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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한 일본 도시들의 사례
채경혜
Ⅰ.일본의 폐교발생 및 활용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사회고도화 현상의 가속화로 폐교가 빈발하였고 이의 활용은 이미 시작된 바 있다. 일본의 경우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구의 고령화가 폐교화의 주원인으로 부각되었다. 그밖에 도시화 촉진과 농업, 수산업 등 1차산업의 쇠퇴로 인하여 농촌인구의 감소가 일본의 폐교 증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09년도에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0년 이후 10년간 약 2,000개 이상의 폐교가 발생되었음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상황은 폐교활용의 정책적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문부과학성은 ‘폐교시설의 실태 및 유효활용상황조사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폐교가 된 학교시설의 활용실태조사, 특색 있는 사례의 유형화 및 활용의 경향분석을 담은 조사연구보고서를 발표하였으며 전국적으로 선진사례를 홍보하기 위하여 <폐교 리뉴얼 50선>을 선정하여 홈페이지를 통하여 홍보하고 있다. 일본의 폐교담당부처인 문부과학성은 재활용 가능 폐교에 대한 기획, 폐교자원 홍보마케팅, 드라마를 통한 재활용 가능성 홍보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홋카이도의 경우, 문부과학성에 앞서 이미 2007년부터 ‘홋카이도 교육위원회’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폐교활용사례를 정리·공개함으로써 폐교 활용에 매우 적극적임을 보여주었다.
지방소재 폐교의 활용도는 80%미만이지만 대다수가 폐교 후 2년 이내에 재활용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일본의 폐교들은 건물 노후나 붕괴 등의 위험이 적어 안정적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한 편이다. 활용 유형으로는 주로 사회교육시설 및 사회체육시설로 활용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그 외 지방관청 청사, 체험교류시설, 문화시설, 연수시설, 아동복지시설 및 방과 후 아동클럽, 비축창고,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숙박시설, 공영주택, 의료시설, 창업지원시설 순이다.
이중 도시에서는 문화예술을 이용한 폐교활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사)기업 메세나협의회가 발표한「민간재단, 공정재단의 문화예술진흥책에 관한 기초조사」(2002)에서는 예술활동이 만성적인 자금 부족현상을 겪고 있으며 예술활동진흥책 중 가장 절실한 과제가 작품발표(공연이나 전시회)를 위한 시설 및 공간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러한 실정에 근거하여 2000년을 전후로 일본 전국 도심부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폐교 활용이 적극 추진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Ⅱ.일본의 폐교 운영방안
일본의 폐교의 경우, 재구축과 운영 면에서 관주도형과 민간주도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폐교활용은 지방자치단체·주민·민간기업·NPO 등 다양한 주체가 같이 참여하여 그 활용방향을 결정하고, 운영방법은 복지법인·NPO법인·제3섹터 등이 각각의 장점을 살려 시설 특성에 맞게 운영주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운영상의 문제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폐교의 특징은 평균적으로 학교가 폐교 처리된 지 2년 이내에 활용이 가능한 형태의 모델이 구축되고 있으며 폐교의 발생 시점에서 자원의 재활용까지의 시간과 공간의 낭비가 적다는 게 우리와의 차이점이다. 그럼으로 건물의 노후나 훼손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또 폐교 재활용사업에 대한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었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전제로 한 폐교활용계획이 필요함에 따라 지역 주민은 기본적으로 폐교 활용과 재구축된 폐교 공간의 운영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게 되었다.
또 일본의 폐교들도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재생계획추진, 보조금반환면제 등의 대안이 제시되었고, 폐교의 재활용 형태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폐교사업 권한을 위임 받음으로써 지역 내 폐교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충족시켜주는 기반이 조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와 문부과학성은 폐교자원 재활용 기획, 홍보 마케팅, 폐교자원 재활용 가능성 소개 등 폐교에 관한 다양한 지원을 실시하는 등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는 점이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는 차별점이다.
