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부암을 원찰로 두면서 그 곳에서 멀지 않은 중암암은 다행히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인드라망 가족들과 함께한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글은 2009년 7월 관음재일에 참선반 도반이던 양 거사님과 함께 다녀온 날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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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 내릴 비를 한 철에 다 쏟아붓는 건지 장마는 좀체 끝이 나질 않는다.
잠시 빤한가 싶으면 또 한 바탕 거칠게 쏟아 붓기를 보름 넘게 반복하고 있다.
목요일은 윤오월 관음재일, 여느 달과 다름없이 팔공산 깊은 골에 자리 잡은 운부암을 찾았다.
오늘은 늘 보이던 부산 신도님들이 대거 불참이다.
이날도 부산에는 비 피해가 속출해 출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예불을 시작할 때만 해도 햇빛이 나더니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숲이 피운 안개가 순식간에 도량을 감싼다.
탑이 젖고, 막 피기 시작한 배롱나무 분홍꽃이 젖는다.
한적한 산사에서 올리는 우중의 예불, 목탁소리도 염불 소리도 점점 깊어만 간다.
▲ 운부암 원통전
예불을 마치고 둘러보니 우리 카페 법성님이 보화루에 깔아 두었던 자리를 걷고 계신다.
관음재일은 빠짐없이 동참하는 분이다.
지난 늦겨울, 세번째 봉정암 참배 시에 담아오셨다며 손수 찍은 사리탑 사진을 가져 오셨다.
표구까지 마친 귀한 사진을 선물로 주셨다.
아직 봉정암에 가 보질 못했다고 하니, 이걸 걸어두고 발원을 하면 꼭 가게 될 거라며,
인드라망 사찰순례 시에 봉정암 순례를 넣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주셨다.
▲ 법성님이 지난 겨울 찍어 오신 봉정암 불사리탑, 뒷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점심 공양을 마친 뒤, 참선반 도반인 양 거사님과 함께 중암암 가는 길에 있다는 폭포를 보러 갔다.
지금처럼 비가 잦으면 수량이 풍부해 볼만할 거라고 했다.
오늘은 꼬맹이 하교시간까지 넉넉해 같이 가 보기로 했다.
길은 저수지에서 갈라진다.
간간이 뿌리는 비로 인해 급경사의 꼬부랑 길이 꽤나 미끄럽다.
기어를 1단으로 하고 천천히 오른다.
운부암 길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치 험한 길이다.
아마 초행이고 빗길이라 더욱 그리 느낀지도 모르겠다.
▲ 중암암 폭포
한참을 올라 도달한 곳.
폭우가 아니라서인지 수량이 많지를 않았지만 하얗게 미끄러져 내리는 물줄기가 볼만했다.
이 산중에 이름도 없는 폭포라니....
떨어지는 폭포 소리와 젖은 숲의 냄새와 심심찮게 피어 있는 야생화,
그리고 숲속을 달려 소슬할만치 불어오는 바람....
감각이 깨어나고 의식이 또렷해진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다.
중암암까지 올라가 보기로 한다.
차량이 비킬 장소가 거의 없는 외길이며 급경사 길이다.
은해사에서 4.2킬로라니 산길로는 제법 되는 길이다.
몇 굽이를 돌아 올라가자 아담한 주차장이 나온다.
곳곳에 안내 판이 붙어 있다. 법당 가는 길이다.
▲ 중암암 해우소, 전국에서 제일 깊다는 도량 안의 해우소가 아니라 주차장 옆 해우소. 전통양식으로 잘 지어져 있다.
▲ 중암암 가는 길 주변의 바위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바위이다. 산도 바위, 길도 바위.
비에 젖어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나아간다. 130m라고 하니 금방이겠지.
중암암은 은해사 산내 암자이다.
신라 흥덕왕9년에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중암암(中巖庵) 이라는 이름보다는 돌구멍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다 보니 물을 먹을 수 있는 작은 샘이 곳곳에 있다.
비가 와서 물은 마실 수 없었지만 험한 산길을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가 싶다.
▲ 소운당
지나가시던 행자님께 여쭤봤더니 소운당은 주지스님의 수행처라고 한다.
이름에 붙은 구름 雲자가 정말 잘 어울려 보인다.
어디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구름은 바위뿌리에서 솟는다던가.
잘 생긴 바위의 뿌리 쯤에 소운암은 아슬히 붙어 있다.
이곳은 경관이 아름답지만 위험한 길이다.
언뜻 중국의 황산이 생각날만치 바위와 좁은 길과 낭떠러지가 섞여 있다.
그래서 걸을 때는 풍경을 보지 말아야 하고,
풍경을 감상할 땐 걸음을 멈춰야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건 아무래도 무모한 짓이다.
소운당을 지나 조금 걷자 돌 구멍 사이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돌 구멍 옆에는 천왕문이란 표석이 서 있다.
이 바위문이 천왕문!!
12년 전, 갓바위 도반과 함께 이곳을 한 번 다녀간 적이 있다.
그때는 지금 올라왔던 길과는 반대로 갓바위에서 중암암-백흥암-운부암의 순서로 순례를 갔었다.
한창 갓바위에 기도 다니던 그 시절이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그 때에도 두 사람 다 기도의 끈 만은 놓지 않고 있었다.
하루 종일 묵언으로 일관하던 동행, 꾸벅꾸벅 절만 해대던 그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 중암암
천왕문을 통과하자 작고도 예쁜 암자가 나타난다.
바위를 등지고 벼랑 끝에 지어져 있다.
좌복을 한 줄 밖에는 놓을 수 없는 좁은 법당, 좁은 툇마루, 좁은 마당, 그리고 담장 밖은 절벽이다.
뒤도 앞도 모두가 산이다.
