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처에서 삼 십 년이 넘게 살면서 변호사로 법의 밥을 먹어왔다. 칠십 고개를 넘으면서 밥벌이를 졸업하고 마지막 거처를 어디로 할까 생각 했다. 도심 속에서 살던 대로 마지막까지 존재하는 방법이 있었다. 친한 친구들과 모여 수다도 떨고 놀이도 같이하면서 여생을 즐기는 방법이다.
두 번째가 실버타운이고 세 번째가 바닷가에서 혼자 사는 것이다. 나는 지난 이 년간 살던 실버타운을 나왔다. 시설에 대해서는 만족했다. 바다가 보이고 편의 시설을 갖추었으면서도 비용이 저렴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보다는 절제 되고 소박하다고 느꼈다. 직원들에게서도 상업적인 미소가 아니라 진심을 느끼기도 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종교인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은 일이 수도생활이라고 했다. 감사했다. 다만 문제는 이웃과의 소통이었다.
한국인인 나는 같은 칠십 대인 일본인 히라노유우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실버타운을 나오게 된 동기도 비슷하다. 겉에서 보는 실버타운은 천국 같았다. 그러나 첫날 공동식당에 갔을 때 그 꿈은 바로 깨졌다. 식당의 공기는 어두운 회색이었다. 핏기가 없고 주름살이 가득한 노인들이 침묵 속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밀차나 쌍지팡이를 짚고 오기도 하고 파킨슨 병에 걸린 노인이 혼자 힘겹게 밥을 먹고 있기도 했다. 나는 갑자기 ‘워킹 데드’라는 미국 드라마 속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죰비사회를 그린 드라마였다. 분명 그런 느낌이었다.
나의 경우는 음식이 점점 맞지 않았다. 주방을 맡은 여성이 정성 들여 시골 집밥을 만들어 주었다. 노인들을 위해 자극적이지 않도록 국과 반찬을 만들었다. 그러나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져 버린 내게 그 음식들은 입에 맞지 않았다.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되지 않았다.
바깥에 나가 식당에서 사 먹는 때가 많았다. 결론적으로 소통이 힘들고 밥을 사먹으면 실버타운이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노인들에게 다가서면서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구십대의 한 노인은 그곳은 저승 가는 중간의 대합실이라고 했다. 죽으려고 그곳에 들어왔다는 노인들도 여럿이었다. 그들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살아온 삶이 다르고 인생관과 가치관에 차이가 많은 노인들은 소통할 공통의 소재가 없었다. 인격 미달의 노인도 보였다. 인간은 늙어도 변하지 않았다. 저질의 노인 한 명이 흙탕물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식들은 부모가 천국에서 사는 걸로 착각하고 오지 않지만 노인들에게는 외로움의 지옥일 수 있었다. 그들은 고독과 완만한 죽음이 있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화려한 무덤가에서 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꽃도 같은 종류만 모이면 질린다. 섞여 있어야 아름답다. 아무리 예쁜 꽃병이라도 시들어 버린 꽃들만 가득 꽂혀 있으면 추하고 서글프다. 실버타운에서 그런 걸 느꼈다.
이제야 그때가 좋았다는 걸 알았다. 어린 시절 손자 손녀들이 병아리떼 같이 오골거리고 아빠 엄마들이 있고 집안 어른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다.
설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세배를 하고 떡국을 나누었다. 이제야 그 시절이 좋았던 걸 깨닫는다.
