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a. | In America I studied linguistics. |
b. | I studied linguistics in America. |
(1a)와 (1b)의 문장은 각각 아래 질문의 답이 된다.
2) | a. | What did you study in America? |
b. | Where did you study linguistics? |
따라서 (1a)에서는 초점이 되는 'linguistics'가 신정보이며, (1b)에서는 'in America'가 신정보인 것이다. 이와 같이 화자가 알려고 하는 신정보가 뒤에 나오며 이를 문미초점(end-focus)라고 한다. 이러한 정보의 차이는 발화인 경우에 억양(intonation)에 의해서 나타난다. 즉, 하나의 억양단위(tonal unit)에서 억양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부분이 바로 신정보를 담고 있는 초점이 되는 것이다.
이 강의에서는 의미론적 전략을 이용한 문미초점 만을 다루기로 하겠다. 따라서 3형식 문장을 4형식으로 바꾸거나 능동태 문장을 수동태의 문장으로 바꾸거나 하는 것들이 기계적인 전환이 아니라 문비초점을 두기 위한 의미론적 전략임을 밝히고자 한다. 특히 맹목적으로 암기하였던 문장의 문법성에 대한 판단 여부도 문비초점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능동태와 수동태의 차이는 정보가치가 어느 곳에 있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주1)
3) | a. | Shakespeare wrote that play. |
b. | That play was written by Shakespeare. |
(3a)에서는 'Shakespeare'가 구정보이고 'that play'가 신정보이지만, (3b)에서는 'that play'가 구정보이고 'Shakespeare'가 신정보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능동태의 문장을 수동태로 바꾸면 초점이 문장의 뒤로 이동되어 'by' 이하가 초점을 갖게 된다. 따라서 아래 (4a)에 대한 대답은 문미초점에 의해서 수동태의 문장인 (4b)가 된다.
4) | a. | Where did you get the car? |
b. | It was given to me by my friend. (주2) |
이러한 이유로 행위자(agent)가 신정보인 문장을 쓸 때는 수동태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5) | A chill had come to the pride and confidence of Rome. In 270-275 Rome, which had been an open and secure city, was fortified by the Emperor Aurelian. |
(5)에서도 글을 쓴 사람은 'the Emperor Aurelian'가 가장 중요한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문장의 뒤에 놓은 것이다.
수동태 문장에서 행위자가 종종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6) | a. | Oranges are grown in California. |
b. | No details were revealed. | |
c. | He was taken to jail. |
(6)의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by' 이하의 행위자가 생략된 것은 그 행위자가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될 수 없거나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6a)의 경우에는 'in California'에 신정보가 있는 것이고 (6a)와 (6b)의 경우에는 동사 'revealed'와 'jail'가 신정보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동태 문장에서는 행위자가 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며 행위자가 더 이상 신정보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행위자를 생략하고 대신 부사나 동사가 신정보 역할을 하게된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 3형식 문장을 4형식으로 혹은 4형식 문장을 3형식으로 전환하는 연습을 많이 하였다. 문장의 형식을 바꾸었을 때 달라지는 의미의 차이보다는 기계적인 연습에 몰두하였다. 제3장에서는 먼저 형식 전환에 관하여 구문론적인 언급을 간단하게 하고 나서 3형식 문장과 4형식 문장의 의미론적인 차이에 관하여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7) | a. | The waiter brought a huge plate of salad to us. |
b. | The waiter brought us a huge plate of salad. |
(7a)는 3형식 문장이지만 (7b)는 간접목적어인 'us'를 앞으로 보낸 4형식 문장이다. 따라서 3형식 문장을 4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V + NP1 + 전치사 + NP2'를 'V + NP2 + NP1'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NP1과 NP2의 순서가 바뀌어 지는 것은 수동태에서 예와 같이 구성요소들의 정보가치의 차이로 설명이 가능하다. 다음의 예를 보자.
8) | a. | Pass the salt to me, please. |
b. | Pass me the salt, please. |
우리는 어떤 경우에 (8a)의 문장을 사용하고 어떤 경우에 (8b)의 문장을 사용할까? 만약 여러 명이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고 가정하자. 그때 여러분은 소금을 달라고 (8b)와 같이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 소금을 들고서 누가 달라고 했는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여러분은 다시 (8a)와 같이 말할 것이다. 이는 (8a)에서는 'to me'가 새롭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신정보이고 (8b)에서는 'the salt'가 신정보이기 때문이다. (주3). 이러한 정보차이를 이용하여 다음 문장들의 문법성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다.
9) | a. | We sent it to John. |
b. | *We sent John it. (주4) |
왜 (9b)의 문장은 (9a)에서 간접목적어를 앞으로 이동한 문장인데 왜 비문법적일까? (주5). 일반적으로 대명사는 앞에 나오는 명사를 나타내는 대용어이므로 신정보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명서 'it'은 (9b)에서처럼 신정보의 위치인 문장의 뒤에 나와서 문비초점이 될 수 없으므로 비문법적이 되는 것이다.
(10) We sent the box to her.
그러나 (10)은 비록 대명사가 신정보 위치에 나오지만 문법적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대조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10)은 'to him'이 아니라 'to her'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There are many books there.'에서 앞에 나오는 'there'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뒤에 나오는 'there'은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있다. 앞의 'there'과 같이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고 문법적 역할만을 하는 'there'을 비인칭 'there'라고 한다. 이러한 'there'가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자.