젖은 기왓골 위로 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다.
12년 만에 다시 뵙는 부처님, 그때의 불상이신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작은 법당 안에는 누군가가 밝혀 놓은 초가 타고 있다.
고즈넉한 산사, 먹은 마음도 없이 불현듯 찾게 된 이곳,
백팔배를 하는 동안 십여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좀 저려온다.
그 시절의 나는 참 절박했었지....
▲ 법당 안의 원불이 안치된 유리에 밖의 기와지붕이 그대로 비친다.
이곳, 기억난다. 천태난야(天台蘭若)라는 편액이 붙어 있는 삼성각이다.
산신, 나반존자, 칠성이 모셔져 있다.
난야는 물론 수행하기 좋은 적정처의 뜻이다. 앞의 천태는 나반존자를 일컫는다.
천태산에서 홀로 수행하셔서 붙은 이름이다.
법당 바로 곁에 붙어 있는 정말 자그마한 천태난야이다.
참배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종무소 지붕 위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환영인사라도 나온 것인지, 좀체 날아가지 않는다.
까치 뿐이랴. 이 우중에도 새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힌다.
꼭 녹음해 둔 숲속 새들의 합창을 재생시켜 놓은 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저귐이다.
건물이라고는 법당과 법당에 붙어있는 천태난야, 그리고 발 아래로 보이는 종무소 건물이 전부이다.
나머지 전각은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대신한다.
젖은 기왓골이 얼마나 예쁜지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저 까치도 그래서 계속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개가 자욱해지는가 싶으면 또 금세 앞산이 드러나고, 풍경이 좀 또렷해지나 싶으면 또 안개에 감싸인다.
"나 지금 웃고있니?"
"그래, 너 웃고 있어." ㅎㅎ
돌구멍 절답게 풍경 속의 물고기도 돌을 사랑하나 보다.
하늘이 아닌 돌을 보며 웃고 있다.
이곳 돌구멍절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깊은 해우소가 있다고 들었다.
우스개 소리로 정월 초하루에 볼일을 보면 섣달 그믐날이 되어야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농담 했다던 어느 스님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온다. ^^*
같이 간 양 거사님의 설명으로는 그 해우소가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절벽 사이에 해우소가 있어서 볼일을 보면 그대로 절벽 속으로 떨어진다고 하니...
자세한 건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다.
▲ 안개속에 희미하게 드러난 산 능선이 담묵화 속의 풍경같다.
저 위에는 삼층탑도 있고 만년송도 있고 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바위도 있다고 들었는데, 바윗길이 무서워 다음을 기약하고 그냥 내려오기로 했다.
나오면서 본 천왕문, 저 만치 전기공사를 도운 분들의 공덕비가 보인다.
이 높은 곳까지 전기를 끌어넣자면 참 고생들을 했겠구나 싶다.
늘 절문이 닫혀있는 백흥암은 그냥 통과해서 내려왔다.
올라 갈 때 못지않게 내려오는 길도 좀 힘이 든다.
포장과 비포장이 섞여 있고, 길가의 나무가지들은 물을 먹어 축축 늘어져있다.
그 가지들이 차창을 휩쓸고 간 자리엔 나뭇잎 썩은 검불들이 무수히 달라붙고...
드디어 저수지다.
은해사가 멀지 않았고 다 내려왔단 신호이다.
잠시 비가 그친 사이 수면은 거울처럼 잔잔해졌다.
산그림자가 곱게 비치기에 차를 세웠다.
일주일에 한번은 보게 되는 저수지이고 밟게 되는 길이지만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날마다 새롭고 느낌 또한 매번 다르다.
▲ 신일지
잔잔하던 수면이 수많은 동심원을 만든다.
다시 비가 내린다.
저수지는 그림자의 고요 대신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바뀐다.
은빛으로 튕겨 오르는 무수한 물방울, 산은 다시 안개를 솔솔 피워올린다.
이젠 내려 가야 할 시간,
아쉬움이 남지만 내일이면 다시 올라와야 할 길이다.
▲ 은해사 앞에서 마주 친 무주님
자주뵈니 좋아요
어제 보다는 날씨가 많이 풀렸지요 순례기 보며 팔공산 을 휙 돌아 봅니다 ^^
맞아요, 오늘은 제법 푹한 날씨입니다.
겨울 날씨가 이 정도면 좋은 거지요.
편안한 주말 밤 되세요, 송현님.
송현님 반갑습니다
손자가 벌써 제대. 축하드려요
어젯 밤에 출석 해놓고 새벽에 수정했는데ㅠㅠ
삭제 했나보네요
오늘 하루 바쁜일정 다 보내고 산골에 안착해서
짭짤하게 된장 끓여 밥을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뭔가 허전합니다
우리 만남은 늘 행복한 만남이길~~바래봅니다
어? 댓글 봤는데 없어졌나요?
맞아요, 앞으론 좋은일로 자주 봐요.
어제보다 따뜻합니다
고령읍까지가서 아구찜으로 아점때우고
화원장으로 한바퀴 운동삼아 휘리릭~
사진은 냉이김치ㆍㆍ
한번해보세요
지금이 최고 맛나지요
냉이김치가 먹음직스럽네요.
땅이 얼어 캘 수도 없을듯요.
레시피 올려보소
밭에 냉이가 천집니다
냉이김치##소금에 살짝 재워서 (꼭짜서)김장 양념 남은거에 젓갈+매실청+올리고당^^
또는
씻어서 끓는물에 넣고 쓱싹~(익히지말고 소독한다느낌으로)
꺼내서 찬물로
꼭 짜고 양념은 위와같이 (요건 빨리 먹어야함)
지금이 뿌리가 질기지않아 좋아요
굵은건 칼집넣어 주세요
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