지방소재 폐교의 활용도는 80%미만인데 반해 도심부에 위치한 폐교는 대부분 새로운 시설로 거듭난 상태다. 물론 일본의 폐교들도 최근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재생계획추진, 보조금반환면제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난에 의해 해결이 수월치는 않다.
Ⅲ.지자체별 다양한 사례
1.니시스가모 창조사
도쿄는 서울과 많이 닮은 도시이나 도쿄에는 서울에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폐교다. 과거에는 통상, 농촌지역에서 주로 폐교를 볼 수 있었으나 도쿄시내 한가운데서 폐교가 생겨난 것이다. 취학아동을 둔 젊은 부부들은 도쿄 시내의 비싼 월세를 피해 도쿄 외곽, 베드타운으로 옮기자 젊은 세대들의 도시 이탈현상으로 학생 수는 감축되고 도심에 폐교가 생겨나는 기현상이 발생되었다.
니시스가모창조사는 2004년 8월에 (구)아사히 중학교의 교실과 체육관 공간을 연극 및 댄스연습장으로 변신하고 지역 간 교류의 거점 역할을 하고자 문을 연 폐교이다. 약55㎡의 교실 5개, 음악실(90㎡) 1개, 체육관(넓이 약 556㎡, 높이 약 9m)1개, 그 외에 작은 교실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10시까지이며 이용기간은 2개월 이내이다. 운영비 재원인 수입원은 연습장 대관료가 전부였다. 반면에 광열비와 유지비는 전부 NPO가 부담해야하고 시설의 유지관리비를 보면 월 80만엔, 연간으로 치면 약 1,000만엔 정도가 필요하다.
니시스가모창조사는 아트네트워크재팬(Arts Network Japan: 통칭은 ANJ)과 '예술가와 어린이들‘ 이라는 NPO 그리고 지자체인 토시마구청에 의해 운영된다. ANJ는 1988년부터 동경국제예술제를 실행위원회 형식으로 주최해왔으며 운영을 보다 탄탄하게 하기위해 2000년 4월에 법인화되었다.
도쿄 이외의 지역 소재 공연예술 컴퍼니가 폐교나 빈 창고를 연습장으로 이용하여 창작하는 데 착안하여 폐교를 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하고자 기획한 것이다.
이후 도쿄에서도 도심의 공동화현상에 따라 발생되는 폐교를 지역 문화센터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심에서는 2000년부터 폐교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당시에 폐교는 정기임차권을 설정하여 민간법인에 대여하고 사업자는 특별양호노인홈이나 노인조건시설, 보육소, 주택 등 복합시설을 건설, 운영하였다. 또한 용지를 매각하여 대학을 유치한 사례도 있었다. 매각을 할 때는 지역의 활성화, 마을 만들기의 거점이 되도록,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는 등 조건부 일반경쟁입찰을 채택하여 구매자를 결정한 케이스였다.
아사히소학교는 폐교된 후 2001년 6월부터 2003년 10월까지는 사립고교에 유상으로 빌려주었고 이용방법에 관해서는 구체성이 없었으나 이후 행재정개혁추진본부(안)에서 총합적인 체육시설을 계획하였으나 재정적인 전망이 없어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토시마구(문화디자인과)에서 연극연습장이나 미술가의 아뜨리에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후 토시마구는 '문화예술창조도시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과감하게 이전에 폐교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한 경험이나 실적이 있는 NPO 안제이와 실시협정서를 체결하고 아시히중학교를 대여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당사자는 안제이와 토시마구이지만, 안제이는 다른 NPO와 공동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대여방식은 무상이나 광열비는 NPO가 부담하는 것이다. 수선비는 간단한 것은 재정상황이 허락하는 한 '집주인'인 구가 책임진다. 1987년부터 정부보조금을 사용하여 개수하여 시설을 전용하면 반납하도록 되어 있는데, 내각부의 지역재생계획에 포함, 인정되었기 때문에 면제되었다.
