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화강(水升火降)
1)수승화강의 정의
신수(腎水)는 위로 올라가고 심화(心火)는 아래로 내려간다는 말로 동의고전에는 수승화강이 잘되어야 음양균형이 이루어지고 몸의 생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본래 수승화강은 음양오행설에서 나온 용어로, 곧 우주에서 태양의 따뜻함은 땅으로 내려가고 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게 되어야 우주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론을 한의학에서는 인체에 적용하여 차가운 기운을 상체로 올리고 뜨거운 기운을 하체로 내리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잠을 잘 때 머리는 시원하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말이나 반신욕(半身浴)도 이와 관련이 있다.
2)우주 원리로서의 수승화강
주역의 64괘(卦)중 63번째인 수화기제(水火旣濟)에 대해서는 '象曰水在火上 旣濟 君子以思患而豫防之'라 하였고 64번째인 화수미제(火水未濟)에 대해서는 '象曰火在水上 未濟 君子以愼辨物居房'이라 하였다. 즉 경청기(輕淸氣)인 건상(乾象)은 팽창이 위주로 하늘을 뜻하며 속이 허하여 리괘(璃卦)로 나타나니 하늘에 걸린 태양을 상징하여 화(火)라 하고 중탁기(重濁氣)인 곤상(坤象)은 수축이 위주이므로 속이 실하여 감괘(坎卦)로 나타내니 땅 속에 갈무리된 태음을 상징하여 수(水)라 한다. 시간의 지속 속에서 태양화(太陽火)는 땅에 열기를 내리 쏟아붓고 땅에서는 태음수(太陰水)가 태양화에 말려 하늘로 증발해 올라간다. 서로가 운동을 하여 돌고 돌면 결국 수화가 자리바꿈을 하니 그 상은 수화기제가 되는데 감수괘가 위에 있고 리화괘가 아래에 있는 괘상이므로 위는 물(水)이고 아래는 불(火)이다. 기제(旣濟)란 '일을 이미 성취했다', '이미 물을 건넜다' '어려움에서 이미 벗어났다'라는 뜻이다. 물은 위에 있고 불은 아래에 있으니 서로가 목적한 곳으로 건너가 있으므로 건넜다는 의미의 기제를 괘 이름으로 하였다. 이 수화기제는 목금(木金)의 운동 결과이며 살아 호흡하고 움직이는 생명력이다. 화수미제(火水未濟)는 반대로 리화괘(璃火卦)가 위에 있고 감수괘(坎水卦)가 아래 있어 위는 불(火)이고 아래는 물(水)이다. 하늘에는 태양이 걸려 있고 땅은 갈무리된 태음의 상으로 이때는 아무런 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미제란 '미완성'을 뜻한다. 불과 물이 각기 제자리에 있기 때문에 아직 건너지 않았다는 뜻에서 미제를 괘 이름으로 하였다. 기제와 미제에 대해 의종필독에는 '天地造化之機水火而已矣 宜平不宜便宜交不宜交火性炎上 故 宜使之下水性就하고 宜使之上水上火下名曰交 交則爲旣濟 不交則爲未濟 交者生之象 不交者死之象'이라고 하였다.
내경(內經) 소문육미지대론에서
'升已而降 降者爲天 降已而升 升者爲地 天氣下降 氣流于地 地氣上升 氣騰于天 故高下相召 升降相因而變作矣'라 하여 음양승강(陰陽升降)은 대기운동 중에 있고 그러한 수승화강의 주요표현이 천기(天氣)와 지기(地氣)의 상호작용과 상호운동이 되며, 이러한 상호작용이 바로 대기운동의 기본형상으로서 기상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가리키고 있다. 유경도익(類經圖翼)에는 '水爲陰 火爲陽也 造化之權全在水火而水火之象'이라 하였다.
이상에서 천지의 도는 음양이며 음양의 법칙은 승강에 의하여 나타나게 된다. 수는 음이 되고 화는 양이 되니 화의 성(性)은 염상(炎上)하려 하고 수의 성은 하강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화를 하강하도록 하고 수를 상승하도록 하는 것이 교(交)의 상태이며 이러한 교(交)상태를 주역에서는 '기제라 하고 생성의 상(象)이며 불교(不交)의 상태를 미제라 하고 사(死)의 상(象)이다'라고 한 것이다.
