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부조리와 제도적 문제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겉으로는 선진화된 제도와 거대한 자산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 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부조리와 제도적 모순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융 관료 집단과 민간 금융권의 은밀한 이권 카르텔, 지역 기반 금융조직에서 되풀이되는 부패와 대출 비리, 사회적 약자를 빚의 굴레에 가두는 가계부채 악순환, 그리고 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해 온 잘못된 정책과 규제의 복합 문제가 한국 금융의 근간을 좀먹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들춰내고, 나아가 철학적 성찰을 곁들여 근본적 개혁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특히, 금융 관료 ‘모피아’와 대형 금융기관의 유착, 지역 상호금융권의 비리, 저신용층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과 금융노예화 현상, 부동산 PF 부실과 비은행권 위험 확대, 국제 규제 도입의 위선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현실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마지막으로는 정치-행정-금융권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개혁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1. ‘모피아’ 관료집단과 금융권의 유착 카르텔
한국 금융권의 핵심에는 **‘모피아’**라고 불리는 관료 엘리트 집단과 금융회사 간의 끈끈한 유착이 존재합니다. ‘모피아’란 기획재정부(옛 재무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의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마피아처럼 끼리끼리 뭉친 이권 카르텔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이들은 재직 중에는 정책·감독 권한을 쥐고 금융권을 좌지우지하고, 퇴직 후에는 대형 은행, 금융지주, 로펌, 협회 등의 요직으로 낙하산 취업하여 전관예우와 특혜를 누립니다. 국회 감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제부처 퇴직 공직자의 80%가 민간 기업이나 협회·조합 등에 재취업했고, 그 중 70% 이상이 임원급 자리로 갔습니다. 정부 요직 역시 총리, 장·차관부터 각 부처 산하기관장까지 모피아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러한 관료-금융 엘리트의 회전문 인사 속에서 금융감독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금융 소비자 보호보다 그들 집단의 이익 보호에 치중하는 왜곡이 발생해 왔습니다.
이권 카르텔의 폐해는 다양한 사건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대표적 사례인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서는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들이 사모펀드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심지어 결탁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5,100억 원대 피해를 낳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에서 금감원의 봐주기식 감독과 모피아 관행이 피해를 키웠다는 국정감사 지적이 있었는데, 예컨대 2017년 해당 운용사의 자본금이 잠식되었을 때 금감원은 평균보다 2배나 늦은 112일간 조치를 미뤄주어 제때 부실을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옵티머스의 실소유주인 양호 전 은행장이 금감원에 VIP 대접을 받으며 자유롭게 드나들 정도로 긴밀한 유착 관계를 유지했고, 심지어 금감원장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과 고교·관료 인맥으로 얽혀 있었다는 녹취록도 공개되었습니다. 금감원이 제 식구 업체에 특혜를 주고 제때 제재하지 않은 결과, 문제 펀드는 “불사조처럼 살아나”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던 것입니다. 이렇듯 관료 출신 금융마피아들의 적폐는 금융 범죄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공모하여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전가합니다.
또 다른 축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 출신 고위직들이 은행·카드사 감사나 사외이사 등으로 내려꽂히는 ‘금피아’ 낙하산도 만연해 있습니다. 2010년대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일시 주춤했던 금감원 낙하산 인사가 최근 다시 극성을 부려, 한 해에만 현직 금감원 국장이 퇴직 즉시 시중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등 10여 명의 금감원 간부들이 민간 금융사 임원으로 이동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은행, 한국씨티은행, SC은행 등 곳곳에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감사위원으로 포진해 있는데, 대규모 금융정보 유출 사건에서 문제 금융사의 감사들이 모두 금감원 출신이었던 사실이 드러나 **“감독자가 감독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모피아·금피아 인맥에 기대어 안일한 감독과 부패한 내부거래가 벌어진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맙니다.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은 이러한 모피아의 폐해에 대해 “해당 금융기관의 이권 챙기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결국 금융 관료 마피아들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여 국민 경제와 금융질서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임 중에는 관치금융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퇴임 후에는 낙하산 인사로 기업의 이권을 공유하면서, 정책 결정부터 사후 감독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그림자 권력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러한 이익 카르텔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어, 금융 사고 발생 시 부담은 국민 세금과 서민 피해로 돌아오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이런 **‘마피아즘’**을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피아즘이 만연하면 사회 전체의 비효율성과 부패가 심화되고, 네트워크 밖의 대다수 국민은 부당하게 기회 박탈과 피해를 입게 됨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2. 지역 금융조합·새마을금고·신협의 부패와 비정상 대출