연습장의 요금은 하루 2,500엔, 월 단위 6만엔에 불과하여 수익 대안으로 체육관 이용을 구청으로부터 허가받고 교실이용료와 차별적인 요금체계로 수익사업을 함으로써 운영비를 확보하였다. (현재 체육관 가동율은 50% 정도)연습장 이용은 공모를 통해 심의위원회에서 선정되는데 실제로 지역주민들의 이용보다는 컴퍼니의 이용이 주종을 이룬다.
니시스가모창조사가 출범하기 이전에는 폐교활용을 위해 근처의 8개의 지역주민조직의 대표자 등 45명으로 구성된 지역의 마을만들기협의회를 결성하였으나 당시에는 NPO에 대한 불신과 함께 주민들은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토시마구(문화디자인과)와 NPO가 협력하여 수차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가지고 설득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성공의 기폭제는 2006년 3월에 개최한 ‘동경국제예술제’의 해외 초대작품이 체육관에서 전시됨으로써 성취되었다. 이러한 NPO의 활동이 주효한 것은 역시 토시마구라는 자치단체와의 협동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폐교 그 자체가 공적 재산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최종적으로는 행정의 책임이 된다.
니시스가모창조사의 탄생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하여 토시마구의 전문조직인 '문화디자인과'의 진취적인 문화적 활동이 돋보인 결과물이라 볼 수 있으며 토시마구는 현재 니시스가모창조사의 운영에 힘입어 '문화의 풍취가 있는 마을 토시마'를 내세워 문화예술의 거점 만들기에 한창이다.
2.교토부의 '교토예술센터'
문화와 역사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교토가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소학교인 폐교를 문화적으로 재생시킨 사례이다.
지난 1931년에 전액 지역주민의 기부로 건설된 메이린소학교 (明倫小學校)는 1993년 폐교와 동시에 1995년까지 고창서소학교로 활용되었다. 폐교된 후에도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보전해 달라는 지역주민의 요구를 시가 받아들여 폐교 후 철거하지 않고 1994년 교토시 문화예술진흥책정위원회가 이곳을 예술제전(축제)의 장소로 소학교를 활용한 것이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1997년에도 건물의 일부를 활용하여 문화예술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한 바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2000년에 교토시는 교토아트센터를 개설하였다. 교토시가 (재)교토시예술문화협회를 관리 및 운영주체로 삼아 1993년 폐교가 된 메이린소학교를 재탄생시킨 것이다. (2006년 4월부터는 지정관리자가 됨) 시민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의 형태로 시가 직접 관여하는 시스템이다. 예술센터는 문화도시라는 교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지역사람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에 기여하는 바가 점차 증대되고, 국제교류행사를 개최함으로써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센터는 교토시의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공적시설’로 규정되었으며 교토예술센터조례(1999)제정으로 미션과 위상, 그리고 사업내용까지 규정되었다.
시와 문화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재)교토시예술문화협회는 시설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 아니라 시역 내 예술단체들의 ‘동업조합’과 같은 위상을 가지며 협회에는 자문기관인 평의회, 운영방침의 수립 및 사용자 선정을 담당하는 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함으로써 시의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운영에 적극 관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게 특색이다.
센터에는 창조활동을 위한 제작실(젊은 예술가들이 입주해 3개월간 이용가능), 강당, 카페, 자유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창조활동지원 및 지역과의 교류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무상대여 방식이며, 취미 수준이 아니라 발표를 목적으로 하는 창작자(예술인)에게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견지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20대에서 30대 연령이 주를 이루고 성별로는 여성이 많다. 실제, 현대예술을 지탱하고 있는 창작의욕이 있는 젊은 여성예술가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폐교는 유용한 문화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역시 그와 같은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은 기존방식과는 다른 유연성 그리고 창의성이 필요하다 고 본다.