3)생명력으로서의 수승화강
하늘에는 불이 있고 땅에는 물이 있지만 작용력이 없는 것이 앞서 말한 화수미제의 상태이다. 이 화수미제의 자리에 불이 물을 머금고 물은 불을 머금어 수화의 교환작용이 일어난 운동의 상(象)이 수화기제이다. 이것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현상이다. 이를 충화(冲和)라 하며 이는 병리(病理)에서 중시되는 생명세포의 생성과 생명력 발휘의 근본 원리이다. 불은 위로 치솟고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자연의 글자 풀이대로 양이 승(升)하고 음이 강(降)함은 스스로 그러한 것이니 외부와 내부의 어떤 물리적 힘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려면 생명력이라고 하는 힘이 필요하다. 즉 생명력이란 자연 역리(逆理), 양강(陽降)하고 음승(陰升)을 이루는 힘인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죽음이란 생명력을 상실한 상태, 수승화강의 자연역리에서 화승수강의 자연순리로 돌아가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생명력의 속성은 우리의 신체구조를 통해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화장(火臟)인 심이 인체 상부에 위치하고 수장(水臟)인 신(腎)이 인체 하부에 위치함으로써 인간은 이미 유한적인 자연역리를 가지고 태어난다.
4)인체원리로서의 수승화강
내경에서 기교(氣交)라고 표현되는 장부기기승강(臟腑氣機升降)의 원운동(圓運動)은 수승화강의 관점을 통해 살필 수 있다. 즉, 인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음과 양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을 설명하는 수승화강의 관점은 상화(相火)를 원운동의 동력으로 삼고 기(氣)·혈(血)·수(水) 세 가지를 원운동의 발현체로 삼음으로써 완성된다. 화기는 내려가고 수기는 올라가기 때문에 머리는 맑고 시원하며 손발과 아랫배는 따뜻하게 되어 제 기능을 한다. 이런 상태는 수승화강이 잘 되어 있고 직립할 수 있는 인간이 된다. 화수미제는 상체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운 상이다. 이에 비하여 수화기제는 상체는 서늘하고 하체는 따뜻한 상이다.
수화의 승강원리는 심(心)·신(腎)의 괘상(卦象)에 잘 나타난다. 심의 리괘(璃卦)를 보면 제1·제3의 양효(陽爻)는 화승의 자연순리를 나타내고 가운데 제2의 음효(陰爻)는 화강의 자연역리를 나타내니 본래 화는 주승(主升)(제1·3효)하지만 강(降)(제2효)하는 성질을 내포한다. 신의 감괘를 보면 제1·제3의 양효는 수강의 자연역리를 나타내니 본래 수는 주강(제1·3효)하지만 승(제2효)하는 성질을 내포한다. 이것은 화(火)속에서 수(璃卦의 제2효)를 찾고 수(水)속에서 화(감괘의 제2효)를 찾은 선조들의 통찰력인바 이로써 상극(相克)인 화와 수를 하나로 조화시켰으니 이 또한 분열을 조화의 바탕으로 삼고 조화를 분열의 뿌리로 삼았던 우리 조상들의 일원론적 사상을 잘 나타낸다. 특히 그들은 이러한 화·수의 조화를 강조하여 수화상제(水火相濟), 감리교태(坎璃交泰)라고 표현했다.
수화의 승강원리는 간과 폐가 주도하는 기·혈·수의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즉 수화의 승강은 혈과 수의 승강-혈액대사와 수액대사-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즉, 폐의 숙강작용肅降作用)과 간의 소설작용(疎泄作用)으로 발휘되는 혈·수의 승강현상을 통해 심의 화강원리와 신의 수승원리가 드러난다. 중앙토인 비위(脾胃)는 기능면에서 수승화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물질면에서는 혈·수를 생화(生化)한다. 즉, 비는 수승의 원리에 따라 간주승(肝主升)을 제어하고 위는 화강의 원리에 따라 폐주강(肺主降)을 제어한다. 요컨대 비위는 심신(心腎)의 승강원리에 따라 간폐의 승강기능을 조절하여 수승화강에서 수화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 이는 습조(濕燥)의 상(象)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비위의 작용에 대해, 이동원은 비위론(脾胃論)에서 '봄에 이르러 기가 온화해지고 여름에는 서열(暑熱)하며 가을에는 청량하고 겨울에는 냉한데 이것은 정기(精氣)의 순서이다. 승(升)하므로 강(降)하고 강하므로 승하여 고리처럼 끝이없이 만물을 운화(運化)하는데 실제로는 하나의 기운이다'라고 하였다.
