 이천 이십 이년
유월 말일, 오후 세 시 삼십 분
뚝 부러진 가로수 가지 아래 통신선들이 흐느적거리고
남서풍에 구름이 몰려오고 태풍 경보 다시 발령되는 사이
낡은 연립들 여전히 씩씩하게 유리 빌딩들 곁에 서 있고
화단의 바람 잠든 사이 수국 잎새 하나 더 틔우리라
그 갯벌 키 작은 갈대 밭 붉은 다리의 어린 농게들이
질퍽한 각자의 참호에서 일제히 기어나오리라
오, 서기 이천 이십 이년
유월 말일, 오후 세 시 오십 구 분
2022. 7
하동 언덕 매화 놀이
“가는 비에 매화 향내 흩어지고
멀리서 온 손님네들 길 떠난다고 바쁘시고”
봄날은 오래 머물지 않고
주인은 꽃 젖어 근심이라
내가 여기 언제 왔던가
겨우 어제 하룻밤만 같은데
꽃 좋고 고요한 곳 없더라, 쌍계사 스님들이 돌아앉아도
하동 언덕에 봄 매화가 지천이요, 화개천에 그 꽃 물이 흐르는데
오, 봄이로구나
오, 잘 있거라
“천왕봉 안개 걷히지 않고
불일 폭포 찬 물 그저 쏟아지고”
봄날은 오래 머물지 않고
마당의 바람 햇살을 휘감는데
내가 여기 언제 왔던가
한 오백년 머문 것만 같은데
꽃 좋고 고요한 곳 없더라, 녹찻물 끓이는 소리도 버글버글
섬진강 은어떼 보이지 않고 산수유 앞다퉈 움트는데
꽃 좋고 고요한 곳 없더라 누가 떠나도 누가 온다, 그 산 아래
산사의 목탁 소리 굼뜨지도 서두르지도 않는데
오, 봄이로구나
오, 나는 간다
오, 봄이로구나
잘 있거라, 나는 간다
2022. 4
정산리 연가
“나라구 왜 한 때 좋은 날들이야 없었을라구”
대절 버스 도시 아줌마덜 채소밭에 모종 내구
강물 반짝이며 봄날은 간다
아침 강 안개 낯선 손님들 기척에 물러가고
그 손님들 낮은 장화 풀 이슬에 다 젖는데
강물 반짝이며 봄날은 간다
언제적 청춘이냐, 언제적 사랑이냐
강물 소리없이 봄날은 간다
“나라구 왜 한 때 좋은 날들이야 없었을라구”
앞 산 진달래에 뒷산 뻐꾸기 애절한데
강물 반짝이며 봄날은 간다
언제적 청춘이냐, 언제적 사랑이냐
강물 소리 없이 봄날은 간다
2022. 4
폭설, 동백의 노래
겨울 강 어디쯤에서 하얀 눈발 날리고 있더냐
누구의 그리움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더냐
세상에 눈물이 넘쳐 깊은 강으로 흐르다
아니다, 아니다,
바람을 타고
돌아오고 있더냐
붉은 동백은 고요 속으로 뚝 뚝 떨어지고
그리워, 그리워요
소리도 없이 날리고 있더냐
세상에 눈물이 넘쳐 깊은 강으로 흐르다
아니다, 아니다,
저녁 숲으로
돌아오고 있더냐
붉은 동백은 적막 속으로 뚝 뚝 떨어지고
그리워, 그리워요,
그 어디서 쏟아지고 있더냐
그리워, 그리워요,
하염없이 날리고 있더냐
2022. 7
민들레 시집
민들레 노랑 꽃 햇살만 기다리고
가늘게 봄비 지나가고
인적 없는 거리 긴 긴 보도블럭 위
너를 닮은 누군가 지나간다
잊혀진 시편들이 귓가에 속삭이고
그리워 하세요, 잊지 마세요 하고
거기 오래 꽂혀 있던 책갈피 자욱처럼
지우지 못해 눈 감고
동그랗게 피었다 바람에 흩어지는
민들레 하얀 봄 길 걸어간다
봄은 멀리서 오고 누군가 함께 오고
따사로운 햇살 그림자처럼
고적한 정거장 오래된 벤치 위
바람만 잠시 머물고 있구나
그 옛날 연인들이 아픈 줄도 모르고
그리워 하세요, 잊지 마세요 하고
일생에 단 한 번 쯤 사랑하세요
뜨겁게, 애틋하게
온몸으로 피었다 결국 꽃대만 남아
오래 흔들리는 민들레야
노랗게 피었다 꿈 같은 씨앗 되어
세상으로 흩어지는 민들레야
2022. 6
<노트>
아, 기구한 나의 노래들
오랫동안 노래를 만들지 않았다. 그리곤 다시
노래를 만들게 되고, 그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서 골라 새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다
아, 기구한 나의 노래들..