‘교토문화센터’처럼 행정이 문화적 마인드를 가지고 직접 시스템을 조직하는 방법도 있고, 토시마구의 ‘니시스가모 창조사’처럼 시민활동조직인 NPO와 협업하여 추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화자원 활용에 있어서는 재정적인 지원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행정이 나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며 아울러 최소한 시민활동조직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3.도쿄 신주쿠 오모짜미술관
동경 시내 한복판에 폐교가 된 소학교(요츠야초등학교)를 시민단체와 대학, 동경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오모짜왕국이 선을 보였다. 지난 1935년에 지어진 낡은 초등학교 교사를 재활용하여 만든 체험형 미술관, 3층의 낡은 공간을 개조하여 “보고, 만들고, 노는” 장난감 왕국이 된 것이다. 도쿄 <요츠야 3초메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다. 환경호르몬이 전혀 없는 나무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엄마는 고급 인테리어를 감상하고 어린이는 장난감에 흠뻑 빠져드는 곳이다.
원래 있던 초등학교 교실을 교체하지 않고 조금 손을 본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 3세 미만의 어린이방과 3세 이상 어린이 방이 따로 설치되어있다. 1층에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휴게실이 있고 전시 및 체험은 2층부터 시작되는데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한다. 실험실은 아이들 체험공간으로 쓰고 있다. 층별로 구성되어있는 전시실과 장난감 테마 방에는 세계 각국의 기발한 아이디어장난감이 가득하고 3층에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장난감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이 있으며 게임을 즐기는 공간도 있으며, 전시중인 장난감 대부분은 뮤지엄샵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장난감의 사용법과 아이와 노는 법을 연수받은 200명의 자원봉사자가 장난감미술관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이 미술관의 특징이다. 특히 장난감미술관이 있는 신주쿠구(區)는 <Wood Start>실천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구청은 관내에서 태어난 아이들 전원에게 나무 장난감을 선물로 주는데 장난감 재료인 나무는 구(區)와 자매결연한 나가노현에서 전부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이 오모짜 왕국은 주민 기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기에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어지며, 프로그램 개발에 지역의 대학 및 시민단체에서 적극 참여한다. 각 층마다 또는 각 교실마다 새로운 컨셉으로 아이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강사들은 주로 예전에 학교에 재직한 분들을 자원봉사 형식으로 참여시켜 유아교육업계 관련종사자들에게 현장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공급함으로써 참여도가 높다.
폐교를 주민과 아이들을 위해 돌려주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친환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활용사례라 하겠다.
4.폐교의 새로운 변신 - <아트치요다3331>
도쿄에서는 학교의 모습 그대로 이용하면서 그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이 유행이다. <아트 치요다 3331>가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창작물을 발표하는 장소로 최신 아트 장르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테마의 실험적인 예술까지 망라한다.
폐교된 렌세중학교를 개조하여 지역의 예술거점시설로 탄생한 <아트 치요다 3331>에서 지난 2010년 3월, 예술과 지역을 묶는 6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개관 기념전이 열려 화제가 되었다. 이어서 2010년6월에 정식 개관하였는데 지상 3층, 지하 1층의 건물로 전시실, 예술단체사무실, 대관공간 등이 마련되었다.
<아트 치요다 3331>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전시기획자들이 창작하고 상호 교류하는 공간으로 실험적인 예술에서부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아트 스페이스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예술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주며 ‘창조적인 마을 만들기’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민간단체가 치요다구(區)로부터 폐교를 빌려 개·보수한 후 민영으로 운영한다는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아트 치요다 3331 (3331 Arts Chiyoda)」는 민간인 디렉터제로 운영한다. 현재 디렉터는 동경예술대학 회화과 준교수로 재직 중인 나카무라 마사토(中村政人)이며 그는 「미술과 사회」, 「미술과 교육」으로의 관계를 테마로 한 다양한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회적 아티스트이며, 제 49회 베니스 비엔날레(2002년) 일본대표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5.외국인 예술가가 입주한 폐교 - 아와지市 ‘노마드촌’
문화예술을 통한 폐교 활용방안이 최근 일본 국민에게만 국한된 사업이 아니고 외국인 예술가에 의한 운영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아와지시(市)는 2009년에 폐교가 된 한 학교를 스위스에서 이주한 독일인 예술가 ‘베르너 베첼’ 가족이 입주토록 허용하고 2010년 3월20일부터 ‘노마드촌/카페 노마드’를 개장하도록 용도 변경한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정보교환 및 교류의 거점을 목표로 한 ‘노마드 촌’은 음악공연 및 영상작품 상영 등을 포함한 스위스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개장하였다.