11) | a. | There is a book on the desk. |
b. | A book is on the desk. | |
c. | *There is the book on the desk. |
문맥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아래 문장에서 (11a)를 (11b) 보다 선호하며, (11c)는 비문법적인 문장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부정관사와 함께 나오는 명사는 처음 언급되거나 새로운 정보를 갖는다. 따라서 부정관사가 있는 'a book'은 신정보의 역할을 하므로 처음 언급될 때는 문비초점 위치에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책상 위에 책이 한 권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영어로 직역하면 (11d)와 유사할 것이다.
11) d. _______ is a book on the desk.
그러나 우리말과 달리 영어는 주어의 위치가 반드시 채워져야 하므로 (11d)의 빈자리에 'there'를 넣은 것이다. 그러므로 (11b) 보다는 (11a)가 자연스러운 문장인 것이다. 또한 (11c)가 비문법적인 이유는 정관사와 함께 나온 'the book'이 문비초점으로 이동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비인칭 'there'도 신정보를 지닌 요소를 문비초점화 하려는 의도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아래 (12)의 동사구인 구절동사(phrasal verb)는 동사와 소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의 동사구는 동사와 전치사로 구성되어 있다.
12) | a. | At last they turned on the light. |
b. | All the tourists took out their cameras. | |
13) | a. | The passengers were hoping for a good crossing. |
b. | They called on the man. |
일견 (12)와 (13)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문론적으로 중요한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12)에서 소사와 목적어의 위치를 바꿀 수 있지만 (13)에서 전치사와 목적어의 위치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14) | a. | At last they turned the light on. |
b. | All the tourists took their cameras out. | |
15) | a. | *The passengers were hoping a good crossing for. |
b. | *They called the man on. |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소사는 일종의 부사인 내용어(content word)이므로 문비초점을 가질 수 있어서 문장의 뒤로 갈 수 있지만, 전치사는 기능어(function word)이므로 문비초점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15)의 문장들은 비문법적인 것이다. 그러나 (14)의 모든 문장들이 소사와 목적어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6) | a. | They turned the light on. |
b. | They turned on the light. | |
c. | They turned it on. | |
d. | *They turned on it |
우리는 (16d)의 문장이 비문법적임을 알고 있다. 즉 목적어가 대명사일 때는 소사와 위치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앞에서 배운 (9b)의 문장 '*We sent John it.'이 비문법적이라는 것과 동일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즉 대명사는 신정보의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문미초점의 위치로 이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16d)의 비문법성도 문미초점이라는 제약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초점이 되는 요소들을 뒤에 두려는 문미초점으로 문장전환과 문법성 여부를 설명하였다. 여기에서는 부사구가 문장 앞으로 가서 발생하게 되는 문미초점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7) | a. | He jogs in the morning. |
b. | In the morning he jogs. |
(17a)는 'in the morning'에 초점이 있고, (17b)는 'jogs'에 초점이 있다. 물론 (17b)의 경우에 앞에 나오는 'in the morning'이 하나의 억양단위를 이루므로 그곳에도 문미초점이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사가 문장 앞으로 이동하면서 주어와 동사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 다음 문장을 비교하여 보자.
18) | a. | John ran into the house. |
b. | Into the house John ran. | |
c. | Into the house ran John. |
(18b)와 (18c)의 차이는 문미초점의 차이이며 문법적으로는 둘 다 옳은 문장이다. 그러나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19) | a. | A tree stands in the yard. |
b. | In the yard a tree stands. | |
c. | In the yard stands a tree. | |
20) | a. | A tree is in the yard. |
b. | In the yard is a tree. | |
c. | *In the yard a tree is. | |
(19)와 (20)에서 유독 (20c) 만이 비문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명사나 동사와 달리 BE-동사는 완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여 단독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 따라서 내용어의 역할을 못하고 전치사나 접속사와 같은 기능어의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그러므로 문미초점이 되는 위치에 나올 수가 없으므로 (20c)는 비문법적인 문장이 되는 것이다. 끝으로 문맥에 따라서는 부사구가 앞으로 나오지만 주어와 동사의 도치가 자유롭지 못하고 문미초점이 되는 경우에만 도치가 일어나는 경우를 살펴보자.
21) | Keith Sebastian had given me detailed instructions on how to find his house; he was to meet me there with the money. I drove up the driveway and got out of my car. Just as the car door closed, I heard the main door to the house open. _______________. |
밑줄 위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밑줄의 범위를 줄여서 '( ) stepped out of the house.'라고 한다면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Keith Sebastian'이지 다른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필자는 'Keith Sebastian'을 만날 것을 기대하고 따라서 그 사람은 더 이상 신정보 아니므로 문비초점이 아닌 문장 앞에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Out of the house stepped ( ).'라고 주어진다면 괄호 안에 들어갈 사람은 'Keith Sebastian'이 아닌 전혀 뜻밖의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괄호는 문미초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부사구가 문장 앞에 나올 때에 문맥에 따라 다시 말하면 초점에 따라 도치가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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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능동태와 수동태의 차이를 주제의 차이(theme : rheme)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주2) (4a)에 대한 대답은 문미초점에 의해서 일반적으로 (4b)이지만, 'My friend gave it to me.'와 같이 'My friend'에 억양과 강세의 변화를 주어서 신정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강의에서 억양을 이용한 초점이동 구문은 다루지 않겠다.
(주3) 물론 'Pass me the salt, please.'의 문장에서 'me'에 억양과 강세를 주면서 발음하면 'Pass the salt to me, please.'와 동일한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다.
(주4) '*'는 비문법적인 문장을 나타낸다.
(주5) (9b)의 문장은 영국식 영어에서는 문법적인 것으로 받아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