‘모피아’ 카르텔의 그늘 못지않게, 지역 기반 상호금융조합들의 구조적 부패와 부실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새마을금고(MG), 신용협동조합(신협), 농협·수협 단위조합 등 이른바 풀뿌리 금융 기관들은 지역 서민을 위한 금융을 표방하지만, 오랜 기간 허술한 내부통제와 도덕적 해이 속에 부정 대출과 횡령, 비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설립돼 서민 금융의 맏형 역할을 해온 새마을금고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금융사고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뇌물수수 혐의로 중앙회 회장이 징역형을 받는가 하면, 부실 대출로 일부 지점에서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까지 발생하여 지점 통폐합과 연체율 급등 등 여파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었습니다. **“서민 금고에 파
수꾼은 없다”**는 언론의 탄식이 나올 정도로, 상호금융권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부실이 그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역대 최악 규모라는 충격적인 부당대출 사건들이 잇따라 적발되었습니다. 경기 성남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무려 1,716억 원 규모의 허위·부당 대출이 수년간 이루어지다 적발되었는데, 금고 임직원이 부동산 개발업자와 짜고 차명 법인, 위조 서류 등을 동원해 5년에 걸쳐 87건의 대출을 해준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경남 창원의 다른 사례에서는, PF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던 시행사가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채업자와 결탁해 *“잘 아는 새마을금고가 있으니 빈 사무실 75개를 담보로 대출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해당 금고 지점장은 명의 대여자 75명을 동원해 실체 없는 임대 수익을 담보로 총 718억6천만 원에 달하는 대출을 내주었고, 이는 한 호실당 9억6천만 원이라는 황당한 과잉대출이었습니다. **이자율 11.45%**의 이 거액 대출은 처음 몇 달 간 대출금 일부로 이자를 돌려막다가 곧 상환이 중단되어 버렸고, 뒤늦게 알게 된 명의 대여자들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전형적인 내부자 공모 대출사기였지만, 해당 금고의 허술한 심사와 통제로 이런 거짓 대출을 걸러내지 못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고 임직원들은 리베이트를 챙기고, 부동산 개발업자는 빼돌린 대출금을 투기에 쏟아붓다가 부도를 내버렸습니다. 결국 손실은 고스란히 금고와 조합원들 몫으로 남았습니다.
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경북 구미의 한 신협에서는 이사장이 브로커·건설업자와 짜고 PF 관련 수십억 원의 부실대출을 내줘 조합에 57억 원가량 손실을 입혔다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인천의 한 신협 이사장도 특정 기업에 담보가치 뻥튀기로 초과대출을 해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부산의 신협에서는 임원이 조합 소유 건물 공사대금을 부풀려 5천만 원대 횡령을 저지르다 징계받는 등, 내부 직원 비리도 빈발합니다. 농협과 수협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 5년간 농협 임직원의 금품수수·횡령·부당대출 등 비리로 1,114억 원 규모의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결코 몇몇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상호금융 업권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상호금융조합들은 **“비대해진 덩치와 달리 허술한 내부통제와 정부의 관리 부실”**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 규모를 보면, 새마을금고(전국 1,288곳)의 자산은 287조 원, 신협(869곳)은 150조 원 등으로 합하면 1,000조 원을 넘는 거대한 금융권이며 이는 저축은행 79개 전체 자산(127조)보다도 훨씬 큽니다. 그러나 이런 풀뿌리 금융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의 직접 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자체 중앙회나 주무부처의 느슨한 관리에 맡겨져 왔습니다. 그 결과 도덕적 해이가 누적되고, 높은 수익만 좇아 부동산이나 특정거래에 집중대출을 일삼다가, 거품이 꺼지면 대규모 부실로 번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2020~21년 부동산 호황기에 이들 조합이 경쟁적으로 내준 부동산 대출들이 금리 상승 후 눈덩이 적자로 돌아와 상반기 새마을금고 전체로 1조 2천억 원 순손실을 기록하고, 개별 조합 3곳 중 1곳이 적자에 빠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신협의 경우 2023년 상반기 절반 가까운 조합이 적자를 볼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실과 비리가 드러나도 책임 추궁과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입니다. 지역 조합들은 관행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거나,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중앙회의 늑장 대응으로 문제를 키웠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법률상 일부 상호금융에 대해 검사를 할 수 있지만, 그간 강도 높은 제재보다는 수수방관한 면이 있습니다. 이는 관치와 마피아적 유대로 엮인 기존 구조에서는 고질적 병폐를 근절하기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여기에다 해당 조합들은 정치권 지역구와도 연계돼 정치권 로비나 토착세력의 영향 아래 놓이는 경우도 있어, 개혁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사각지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예금주인 서민들의 몫입니다. 성실히 돈을 맡긴 조합원들이 비리 경영진 때문에 예금을 인출하지 못할까 불안에 떨고, 때로는 예금보험 적용이 애매한 상황에 놓여 정부가 세금으로 긴급 구제 금융을 투입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결국 **“신뢰보다 돈벌이를 우선시하며 금융계 전반이 덮어둔 구조적 부실”**이 이런 사태를 야기한 것이라는 지적처럼, 지역 상호금융의 개혁 없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셈입니다.