1년 여
노래 만들기에 매달려 있었다, 새삼스럽게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 새벽마다 기타를 들고 앉아
새 노래들을 만들었다
나의 노래는 음악일까, 시일까.. 나의 노래는
문학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오랫동안 나의 논에 끌어댔던 이 땅의 문학적 영감을 이제
다른 누군가의 논으로 흘러들게 할 수 있을 만큼..
《시와경계》의 초대를 받아 그것들 중 10 편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어디가 시와 노래의 경계일까요, 노랫말과 문학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문학은 노래보다 고급진가요. 노랫말은 문학의 하류인가요..
모르겠다
음악과 육성이 다 빠진, 벌거숭이 텍스트로
나의 새 노래들을 여기
풀어 놓는다
우주, 세계는 끝없이 유동적이고
인간은 거기 부유하고
끝없이
분투한다
용인할 수 없는 모순과 답 없는 갈등 속에서, 참혹한 고통과 겨우 자잘한 희열들 속에서
생존에 꼭 필요한 건 명랑 최면 밖에 없다고 농이나 치면서, 하루 하루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나의
노래..
《시와 경계》에 감사드립니다.
정태춘 박은옥 프로필
시대와 인간을 노래한 한국의 대표적 포크 뮤지션들이다.
1978, 1979년에 각각 <시인의 마을>과 <회상>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80년 결혼 후 음악적 동료이자 삶의 동반자로 노래 활동을 함께 해왔다.
시적 서정성 짙은 창작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순과 그 저항을 노래와 직접 참여로 표현하고 실천해 온 문화운동가이다.
1984년 4집 <떠나가는 배> 이후 부부 공동의 이름으로 2012년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까지 8장의 앨 범을 발표하였고, 2019년에는 정박 부부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콘서트, 전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정태춘 박은옥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joung-park.com
정태춘 박은옥 공식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l4-yYxFtAbtl6eovLknjzg/
<정태춘>
1954년 평택 출생. 평택고등학교 졸업.
사회성 짙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해 온 싱어송라이터이다.
1978년 첫 앨범 <시인의 마을>을 발표하면서 데뷔, 1979년 MBC 신인가수상과 TBC 가요대상 작사상을 수상하였다.
서정성과 서사성을 아우르는 문학성 짙은 작품들을 발표했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음악 활동에 그치지 않고 사회 참여 활동에 적극적인 문화운동가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1990년부터 6년 간 <가요 검열제 철폐 운동>을 전개하여 1996년 헌법재판소의 ‘가요 사전심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낸 일이다.
1996년에 <민족예술상> (박은옥과 공동 수상), 2007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2000년 경부터 노래 창작을 접고 <붓글> 작업을 하고 있으며, 2019년에 40주년 기념 앨범이자 12번째 앨범 <2019’ 사람들>을 발표하였다.
40여 년간 100여 곡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로서 주요 곡으로는 <촛불>,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92년 장마, 종로에서>, <5.18> 등이 있다.
<박은옥>
1957년 서울 출생. 마산여고 졸업.
섬세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특별한 호소력을 지닌 포크 싱어송라이터이다.
1978년 정태춘의 작품들로 데뷔 앨범 <회상>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결혼 후 정태춘과 함께 솔로곡과 듀엣곡이 담긴 앨범을 내며 활동하였으며, 90년대 가요검열제 철폐를 이끌어낸 공로로 정태춘과 공동으로 <민족예술상>을 수상하였다.