NPO법인 ‘아와지시마 아트센터’가 교사(校舍)의 일부를 아와자시(市)로부터 빌리는 방식으로 추진되었으며 정기적으로 국내외 예술가를 초청해 다양한 문화와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장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6.신주쿠의 ‘가덴샤(花傳舍)’
도쿄 신주쿠구(區)는 2005년에 게이단쿄 측에 도심 공동화현상으로 문을 닫은 요도바시소학교를 단순임대형식으로 임대한 바 있고 여기에 ‘가덴샤(花傳舍)’가 탄생한 것이다.
게이단쿄는 예술가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1965년 만들어진 일본 내 80여개의 예능단체가 모인 일본예능실연가단체협의회(日本芸能實演家協議會)의 약칭으로 비영리 민간공익법인이다. 게이단쿄는 폐교를 창작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지역주민에게 전통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월 임대료는 300만엔 고액이나 도쿄에서도 이름난 중심지인 신주쿠에 위치해 있고 또 문부과학성의 변제금 등을 고려하면 그 이상의 임대료가 필요하다고 하며 시설이 낡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임대료를 30%를 깍아 준 것이라고 한다.
게이단코 역시 임대한 교사시설을 산하단체에 재임대해 주거나 교실을 연습실 또는 TV촬영장 등으로 빌려주고 수입을 취하기 때문에 운영상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임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노인복지시설을 선호하여 다소간 마찰이 있었으나 ‘게이노카덴샤’에서는 임대 후 어린이날 등 특정한 날에는 시설 전체를 개방해 주민을 위한 행사를 열거나 축제의 장으로 활용케 함으로써 지역민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의 시설과 정취를 그대로 살려 낸 가덴샤에서는 각 교실마다 일반인들이 참여한 워크숍과 세미나는 물론 예술가들의 미팅과 연습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7.산촌의 폐교를 중심으로 펼치는 대지예술제 - 니이가다현 에치고 쯔마리
니가타현 남단에 위치하는 ‘에치고 쯔마리’는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일본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면적은 크지만 인구는 7만5000명에 불과하고 그 중 65세 이상 인구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산촌지역이다.
니이가다현은 예술을 통해 지역활성화를 도모하고자 2000년부터 대지예술제인 「에치고 ·츠마리 아트트리엔날레」를 시작했다. 자연을 무대로 하는 대지예술제에서 산촌의 폐가 및 폐교를 행사장으로 활용함으로써 타 지자체에 비해 독특한 ‘지역만들기 프로젝트’로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2000년 처음 시도되었고 2003년부터 본격화된 「이에(家)프로젝트」는 이지역의 빈집과 폐교를 활용한 것으로 ‘팬클럽제도’라는 민간후원으로 마련된 재정을 통해 추진되었으며 지금까지 약 50여 개의 폐교와 빈집이 활용된 바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3명의 학생들이 다녔던 학교에서 주민과 함께 작업한 동화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설치작품이나, 2000년부터 폐교작업을 해온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마지막 학교> 등 학교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방문객들에게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였다.
‘다시마 세이조’의 작품이 설치된 학교에서는 교실 한켠을 식당으로 운영하여 방문객들에게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제공하였다. 실제 ‘에치고 츠마리’ 성공의 배경에는 현이 지역의 자원과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하는 전략 및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빈집이나 창고 등에서 펼쳐지는 예술프로젝트들은 농경시대 주민들의 삶과 지혜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함으로써 주민들에 자부심을, 방문객에게는 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해하게 하였다.
