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잘 타던 플라스틱 씨 카약 Zephyr160을 처분하고는 한동안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던 FRP재질의 씨 카약 Whisky16을 다시 꺼내서 타기 시작한지 2년 정도 되었는데요.
몇해 전 창고 정리하다가 오래 전에 사두었던 포터블 세일 WindPaddle을 발견하고는 바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제 나이 60이 되었을 때니까 '시의적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전에 타던 Zephyr160은 스케그(skeg)만 사용할 수 있고, 지금 타는 Whisky16은 스케그와 러더(rudder) 둘 다 사용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점점 WindPaddle을 더 자주 사용할 듯 싶어서 Whisky 16의 스케그 시스템은 폐쇄(?)하고, 발판을 고정해서 사용하는 피봇 타입의 발판 시스템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슬라이딩 타입의 발판 시스템으로 교체해버렸습니다.
아주 잘 타고 다닙니다.
조만간 등받이 시스템도 바꿔볼까 생각 중인데 만약 바꾸게 되면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2010년에 스케그와 러더 각각 장단점과 사용법에 대한 [장비가이드]를 쓴 적이 있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니 이걸 좀더 직관적으로 설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 이걸 하나로 묶어서 설명해보려고 해요.
이런게 정말 필요할까?
스케그(skeg)는 에스키모들이 만들어 썼던 오리지널 카약에는 이런게 없었죠.
러더도 마찬가지고요.
한참 후에 영국사람들이 달아서 쓰기 시작한건데, 중앙 용골선이 선미까지 야트막하게 연장된 형태(아직도 우든 카약 중 상당수는 이렇게 만들죠)인데 이렇게 하면 카약이 훨씬 똑바로 잘 간다는걸 알아챈거죠.
1960 년대 초 영국 Valley Sea Kayak이 이걸 필요할 때만 내려서 쓰고 필요없을 땐 올려서 선체 바닥 안쪽으로 감출 수 있게 만들어 장착한 것이 바로 Retractable skeg랍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러더(rudder)기능까지 되는 Skudder(?)까지...하여간...대단합니다.
여튼 스케그는 영국식 씨 카약의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더(rudder)는 카약은 물론 선박의 순항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움직임인 요잉(yawing;선수와 선미가 좌우로 왔다갔다하는)을 저지하면서도 아예 원하는 방향으로 순항할 수 있게 조정할 수 있게 만든 것인데요.
1970 년대 중후반 쯤, 북미지역 씨 카약 제조업체들이 바람과 조류에서 더 편하게 카약을 타고 여행할 수 있게 전통적인 영국식 씨 카약보다 안정성과 편안함을 더 강조하기 위해 개발한 Transitional Sea Kayak(보통 투어링 카약이라고 부르죠)에 발로 조작하는 방향타를 장착하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걸 항상 물 속에 담그고 있으면 저항이 꽤 생기니까 이것도 필요할 때만 물에 담궈서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오늘날의 카약 러더입니다.
이것을 Retractable rudder라고 부르는데 머리들 참 좋습니다.
그래서 러더는 북미식 씨 카약의 진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게 아예 쓸 필요가 없는 때도 있어요
바다나 호수가 바람 한 점도 불지 않고 진짜 잔잔하다면 사실 스케그든 러더든 쓸 이유도 없고 쓰지 않는게 낫습니다.
선체로부터 돌출되어 물을 가르는 어떤 것이든 저항이 생기니 좋을게 하나도 없고, 바닥면이 매끈하고 굴곡이 거의 없는 FRP나 ABS, Carbon 재질의 카약이라면 좀 덜할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저항이 큰 PE계열의 카약들은 러더나 스케그를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저항감 차이가 크게 느껴지거든요.
구불구불한 해안을 따라가거나 숨은 암초들이 많은 수역, 해식동굴을 들락날락 거릴 때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 낫습니다.
스케그나 러더를 내린 채로 좁은 공간을 들락날락거리다가 제자리 회전하고 재빠르게 선회하기란 정말 힘들거든요.