2012년 10년 만에 발매한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맑은 서정성을 되살리며 울림 깊은 목소리를 전해주고 있다.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랑하는 이에게> <봉숭아> 노랫말을 썼으며, <하늘 위에 눈으로> 등의 자작곡이 있다.
<정태춘. 박은옥 연보>
1954년
<정태춘>은 경기도 평택 도두리에서 5남 3녀의 일곱째로 태어났다.
1957년
<박은옥>은 서울에서 출생, 7세 무렵부터 마산에서 자랐다.1967년
1967년
<정태춘>은 평택중학교에 입학하여 현악반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다.
<박은옥>은 사촌 오빠들이 기타 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배우고 기타를 익혔다. 중학교 때 잠시 바이올린을 배웠다.
1972년
<정태춘>은 음악 대학 낙방 후 서울에서 재수를 했다. 헤세와 쇼펜하우어에 심취했다. 입시를 몇 달 앞두고 서울에서 대학 진학 준비를 중단하고 밀양으로 떠났다.
1974년
<박은옥>은 경남 마산 여고 시절,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 시작, 선배와 듀엣 활동을 했다. 당시 전국고교를 순회하는 유명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학교 대표로 노래했다.
1976년
<정태춘> 군(전투경찰) 입대. 인천과 고양경찰서 기동타격대에서 근무했다. 그의 대표적 노래 ‘서해에서’ ‘시인의 마을’ ‘사랑하고 싶소’ 등을 군대에서 만들었다.
1978년
군 제대 후, 경음악평론가 최경식의 소개로 서라벌 레코드사와 인연을 맺었다. 11월 <시인의 마을>을 타이틀곡으로 첫 앨범을 발표했다.
<박은옥>은 부산의 음악다방에서 디스크 자키 (DJ)로 활동하다 가수 최백호의 권유로 상경, 서라벌레코드사에서 정태춘을 만났다.
1979년
<박은옥>은 <정태춘> 작사 작곡의 작품들로 첫 앨범 <회상>을 녹음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정태춘>은 ‘촛불’로 MBC 신인 가수상과 TBC 방송가요대상 작사상을 수상했다.
1980년
2집 앨범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를 발표했다. 5월 정태춘 박은옥 결혼. 박은옥은 2집 <양단 몇 마름>을 발표했다.
1981년
딸 <정새난슬>이 태어났다. (현재, 싱어송라이터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로 활동)
1982년
<정태춘>, 국악 반주의 가요 작업으로 3집 앨범 <우네>를 발표했다
1983년
<정태춘 박은옥>, 지구레코드와 4년 전속.
1984년
4집 앨범 <떠나가는 배 / 사랑하는 이에게>로 재기했다. 이 앨범은 <정태춘 박은옥>의 첫 공동 앨범이다.
1985년
<정태춘 박은옥의 얘기노래마당>이 부산카톨릭회관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4개 지역 75회 공연, 약 3만여 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1986년
5집 앨범 <북한강에서 / 봉숭아>를 발표했다. <얘기노래마당> 소극장 공연은 전국적인 흥행 속에 1987년 10월까지 계속되었다.
1987년
정태춘 박은옥 기획사 <삶의문화> 설립 / 발표된 곡 중에서 잘 알려진 노래들을 모은 <정태춘 박은옥 발췌곡집>을 발매했다 (발매 음반사 . 한국음반). 이 때부터 레코드사 소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앨범 제작을 시작했다.
1988년
6집 <무진 새 노래>를 발표했다. <청계피복노조> 주최의 집회에 초청 공연으로 참가했다.
12월 부산을 시작으로 새로운 노래극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 공연을 기획했다. 실내 공연은 1989년 4 월 서울 공연까지 이어졌다.
1989년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압으로 1500여명의 교사들이 해직되자 전국 각 대학의 총학생회와 함께 전교조 지지를 위한 대규모 야외 공연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를 기획 진행했다. 9~10월 두 달 동안 총 관객 20만 명이 참가하였다. 이때부터 사회참여적 음악활동을 본격화했다. <정태춘>의 노래 시 전집 『누렁 송아지』(이영미 엮음, 한울)가 출간되었다.