2000년에는 두 개 마을만이 참여하였으나 2009년 4회 때에는 200개 마을이 참여하고 2009년 4회 트리엔날레에는 40만 명을 넘는 외부인들이 방문하였다. 교통 불편을 감수하고 숙박시설도 적은 이 산골마을에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대지예술제’에서는 ‘폐교 프로젝트’를 통하여 현지역내 폐교 10개 시설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것은 백미로 주목을 받았다.
8. 나카노현 오이시학교 (맛있는 학교)
일본 나가노현은 일본 혼슈(本州) 중앙부 산악지대를 차지하는 산촌으로 20년 전에 폐교된 초등학교 공간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각종 친환경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었다. ‘오이시학교’로 명명된 이 폐교는 지역농산물 판매장, 온천 및 숙박시설, 밀을 이용한 제빵공방, 박물관, 식당 등 6개 분야를 중점 운영 중에 있다. 폐교의 건물과 토지는 시가 보유하되, 운영은 주식회사 형태로 자본금은 4,500만엔 중 62%를 시가 보유하며 사장(대표이사)은 시장이 겸직하며 지역주민의 참여가 없는 게 특색이라 할 수 있다.
폐교를 ‘오이시 학교’로 만들 당시에는 필요한 시설개보수비 4억3천만엔을 국가·나카노현·시에서 보조를 받았으며 이후 시설 개보수 비 중 50만엔 이상은 시에서 보조, 그 이하는 자체적으로 운영 주체에서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재 시에서는 보조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봄·여름·가을은 성수기, 겨울은 비성수기인데 연간매출액은 1억7,000만엔, 연간 10만 명의 외지인이 방문하며 매출액의 1%정도 흑자로 운영됨에 따라 일본의 농촌폐교운영사례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취업인원은 24명으로 이중 계약직 11명을 포함, 24명의 인건비가 매월 400만 엔씩 지출되는 등 농촌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라다스 사태 이후 일본경제가 어려워져 이 여파로 오이시학교도 운영난에 처하였다고 한다. 지역특산물인 사과 등을 활용해 축제를 하고 인근에 스키장이 있어 외지인을 관광객으로 유치하는데 노력중이나 시는 보조금 없이 자립적으로 운영하라는 입장이다. 예산상 문제로 전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나 외지인 재방문율을 높이고자 노력중이다.
농촌의 폐교를 활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이나 입지 상 고속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나쁘고, 자립에 따른 운영비 확보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 향후, 지역주민의 참여율을 높일 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사례이다.
Ⅳ.향후과제
지금까지 일본에서 행해진 문화예술을 통한 폐교의 활용사례를 개괄해보면 기본적으로 인재육성 및 창조지원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에 밀착한 사업, 지역에 개방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운영주체가 민간일 경우에는 폐교 재산의 임대차계약 체결 및 사업내용에 대한 협정서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운영주체의 재정 자립도가 우선시되어 폐교 개보수 등 초기시설 비용 및 관리비용은 전적으로 운영주체가 부담하는 관계로 수익성을 지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폐교활용 활성화를 위하여 당면한 과제에 대해 고민도 많다. 폐교의 활용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 창출에 기여하고 지역문화자원의 개발 및 새로운 가치의 발견 그리고 공공성의 요청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후화된 시설의 유지비 조달에 대한 대책(일본 NPO법인은 재산을 보유할 수 없음)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게 현실이다.
참고자료
○현실에 기반한 일본의 폐교활용 현장을 가다. (감자꽃 스튜디오, 2006.12)여상범
○일본-‘문화예술을 폐교활용’의 한계(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0)박소현
○농촌의 폐교활용실태와 정책과제(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0.10.9) 마상진
○일본예능실연가단체 협의회 인터뷰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2007.10) 고주영
○일본의 도농교류 및 농촌관광현황(2010.12) 네이버 블로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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