또 이동원은 '원기(元氣)의 충양(充養)은 모두 비위의 기운에 말미암음을 알 수 있으니 비위지기(脾胃之氣)가 손상받지 않은 후에야 이에 능히 원기가 자양(滋養)된다'하여 비위가 수곡(水穀)의 산포하는 곳으로 보았으며 왕신화(王新華)는 '한 번 승하고 한 번 강하는 것은 모두 상교(相交)의 뜻이다. 만약 음이 음으로만 되고 양이 양으로만 되면 상승한 것은 하강하지 않고 하강한 것은 상승하지 못한다. 그 중심에서 축이 되는 것이 비토(脾土)의 운용이다. 토가 왕성해야 양승음강(陽升陰降)이 된다고 하여 수승화강이 비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5)세포운동으로서의 수승화강
인체를 구성하는 생리학적 기본단위는 세포이며 세포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혈액순환이 이루어진다. 혈관과 세포사이 그리고 세포와 세포사이에는 간질액 또는 조직액이 있어 완충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생명세포는 거의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물(水)이 불(火)을 적당히 머금고 순환작용(木·金)을 할 때 생명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람은 막이라는 거대한 껍질에 싸여 있는 생명세포이다. 이를 분류하면 음양의 혈·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골(骨)·육(肉)·조(燥)·습(濕)으로 다시 분류할 수 있고 기능적으로는 수(首)·복(腹)·이(耳)·목(目)·구(口)·수(手)·고(股)·족(足)으로도 분류할 수 있으니 이렇게 분류해 본 부위들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알고 보면 수화의 기운이 뭉쳐 목금의 운동을 하는 현상이다.
막(膜)은 체적의 95%를 차지하여 인체란 거대한 물의 덩이와 같다. 이러한 피의 바다에 인체의 축소판 곧, 세포들은 살아 떠다니는 무수한 물고기와도 같다. 독립 생명체인 작은 단위의 세포는 막을 이룬 세포 내액(ICF. Infra Cellular Fluid)덩어리이다. 이 막의 바깥은 거대한 생명의 바다와 같은 세포 외액(ECF. Extra Cellular Fluid)으로 이것이 인체에서는 혈액이다. 적당한 수화의 조건과 안배에 따라 탄생한 세포인 생명체는 꺼풀인 막을 이루고 형성되어 있다. 이 막에는 무수한 구멍들이 뚫려 있다. 세포 외액에는 소금, 나트륨 등이 많은데 삼투압작용으로 이 구멍을 통하여 세포 내액으로 계속 스며든다. 세포 내액에는 단백질 합성이나 효소활동에 결정적 요소인 포타시움이 많아야 하며 생명체의 생명력 유지에 불필요한 것들, 즉 나트륨과 노폐물은 계속 세포 외액으로 보내야 한다. 적정치를 유지하기 위한 퍼내기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생명현상이다.
퍼내기 작업은 무엇인가가 이동하는 현상이고, 이것은 기혈수(氣血水)로 표현되는 진액(체액)의 이동을 매개로 한다. 생리학적 기본 순환과정에서 세포와 혈관사이에는 영양소와 대사산물을 교환한다. 이는 모세혈관의 투과성과 혈액과 조직액의 삼투압, 능동수송, 수동수송 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6)수승화강의 병리상태
심신부교(心腎不交)는 수화미제, 수화실제와 동의어로 쓰인다. 생리상태하에서 심화(心火)는 신(腎)으로 하강하여 신양(腎陽)을 자조(資助)하여 신수(腎水)를 한(寒)하지 않게 하고 신수는 심으로 상승하여 심음(心陰)을 자조하여 심양(心陽)이 항성(亢盛)하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생리상태에 어떤 원인으로, 예컨대 심화부족(心火不足) 혹은 심음부족(心陰不足) 등으로 심화가 홀로 항성하게 되면 심화는 능히 신으로 하강할 수 없게 되고 신수부족 혹은 신양허쇠로 능히 화기행수(化氣行水)를 할 수 없게 되면 신수는 심으로 상승할 수 없게 되어 심신지간(心腎之間)의 정상평형협조관계는 파괴되며 이 때 항상 두혼심계정충(頭昏心悸怔忡) 심번(心煩) 실면(失眠) 요퇴산연(腰腿酸軟) 혹견남자몽유(惑見男子夢遺) 여자몽교(惑見男子夢)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병리상태를 일러 심신부교(心腎不交) 혹은 수화실제라 한다. 심신부교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내경에는 나타나 있지 않고 입문(入門)에서 일찍이 언급되었는데 "虛損 皆因水火不濟 心降則血脈和暢 水升則精神充滿 但以調和心腎爲主 兼補脾胃 則飮食進而精神氣血自生矣"라고 하여 수화부제가 허손(虛損)의 한 원인이 됨을 밝히고 있다.