1990년
정부의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를 거부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비합법 앨범 7집 <아, 대한민국...>을 발표하며 <대중음악 검열 철폐 운동>에 돌입했다. 전국의 모든 공연장에서 앨범 사인 판매를 진행했다.
1991년
‘음반법에 관련된 정태춘 기자회견 및 비합법 음반 발표회’를 흥사단 강당에서 개최했다. 정부의 가요 사전 심의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공동대책위를 만들어 정부, 국회, 사법 기관에 검열 철폐 문제를 제기했다.
1993년
‘가요의 사전 심의 거부’ 기자회견을 통해 두 번째 비합법 앨범, 8집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음반법 위반으로 정태춘을 서울지검에 고발하고, 각 시도 공보실에 <92년 장마, 종로에서> 음반 수거 지시를 내렸다.
1994년
검찰의 기소로 벌어진 공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유 있다”고 결정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판결 제청을 신청했다.
「‘가요의 검열제 폐지’에 관한 입장 및 그 대안」 자료집을 제작 배포했다. 정부 및 국회, 언론과 접촉하면서 입장을 개진하고 다방면의 폐지 활동을 전개했다.
1995년
<가요 사전심의제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1996년
개정된 법률안이 시행되고, 음반 검열제도 철폐 기념 합동 콘서트 <자유>가 서울대 노천극 장에서 개최되었다. 헌법재판소 위헌제청심판에서 음반의 사전심의 강제조항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검열 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부부 공동으로 <민족예술상>(민족예술총연합)을 수상하였다.
1997년
<정태춘 박은옥 포크 콘서트 ‘사랑하는 이에게’> 공연을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에서 진행했다.
1998년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9집 <정동진/건너간다>를 발표하고,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건너간다’> 순회 공연을 진행했다.
2002년
앨범 발매사를 <유니버설>로 옮겨 그동안의 모든 앨범 발매를 중단하고 대표곡 33곡을 수록한 베스트 앨범 <정태춘 박은옥 20년 골든 앨범(1978-1998)>을 제작했다.
11월 정태춘 박은옥 10집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를 발표하고, 발매 기념 콘서트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2003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고향 사람들의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의 네트워크 <들사람들>을 결성했다. 2006년까지 이어진 평화 예술 활동은 수 백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로 저항하는 대추리 주민들과 연대했다.
2004년
일본 홋카이도 포럼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추모 콘서트’에 참여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 < 달아 높이곰 – 징용자 아리랑>을 만들었다. (이후 몇 년 간,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첫 시집 『노독일처』(실천문학사)를 발간했다.
2005년
8월부터 10월까지 광화문 교보빌딩 옆 인도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정태춘 박은옥 거리 콘서트’ <평화, 그 먼 길 간다> 거리 공연을 진행했다.
2006년
현장예술인들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문예공동행동을 기획했다. 수천 명의 경찰 병력과 용역 철거반,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앞세운 정부의 행정 대집행을 저지하다가 주민들,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에서 연행되었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도두리, 대추리 고향 주민들은 결국 쫓겨나고 마을은 철거되면서 4년여의 투쟁이 끝을 맺었다.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 문화제 <잘가오, 그대>를 기획, 연출했다.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미술인들의 마련한 헌정 전시 <다시, 건너간다>가 열렸다.
2012년
새 앨범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발표했다. 정태춘 사진전 <비상구> 전을 열었다.
이후, 노래 창작을 접고 <붓글> 작업을 하고 있다.
2019년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12집 <사람들 2019>를 발표했다.
시집 『노독일처』 (복간), 『슬픈 런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천년의 시작)를
출간했다. 4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날자, 오 리배>가 전국 22개 지역에서 개최되고 기념 전시 <다시, 건너간다>, 헌정 출판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발간, 학술대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태춘 박은옥40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정태춘 경기도 평택 출생. 1978년 1집 앨범 [시인의 마을]로 데뷔. 한국 대중음악상 공로상 수상.
** 이 노래들은 2024년 6월 인터넷 음원 사이트에 공개, 발매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