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탐폰을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이물질을 몸속에, 특히 질 속에 인위적으로 집어넣는 행위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거부감(여기에는 처녀막이라는 일종의 흔적 기관의 지나친 신성화도 한몫합니다), 몸 내부로 연결된 공간에 이물질을 넣었다가 너무 깊이 들어가버려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탐폰을 처음 넣는 과정에서 흔히 시행착오로 겪는 불편함과 통증에 대한 불쾌한 기억을 꼽는 이가 많았습니다. 심리적 이유야 개인 성향에 따른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후자의 두 이유는 그 근원이 많은 이가, 심지어 여성조차 자기 몸의 구조를 제대로 몰라서 일어난 오해라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교과서든 인터넷이든 자궁 구조 혹은 여성 생식기관 구조를 검색하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것이 [그림1]과 같은 정면 구조입니다. 부드러운 역삼각형 모양의 자궁은 아래쪽으로 질과 연결됐고, 양쪽으로 뻗어나온 두 개의 팔과 같은 난관 끝에 달걀을 닮은 난소가 있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만 봐서는 질이 인체의 수직축과 같은 방향으로 놓여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직관적으로도 그래 보입니다. 대개 질은 무언가를 배출하는 역할을 많이 하거든요. 월경혈이 그렇고 출산이 그러하듯이요. 그래서 처음 탐폰을 쓰는 이 중에는 수직 방향으로 탐폰을 삽입하려다가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고 이 불쾌한 기억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러나 여성의 질과 자궁은 이렇게 수직선상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이는 [그림2]처럼 몸의 측면에서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의 골반 내부에는 방광과 자궁, 직장 등이 있습니다. 방광과 연결된 요관, 자궁과 연결된 질, 직장과 연결된 항문은 수직 방향이라기보다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는 직립보행을 하는 인체의 특성상 아주 당연한 ‘구조역학적’ 디자인입니다.
. 따라서 질의 각도는 신체의 수직축이 아니라, 몸의 앞쪽에서 시작해 뒤쪽 사선으로 비스듬히 올라가 있으며(그리하여 탐폰 사용의 올바른 방향은 몸의 수직축이 아니라, 앞에서 뒤로 올라가는 사선 방향입니다), 자궁경부는 질의 안쪽 끝부분과 거의 직각으로 꺾여 자궁은 반대로 몸 앞쪽으로 기운 상태로 있습니다. 이렇게 기울어 있어야 임신 말기로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는 태아의 무게로 인한 배출 압력을 효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향 자체가 꺾여 있고 평소에도 자궁경부는 월경혈이 흘러나올 정도의 틈만 겨우 있을 정도로 닫혀 있기에, 탐폰을 아무리 깊게 밀어넣는다고 해도 결국 자궁경부에 막혀 더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탐폰을 몸속에서 잃어버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죠.
자궁경부와 질의 굴곡진 만남
여담으로, 질과 자궁의 이런 직각에 가까운 구조적 위치는 임신 중에 태아를 잘 받치는 훌륭한 역학적 디자인으로 기능하지만, 막상 아기가 태어날 때는 꽤나 장애가 됩니다. 인간 여성의 출산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길고 고통스러운 것은, 인간 여성의 몸에 비해 태아가 상대적으로 큰 것도 한 이유지만, 사정없이 꺾인 자궁과 질의 연결도 한몫합니다. 출산시 태아는 자궁경부에서 진행 방향을 크게 꺾어 돌아 나와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궁경부가 열려 분만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에도 아기가 나오지 못하고 난산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발이 산도 쪽에 가까운 역아(逆兒)인 경우, 난산이 될 확률이 높은 것도 발부터 나오면 머리부터 진행할 때보다 방향 전환을 하기 훨씬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출산의 고통은 신성하거나 원죄적인 것이 아니라, 순전히 중력이 있는 행성에서 직립 구조로 살아가는 포유동물이 출산할 때까지 태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자연선택된 특성으로 인한 부작용일 뿐이죠. 흔히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한 모식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2차원으로 인쇄된 자궁 모식도를 아는 것과 내 몸의 3차원적 구조와 직립보행이라는 특성, 지구라는 환경의 세 교집합 사이에 어떻게 위치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은 다른 관점일 수 있습니다. 이를 알면 막연한 두려움은 줄고 선택과 이해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커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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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출처로
비혼 비출산이지만 내 몸의 구조를 제대로 아는 건 좋고, 흥미로운 기사라서 가져왔어
탐폰, 생리컵 둘다 쓰는데 질이 사선이라 탐폰을 아무리 밀어넣어도 자궁경부에 막혀 더 속으로 못 간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어 아예 그림2번을 처음봐
첫댓글 자궁 ㅈㄴ 째그만하노
오 좋은 정보 고마워
옆모습 궁금했었는데 진짜 유용한 정보다 고마워!!
와 옆모습 처음본다 신기해 ㅋㅋㅋ
남자 옆모습은 ㅈㄴ 많이봤는데 여성 옆모습 첨본다 고마워! 생리컵 애용자인데 더 안심할수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