용도와 기능을 알고 쓰면 더 좋아요
스케그(skeg) | 러더(rudder) |
* 굴곡이 거의 없는 장거리 루트를 항해하는 경우 * 큰 파도를 타고 서핑하거나 계속 타고 가는 경우 * 매우 거친 파도가 이는 해역에서 놀거나 통과할 때 | * 여유로이 순항하고 싶을 때 * 강한 측풍이나 조류를 비스듬히 질러 갈 때 * 순풍을 타고 세일링을 하면서 갈 때 |
스케그 블레이드가 물 속에서 선체 표면적을 수중 방향으로 늘려서 바람이나 조류와의 힘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어 카약이 코스를 더 쉽게 잡을 수 있게 도와주고 바람의 영향도 덜 받으면서 갈 수 있다. | 노를 젓는 에너지를 앞쪽으로 잘 전달해주기 때문에 포워드 스트로크 외에 별다른 기술을 쓰지 않아도 되어 체력 소모가 덜하다.
카약이 달리고 있는 상태라면 잠깐 노를 젓지 않아도 발판을 미세하게 밟아 조종해주면 주행 방향이 틀어지지 않고 방향을 계속 유지하면서 일정 거리는 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힘이 그만큼 덜 든다. |
주행 방향의 조정은 전적으로 카약커의 패들링 기술로 커버해야 한다. 따라서 수면 상황의 난이도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패들링 기술이 요구된다. | 주행 방향 조정은 발로 발판을 밟는 것으로 웬만큼은 다 커버할 수 있으니 패들링 기술이 별로 없는 초보여도 수면 상황에 버틸 수 있는 균형감과 노 저을 힘만 있어도 얼마든지 투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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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들을 알면 꽤 도움이 될 수도
스케그(skeg) | 러더(rudder) |
스케그 블레이드와 박스 홈 사이에 작은 돌이나 굵은 모래만 끼어도 작동 불능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때를 대비해 블레이드 가장 낮은 부분에 작은 구멍을 뚫어 작고 튼튼한 끈으로 고리를 매달아두면 현장이나 항해 중에도 바로 처치 가능하다. (주황색 원 안 위치에 드릴로 뚫으면 된다)
좌석 바깥쪽 측면에 있는 스케그 컨트롤을 조작하려고 할 때 만에 하나라도 컨트롤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절대 더 이상 힘으로 조작해선 안된다.
후방 격실 중앙부에 스케그 박스가 돌출되어 있어 부피가 크고 길죽한 짐(소형 텐트를 넣기 딱 좋은 위치)을 넣을 수가 없는 공간적 제약이 있다.
스케그 블레이드는 내려져 있는 것을 스케그 컨트롤 조작에 의하지 않고 억지로 밀어올리면 내부 케이블이 꺾어지면서 작동 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이 거의 100%다. 따라서 런칭과 랜딩할 때는 물론이고 항해 중에도 수면 장애물은 어떤 것이든 매번 넘어갈 때마다 스케그를 접어야 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굵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스케그 케이블 대신 간단하게 스프링으로 조정되는 최신 방식은 이러한 수고를 완전히 해소시켰다. | 러더 시스템 전체 무게는 스케그 시스템에 비해 보통 2~3kg가량 더 무겁다. 그러니 두 시스템이 다 장착된 내 카약이 무거울 수 밖에.
발판 시스템 타입에 따라서는 발로 조작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한 경우도 있는데 종종 쥐가 나는 이들도 있다.그렇다면 아예 타입 자체를 바꾸는게 낫다. 개인적으로는 발판 트랙이 슬라이드 되는 방식이 가장 발이 편하고 조작이 직관적이고 고장도 없는 것 같다.
후방 러더 시스템은 사용하지 않을 때도 외부로 돌출 되어 있어 외부 충격에 의해 러더 핀 연결부가 파손되거나 케이블 연결부가 부식되어 끊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위들은 수시로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단 사용 중에 끊어지면 현장에서 바로 수리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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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방향에 따른 스케그 조정 방법을 모르고 쓰면 카약이 제 멋대로 갈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패들링 기술이 부족하면 수면 상황이 조금만 거칠어져도 멘붕을 겪을 가능성이 짙으므로 초보라면 무조건 패들링 기술을 배워서 탈 것을 강력히 권한다. 기량 향상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겐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 카약에 장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브라켓형이 가장 보편적인데 종종 브라켓 고정 나사가 풀리므로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 메립형은 주로 고급형 카약에 많이 채용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수리하기 가장 힘들다.
러더만 믿고 계속 타다 보면 패들링 기술을 배울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니 더 이상 기량 향상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경우가 많다. 러더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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