3. 저신용자·자영업자·청년층의 대출 남발과 금융노예화
한국 금융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은, 저신용자·영세 자영업자·청년층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과다한 부채에 내몰리고 결국 **‘빚의 노예’**로 전락하는 악순환입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90%를 훌쩍 넘어 주요국 중 최상위권에 속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며, 그 부채의 무게는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청년층 부채부터 살펴보면, 2020년대 들어 집값 폭등과 주식 투자 열풍 등에 편승해 청년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급증했습니다. 정부의 정책모기지 공급과 시중은행들의 초장기 50년 주담대 완화 등에 힘입어 2030대의 주택 매입이 크게 늘었고, 그에 따라 빚도 폭증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9세 이하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21년 3,550만원에서 2022년 5,014만원으로 1년 만에 무려 4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의 부채 증가율이 4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빠른 부채 누증 속도입니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34세 이하 청년층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아졌습니다. 이는 앞으로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질 경우 청년층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이미 고금리·고물가·취업난 속에서 생활고를 겪거나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에 빠지는 청년들도 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금융기관 빚을 못 갚아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가 3만 건을 넘고,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자가 4만6천여 명에 달했다는 통계는 과도한 채무로 평생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금융 노예들이 이미 대거 양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영업자들과 저소득층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정부·금융권이 앞다투어 소상공인 대출지원에 나섰지만, 이는 상당 부분 빚의 연명에 불과했습니다. 매출이 회복되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출로 버티다 추가 대출을 내고, 결국 다중 채무에 빠져들었습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 대출자의 56.5%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이며 이들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70.4%를 차지합니다. 특히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3천만 원에 달해,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가게를 하는 영세 자영업자도 수억 원대 빚더미에 앉아 있다는 뜻입니다. 내수 침체와 매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여러 군데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이 상환 불능에 빠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은행권 연체율도 10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1.7%에 달해 10년 내 최악을 기록했고, 카드사·캐피탈사의 대출 연체율도 3.67%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정부 지원으로 한때 원리금 유예를 받았던 빚도 유예가 끝나자 한꺼번에 부실화되며, **“돈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인 지경입니다.
결과적으로 저신용 서민들은 합법 금융권에서 밀려나 제2금융권, 나아가 불법 사채까지 떠밀리는 악순환이 벌어졌습니다. DSR 규제와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 심사가 강화되자, 대부업·불법 사금융이 파고들어 살인적인 금리로 취약계층을 노리고 있습니다.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해도 편법 수수료를 붙이는 등 **‘장발장 대출’**이 성행하면서, 하루하루 이자 갚기에만 급급한 금융노예 계층이 늘었습니다. 한 신용회복 지원단체 관계자는 “채무자들이 빚 갚으려고 또 대출을 내는 빚의 굴레에서 못 빠져나온다.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평생 노예처럼 금융비용을 바치는 구조”라고 개탄했습니다. 이처럼 과잉부채 사회에서는 부유층은 저금리로 자산 투자 이익을 누리는 반면, 취약층은 고금리 빚에 눌려 경제적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차단되고 있습니다. 개인에게는 삶의 파탄을, 사회 전체로는 소비 위축과 불평등 심화를 가져오는 이 악순환의 사슬을 끊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을 것입니다.
