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는 프로듀싱을 맡은 이번 앨범에서 소녀와 개복치, 그리고 작고 낡은 요트가 함께하는 장대한 여정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성장 이론을 다룬 윤하의 이번 '그로우스 띠어리'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더 나은 연대를 통한 공존을 모색한다. 이건 사실 믿음의 문제다. 희망을 노래하면 언제가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신뢰. 윤하는 이걸 추동력으로 삼아 이론 아닌 노래를 통한 실천을 모색한다. 해안가에 위치해 폭풍 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파제 같은 역을 하는 맹그로브 숲처럼 음악이 우리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는 의지를 심어주며 믿음의 나무가 자라게 만든다. 생태계의 복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건 건강한 우리 대중음악 시장의 맞닿아 있기도 하다. 장르 편중이 유독 심한 국내 음악계에서 윤하는 자신의 음악으로 개복치처럼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뚝심 있게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이번 앨범은 지구에 포커싱을 맞춘 느낌이 있습니다.
"완전한 스토리는 리패키지에서 공개할 예정인데요. 지난 앨범 리패키지부터 조금 더 세밀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소녀가 있어요. 저를 투영한 걸 수도 있죠. 이 친구가 지구에 충돌해 오는 혜성과 교신을 하는데 그 혜성이 소녀를 보고 블랙홀로 들어가 희생을 하는 장면들이 그려지는 내용이 있거든요. 계속 교감을 했었던 혜성이 블랙홀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오랫동안 절벽 끝에 있었던 소녀가 현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스토리예요. 그런 것들을 언제까지 그리워할 수 만은 없으니까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서 정신을 차리는 거죠. 이후 시간이 바다 위에 절벽 위에 있고 '나는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다가 '맹그로브' 나무를 보고 용기를 얻죠.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내용이에요."
-'사건의 지평선'이 너무 화제가 돼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을 거 같아요.
"차트 톱100에 들어왔을 땐 안도감 같은 게 있었어요. '열심히 사니까 이렇게 들어주시네'라는 우쭐한 느낌도 들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막 (차트 성적이) 올라가는데 무섭더라고요. 1위에 계속 안착하고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으니까 '아 여기까지는 내가 노력하는 걸로 얻어지는 성과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건 그냥 운의 영역이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거기에서 부채의식을 좀 많이 느끼게 됐고, 거기에서 오는 부담감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어떤 노력을 해야 될까' '이렇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정도의 뭔가를 최소한 해야 될 것 같은데, 그게 뭐지' 등의 고민들에 빠지기 시작한 거죠. 그때부터는 초조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몸값을 올릴 게 아니라 빨리 작업을 해야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보통은 회사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잖아요. 비즈니스 관계다 보니까요. 하지만 회사에서 너무 흔쾌히 이해를 해주셨고 시간적 배려를 많이 받아서 호주에 가게 된 거예요. 사실 은하수를 보러 갔던 거였어요. 근데 거기에 우리나라에서 잘 볼 수 없는 맹그로브라는 신비한 나무가 있더라고요. 염수를 먹고 자라는 나무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무에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했어요. 몇 번의 썰물과 밀물을 계속 겪으면서 바다 생물도 왔다 가고 미생물도 왔다 가고 그들의 터전을 이루는 데 본인의 몸을 내어주고 많은 희생을 하는 것에 관심이 갔어요. 소금물에 담금질을 당하면서도 움직일 수 없는 나무의 인생은 어떨까. 여기에 인격을 부여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다 보니 제가 느끼는 것들이 작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내가 해야 될 일로 다시 돌아오자'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하게 됐죠. 어떤 분은 맹그로브 나무는 악취가 난다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라임 오렌지나무, 레몬 트리 같은 예쁜 나무들도 많지만 저는 맹그로브에 애착이 갔고 저 역시 응원을 받게 됐죠."
https://youtu.be/GsY9XSwZmxg?si=dqJ_WfdPrMKRB_2j
🎵💿맹그로브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는 개복치의 영문명 선피시(Sunfish)에서 따온 것이죠. 왜 그 수많은 물고기 중 개복치였나요.
"제게 감동의 포인트는 그런 데 있는 것 같아요. 개복치가 나약한 존재라 금방 죽는다 등의 이야기들은 알고 있었는데 영어 이름이 '선피시(Sunfish)'인 줄 몰랐어요. 이 친구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내용을 찾아봤는데, 몰랐던 것도 많고 오해도 있었고 이 친구가 생각보다 대단한 친구인 거예요. 보통의 물고기들은 본인의 범위가 정해져 있잖아요. 이 친구는 수면 위에서부터 심해 800m 정도에 이르기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다른 바다생물들에게 이득을 주기도 하고, 심해 생물이 가진 그런 발광체 기질을 가지고 있어요. 야광처럼요. 또 햇빛을 받아서 빛을 내기도 하는 존재인 거죠. 인간이 (개복치를) 가두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던 거고, 바다에서 정상적으로 살았을 땐 수명도 성체가 된 20년을 산다니까 제 20주년과 맞닿기도 했죠. 무엇보다 '이 친구가 바다의 태양 같은 존재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하늘같이 드넓은 대인배가 되고 싶고, 뭐든 할 수 있는 무한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아서 괴로운 순간들도 많아요. 그런데 하늘을 지향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하늘로 가는 바다 정도는 지향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바다의 태양 정도는 되고자 할 수 있지 않나 생각들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생기다 만 느낌도 있고, 외계인 같기도 하고, 해파리가 주식이라는 게 귀엽기도 하고… 자꾸 정이 가고, 제가 너무 동화돼서 이 친구(개복치)한테 이입하게 됐어요. 해수면부터 해저까지 수많은 층이 있을 텐데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고, 자신보다 큰 존재를 보며 낙담하는 게 아닌 자기가 낼 수 있는 빛을 내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s://youtu.be/ehX7MAhc5iA?si=DcTHzE8q0srOnTmz
🎵💿태양 물고기 (타이틀)
"연어 같은 경우 바다로 나갈 때 사람들이 성인식을 치르는 것처럼 옷을 갈아입고, 몸이 은화가 되어 나간다고 들었다. 태양빛처럼 반짝이는 상태로 바다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신나서 나가는 그런 상황을 생각했어요. 올해 20주년이 두 번째 스무 살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키워드와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UzFh_xQgkxs?si=-Ii8wFD-RyBHCjMi
🎵💿은화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본인을 개복치나 맹그로브라고 여긴 적이 있는지.