심신부교에 대한 설명을 문헌에서 찾아보자면, <신여신병적증치(腎與腎病的證治)>에서 "腎水不足 不能上濟心陰 則 心陽獨抗就會出現心悸心煩 失眠 多夢 遺精 等心腎不交的證候, 若心火不足 不能下溫腎陰 則 出現心悸 心慌 水腫 等 水氣凌心的證候 若腎陽不足 心失氣溫煦 亦可出現 心悸 短氣 自汗 畏風 形寒肢冷等 心陽虛衰的證候"하여 신수의 부족과 심양의 항성, 심화와 신양의 부족 등을 원인으로 보았고 "別一方面心主神志, 腎主骨生髓 髓通宇腦"이라 하여 신경정신적인 측면에도 이를 수 있다고 하였다.
또 <중의변증학(中醫辨證學)>에서는 "心火偏抗則 心煩失寐 心悸不安 健忘, 腎水虧虛腦髓失養 故眩暈耳鳴 骨髓不充則腰膝酸軟 陰虛內熱而五心煩熱 君相二火上炎而口燥咽乾 火擾精室則遺精帶下, 心腎功能嚴重紊亂 全身機能失調 以致神不守舍 心神浮越 轉化爲癲狂等症"라 하였고, <동양의학총서(東洋醫學叢書)>에서는 "本證多因久病 勞倦 房事不節等原因耗傷心腎之陰 而使心火獨抗于上惑五志過極"이라 하여 비슷한 내용을 보이고 있으며 "腎水不升 心火無制而擾腎 心神不安 則心煩心悸 失眠多夢, 腎陰虧虛 髓海不充 腦竅失養, 則健忘頭耳鳴, 腎陰不足 腰膝失養 故腰膝酸軟 陰虛虧虛 津不上乘 則 口乾咽燥, 陰虛陽亢虛熱內生 故潮熱盜汗, 虛火擾動精室則夢遺 舌紅少津脈細數爲陰虛火旺之狀, 腎陽虛 命門火衰, 性機能衰減則陽痿, 腎陽虛 膀胱失約則尿頻 心火搖腎 心神不安 故心悸心煩而失眠"이라 하여 각 병증의 기전을 밝히고 있다.
<중의기초이론(中醫基礎理論)>에서는 "腎陽虛不能制水而致水邪上泛時 可見水腫驚悸等水氣凌心的證候 心陰不足亦可導致腎陰不足而出現心煩 失眠 盜汗 口舌生瘡等病證"이라 하였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신음부족, 신음허손, 신음휴허, 신수부족 등의 신음허(腎陰虛)와 심음부족, 군화망동 등의 심양독항(心陽獨亢)이 심신부교의 주요 원인이라 보았으며 기타 구병, 노권, 방사부절, 오지과극 등의 원인으로도 나타난다고 하였다. 심신부교의 주요증상은 심번불면, 구조인건, 요슬산연 등을 주증으로 하여 심계부안, 건망, 현운, 이명, 오심번열, 형한지냉, 월경부조, 유정대하, 설홍, 맥세삭 등으로 표현된다. 심신부교증이 발전하면 허손, 건망 등 의식사유방면으로의 이상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현대의학의 신경쇠약, 고혈압, 만성질환, 노이로제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수승화강의 원리와 신체 진동시 기의 변화와의 관계에 대한 고찰/ 심상훈․김준철․이재흥 대한의료기공학회/ 이기남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