첫댓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같이 어울리고 부딪치고,, 싸우고 맛난거 먹고,,, 그러면서 사는게,,,ㅋㅋㅋㅋ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지만 은퇴 후 어찌 살지 고민을 가끔 하곤 합니다 ㅎ
혼자 실다 나이든 사람들은
사실상 독거로 죽거나
실버타운에서 죽거나
요양원에서 죽거나 하겠죠
이미 핵가족으로 부모 모시려는
자식들도 별로 없다고 하니 말이죠
실버타운도 단순히 집단 거주공간만으로 구성할게 아니라
다양한 공간구성으로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예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실버타운을 하나 만들까 생각도 해봅니다 ㅋㅋㅋ
노년을 생각안하고 싶지만 이젠 가까운 미래에 있다는것이 슬퍼요 ㅜ
이곳 사사모에도 50대 젊으신데 부고글 가끔 올라오잖아요..질병과 죽음이 결코 멀리있지않다는거죠~~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요~ㅎㅎ
작년에 같이 즐겁게 캠핑했던 후크님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ㅠㅜ
실버 타운은 건강해야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나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모두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해요 ㅎㅎ
백세 시대 라는데 할머니 얼굴로 20~30년 살기 싫어요ㅠㅠ
할머니가 되셔도 여전히 예쁘게 남으셔야죠 ㅎㅎ
세월이 이리 빨리가니 죽음이 아주 먼 일이 아니죠.
조력사망도 합법화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옹알거려봅니다.
찬성입니다. 자유롭게 사고 할 수 없고 남에게 의지해야 지속되는 삶은 삶이 아니기에...
배우자가 있으면 노년이 덜 외롭겠어요
일상은 맘에 맞는 배우자랑 서로 의지하며 살면서
때때로 교류할 이웃과 친구들이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죠
운동같이했던 동생 아버지가 팔십대중반이신데..신문지와잡지서 사람얼굴 오려서 판대기에 붙여 거실소파에 쭉늘어놓고 판대기들과 얘기나눈다고 해서 씰데없이 혼자여행만 다니지말고 돌아가신뒤 후회하지말고 집들어가서 아버지모시고 운동이나 다니라고 조언했어요. 노년엔 자식이 돌봐드려야죠.
우리 세대가 부모를 돌봐드리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지...
우리 세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자식에게 돌봄을 받는 것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아서 ㅠㅜ
그러게요
나이드니 가끔 여러모임마다 본인은 비싼 실버타운 예약대기라고 떠드는 사람들 있더라구요~ㅜ
저희집 엄마 요양원 문제로 갈팡질팡 할때 친구말,
"바보야~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구성원이야~~"
덜아픈 사람은 더 늙은사람 보며 결국 나의 미래~
그러니 그 분위기가 어떨지 ㅜ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아무리 시설 좋고 유명 셰프와 전문의들이 상시 대기하는 곳이라도
구성원들과 맘에 맞지 않으면
세상 그런 지옥이 없다고 하네요
특히 노년에는
근육이 급격히 소실되듯
사고의 유연성도 완전 떨어지기 때문에
다툼과 갈등의 해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ㅠㅜ
삼겹살에 소주라도 좋으니
지적인 토론을 같이 하고
늙음과 죽음의 애환을 함께 나눌 마지막 동지들과 어울리는
실버타운에서 살면 좋겠다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얘기들이
곳곳에서 들려 오더라구요...ㅠㅜ
이러나 저러나 정답은 없지만,
이래서 가족은 있어야하나 생각은 들어요^^;
혼자 또 같이
그게 정답인 것 같긴 한데...
어렵네요...ㅎ
그래도 반은 천국이라니 좋은거네요
현실은 원래 지옥인데~
긍정적인 사고 매우 바람직 하십니다. ㅎㅎ
늙음은 자연의 섭리 이니 어쩔수 없지만, 요즘 과연 오래사는게 축복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부터 라도 멋진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많이 감사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의 늙음을
특별한 축제로 즐기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베스트 댓글이십니다.
먼 훗날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야겠습니다ㅎㅎ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
더 나이들면 실버타운 가려고 생각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실버타운보다는 깨끗한 경기도 신도시에 살거나.
타운하우스 사는 방향으로 목표를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
좋은 글 감사드려요 ^^~
10년 20년 넘어 우리네들이 실버타운을 들어갈때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
노후를 편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제 2의 쉼터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