"대부분. '사건의 지평선' 전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나만 알기 되게 아까운 가수' '늘 아쉬운 가수' '한 발짝 더 나아갔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가수'라는 댓글을 자주 봤어요. 처음에는 '뭔 상관? (댓글을 달아주는) 님이 알면 되지, 난 그거로 충분한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차츰 '우리 팬들 어깨를 펴 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막연히 했어요.
"고래, 상어, 개복치가 있으면 인기투표했을 때 무조건 고래가 1등 할 거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바오밥 나무, 맹그로브가 있으면 맹그로브가 1등은 아닐 거예요. 그런 것들에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 않나요."
-이번 앨범 가사에 영어가 거의 없어요. 우리말, 한글 위주로 많이 쓰십니다. '새녘바람'(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노래 제목을 처음 보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록스타를 동경해오다 보니까 '나는 왜 해외에서 안 태어났지' 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무조건 밴드가 기반이 되고 기타를 들면 인기가 있는 나라들이 있잖아요. 어린 마음에 원망이 들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시대가 그냥 좀 달랐던 것뿐이구나 생각해요. 인터넷으로 세계가 열려 있고 우리나라 가수들이 국위선양도 하면서 한국 음악을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이제는 너네도 한번 부러워해 봐라' 마음이 들어요. '이런 예쁜 말들이 우리에게 있어' 같은 거죠. 나만의 매력, 우리만의 매력을 찾다가 제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외국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거니까 여기에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노래에 부득이 영어가 들어가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로켓이라는 단어 같은 경우이거나, 뉘앙스와 리듬을 살리는 데 있어서 쓰긴 하죠. 하지만 가능하면 우리말로 작업을 하려고 해요."
-이번 앨범과 지난 앨범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이었나요?
"이번엔 좀 더 화려했으면, 좀 더 체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6집 앨범은 '인셉션'처럼 어떤 무의식이나 꿈에 들어와서 같이 듣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이번 앨범은 그냥 정말 바다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같이 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고, 이게 이게 판타지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믹스를 하는 데 있어서도 보컬을 뒤로 밀거나 그러지 않고 평평하게 앞으로 가져오는 방식들을 사용했습니다."
읽기 편하라고 기사를 통합해 편집했음
가져온 노래 말고도 전곡이 다 좋으니까 꼭 가사와 함께 들어보면 좋겠어. 많은 위로가 되더라고!
https://youtu.be/lQGzNlRrVpg?si=56rIeuUys4qJzE0x
🎵💿 전곡 유튜브 플리
00:00 맹그로브 🌳 03:00 죽음의 나선 🐜 06:56 케이프 혼 🏞 10:27 은화 🥈 13:13 로켓방정식의 저주 🚀 16:06 태양물고기🐟 19:45 코리올리 힘 🌏 22:51 라이프리뷰 🪧 26:02 구름의 그림자 ☁️ 29:00 새녘바람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902_0002871708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060225&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https://www.nocutnews.co.kr/news/6206033?utm_source=naver&utm_medium=article&utm_campaign=20240904081916
첫댓글 (솔직히 꼼꼼히 다 읽지는 못했는데..)
맨날 작곡천재인척, 남다른 감성인척 하면서 남 따라하고 표절하는 작곡가 컨셉 가수들이 많은데..
윤하는 자기만의 사유와 철학이 있고 오리지널리티가 있는것 같아요.
이런게 진짜 창작하는 가수죠
앞으로도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222 짜집기 가수보다 더 잘됐음 좋겠긔 ㅎ
333 노력하는 천재긔 노래 가사 컨셉 철학 다 좋긔
바로 노래목록에 추가했어요! 영어가 난무하는 노래속에 우리말, 한글로 예쁘게 쓰인 노래라니 너무 소중하고 좋긔
사건의 지평선으로 윤하가 노래 직접 만든다는거 알게 됐는데 진짜 곡들이 너무 좋더라구요 이번 앨범도 진짜 좋았긔 맹그로브 계속 반복중이긔
헝 노래 배경 들으니 더 갬동이긔
와 맹그로브 노래 너무 좋긔 천천히 다른 노래도 들어봐야겠긔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