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물리 영재들이 그동안 닦아온 기량을 뽐내는‘2007 국제청소년물리토너먼트대회(IYPT)’가 지난 5일 경원대 아름관에서 개막, 현재 대회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1987년 첫 대회 후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IYPT는 올해 한국대회에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25개국에서 300여 명이 참가, 매머드급 물리경연대회임을 입증했다. 기존의 물리올림피아드와 달리 5명이 한 팀을 이뤄 리그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대회는 17개 과제에 대한 탐구 활동과 결과를 영어로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승부를 낸다. 이 대회는 참가자뿐 아니라 준비하는 인원들까지 매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하기 때문에 대회의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원활한 운영이다. 이번 대회의 총 살림을 맡은 박원웅 운영위원장(경원대 물리학과 교수)을 만나 대회 전반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이번 대회 준비는 어떻게
이 대회의 준비과정과 지금까지의 진행결과를 보면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로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과학을 공부하면서 예술이라든가 기타 다른 분야의 문화적인 요소들을 접하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어서 폐막식엔 우리 경원대 오케스트라, 하모니카의 전재덕, 퓨전음악가 이꽃별 씨를 초청, 연주회를 마련했다. 이런 기회가 물리학도들의 창의성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 박물관, 민속촌, 인사동 투어 등도 스케줄로 잡혀 있다.
- 이번 대회의 참가국과 규모에 대해서 한 말씀
기본적으로 IYPT는 유럽과 비유럽권으로 나뉘어서 한 번씩 개최가 된다. 그 다음에 자원하는 국가부터 개최하도록 결정된다. 이번 우리나라 대회에도 21개국 300여 명의 인원이 참가했고 중국, 이란,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4개국이 옵서버를 보내왔다. 아쉽게도 러시아가 대회 바로 전날 불참을 통보하고 옵서버만 보냈다. 또 벨라루스, 인도네시아, 멕시코, 남아공 등도 불참했다. 러시아는 이 대회의 종주국으로서 매년 두 팀을 보냈는데 자국의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여비 문제로 불참한 것 같다. 특이할 만한 것은 그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중국이 옵서버로 참가했고 내년에 정식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 다른 올림피아드와 비교해서 이 대회만의 특징이 있다면
이 대회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르다. 그 중 기존의 올림피아드와 비교해 가장 다른 점은 올림피아드는 주로 문제를 푸는 개인경기지만 이 대회는 단체경기에 해당한다. 이 대회도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지만 무조건 한 개인이 잘한다고 해서 팀성적이 올라가는 방식이 아니다. 토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협동심, 역할분담능력 등도 중요하다. 특히 상대방과 똑같이 잘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실력 못지 않게 작전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다.
- 그 이유는
총 17개의 문제가 출제되는데 일부 문제는 어렵거나 실험이 까다롭다. 따라서 우리 팀이 상대방에게 어떤 문제를 낼까? 하는 고민도 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강점을 나타내고 약점은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만약에 내가 이런 문제에 약하다면 그것을 상대방에게 숨겨야 한다. 상대방의 약점이 무엇일까도 추리해야 한다. 이것들이 작전의 개념이다. 아울러, 모든 승부가 토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원활하게 토론이 진행되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을 이겨야겠지만 무조건 누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 현재 예선 결과는
이 대회는 물리토너먼트라는 대회 명칭을 사용하지만 실제론 리그전으로 진행된다. 각 팀이 총 5번의 경기를 하게 되는데 매 경기마다 나오는 점수를 합산, 상위 3개 팀만이 결승에 진출한다. 오늘 집계한 결과를 보면 호주가 총 226.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호주는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통적으로 독일과 폴란드 등 유럽세가 강하지만 호주, 뉴질랜드 등이 새롭게 강국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 다음에 우리 한국 2팀(224.3)이 2위, 뉴질랜드(222.4)가 3위를 차지, 이 3팀이 결선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 팀은 영어에 능숙한 경기과학고(1명)와 부산영재고(4명) 학생들로 구성됐는데 영재고는 지난해 국내 KYPT 우승팀이다.
▲ 예선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투어에 들어갔다. 대회 장소인 경원대 아름관 앞에선 박 교수. ⓒ
- 심사위원 구성은 어떻게
한 그룹에 7∼8명 정도 심사위원들이 입회한다. 이 심사위원들 56명에다 다른 대기 중인 심사위원들이 있기 때문에 약 60명이 된다. 구성은 각 팀마다 IOC 위원이 있어서 그들과 각 나라의 독립심사위원들이 있다. 또 개최국에서 일부의 심사위원들을 보충하고 각 팀에서 팀 리더들이 있기 때문에 이 인원들을 보충하면 60명의 심사위원단이 구성된다.
- 이번 대회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대회 둘째 날에 환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이 대회엔 먼 나라에 온 학생들이 많다. 자국에서 대회 준비하느라 지친 데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느라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 같다. 여기에다 기후도 다르고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되어서 학생뿐 아니라 인솔 교수와 선생들도 몸져누운 일들이 발생했다. 한 학생은 벌레에 물려서 다리가 퉁퉁 붓기도 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왕진을 나와서 치료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먼 시간 동안 비행기 여행을 하고 온다는 생각을 미처 못 한 것이 잘못이며 프로그램은 좋은데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간다는 불평들이 나오기도 했다.
- 이 대회의 효과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물리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일부 천재들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모든 일반적 현상들을 관찰할 때, 굉장히 재밌는 현상을 접할 수 있는 것이 물리다. 이 IYPT 대회의 문제 유형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왜 하늘은 파란 색일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라는 주제로 문제가 출제되며 이런 유형의 문제들은 학생들에게 풀고자 하는 호기심을 높이게 된다. 따라서 이 대회에 출제하는 문제들은 특정한 답이 없기 때문에 고교, 대학, 대학원 수준에 맞게 결과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또 자랑스럽게 그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 향후 계획은
일단은 이 대회가 많이 알려져서 이런 방식의 교육이 우리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교육 방법 중의 하나로 확산되었으면 한다. 실제로 국내 KYPT 대회가 과학고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고 교육방식이 약간씩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한 교육을 지향하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울러, 국내 KYPT 대회도 거의 영어로 진행을 한다. 이렇게 되면 물리는 잘 하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들의 출전기회가 없게 된다. 이를 위해서 우리말 대회를 추진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