4. DSR 3단계, 부동산 PF 부실, 비은행권 확장의 상호작용
앞서 살펴본 구조적 문제들은 최근 일부 거시건전성 정책 및 시장 불안 요인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DSR 3단계 규제의 시행과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부실 사태, 그리고 그에 따른 비은행권 부문 팽창과 리스크 전이입니다. 표면적으로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고, 2023년부터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는 3단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출 옥죄기가 **‘풍선효과’**를 일으켜, 오히려 비은행권으로 고위험 대출이 몰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DSR 3단계 시행으로 은행권에서 고액 대출이나 다중채무자에 대한 추가대출이 어려워지자, 대출 수요는 2금융권으로 이동했습니다. 예컨대 보험사나 카드사의 대출 취급이 급증하고, 저축은행·상호금융 조합 등이 느슨한 심사를 무기로 가계대출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들어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만기 제한 등 DSR 규제가 강화됐지만, 정책모기지나 전세자금대출 등 규제 예외 상품 위주로 대출이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습니다. 풍선효과로 인해 비(非)은행 대출이 급증한 것입니다. 정부도 이 점을 인정하여 **“대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풍선효과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지만, 실질적 대책은 미흡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가계대출은 다시 연 6조 원 이상 급증세로 돌아서 관리선에서 이탈했고, DSR 규제가 100% 적용되는 2025년 이후에도 규제 우회 수단을 찾는 행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런 규제 우회 대출의 상당 부분이 비은행권 부실 위험으로 고스란히 쌓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2022년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개발 사업 채무 불이행 사태는 국내 자산시장에 큰 충격을 주며 PF 자금줄을 얼어붙게 했습니다. 대형 은행들은 PF 대출을 꺼리고 발을 빼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탈사, 새마을금고 등이 앞다투어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출을 퍼준 것이 드러났습니다.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무려 54조6천억 원으로, 국내 전체 PF대출 잔액의 25%에 달해 어느 금융권보다 많았습니다. 이는 감독 사각지대에서 지역 금고들이 부동산 광풍에 편승해 위험한 베팅을 해온 것을 의미합니다. 금리가 급등하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이들 PF 사업장이 무너져 내렸고, 앞서 언급한 새마을금고들의 거액 부실이 동시다발로 터졌습니다. 2023년 여름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긴급자금 투입과 예금 전액 보호 방침을 내놓으며 간신히 신뢰 위기를 막아야 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해당 부실의 세금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다름없어 모럴 해저드 논란도 일었습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상황도 위태롭습니다. 저축은행들은 2011년 부실사태 이후 강화된 건전성 규제를 받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신심사와 부실대응 능력이 은행보다 취약합니다. 그럼에도 은행 대출 조이기가 심해지자 풍선효과로 저축은행 총대출이 급증했고, 부동산 경기 악화와 함께 연체율이 폭등했습니다. 앞서 동아일보 보도에서 언급했듯, 2024년 말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11.7%로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2금융권 전체 연체율도 4.7%에 달해 위험수위에 이르렀습니다.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들도 마찬가지로 부실 확대 추세입니다. 다시 말해, DSR 규제 등으로 큰 둑을 쌓았더니, 물꼬를 틀어막지 못한 곳에서 넘쳐흐른 격입니다.
한편 정책 모순도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가계부채 억제를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우려해 LTV 완화나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대출 부양책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2023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회복되자 주담대가 다시 급증하여 가계빚이 반등했습니다. 즉, 정치권과 정부는 부채 위험을 말하면서도 선거와 경기를 이유로 다시 대출을 부추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금융기관들은 규제 눈치를 보며 편법을 동원하고, 약삭빠른 이권 카르텔은 위험을 떠넘길 구멍을 찾아냅니다. 예컨대 은행들은 바젤Ⅲ 기준상 위험가중치가 높은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는 영업 전략을 펴고 있는데, 이는 자칫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 해결하지 못한 채 숫자 관리에만 급급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방은행의 경우 DSR 규제의 예외를 요구하기도 하고, 지방 부동산 PF 활성화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며, 규제가 정무적 압력에 따라 흔들리는 조짐도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부실위험은 은밀히 증폭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DSR 3단계 시행으로 관리되는 듯하지만, 실제론 숨은 부채와 잠재 부실이 비은행권과 음지에 쌓이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책금융기관 부실이 뇌관이 되었던 전례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2금융권 부실이 표면화된 경험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지금의 한국 금융은 얼기설기 규제와 풍선효과 속에서, 위험이 전가될 뿐 해소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있다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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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도시경제 연구소 박 홍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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