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는 저녁』
3부. 당신에게 가는 저녁
21. 오래 머물고 싶은 이름
사람의 이름은
처음에는 그저 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몇 번 더 듣고,
몇 번 더 마음속에 적다 보면
그 이름은 어느새
하루의 가장 따뜻한 자리에 머문다.
거리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우연히 같은 글자를 만나면
당신이 먼저 떠오른다.
이름 하나가
이토록 많은 장면을 데려올 줄은 몰랐다.
함께 웃던 순간,
말없이 걷던 저녁,
짧게 건넨 안부까지
당신의 이름 안에 조용히 쌓여 간다.
사랑은 어쩌면
한 사람의 이름을
오래 잊지 못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이름이 머물 자리를
마음속에 내어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당신의 이름을 소리 내지 않고 부른다.
아무도 듣지 못해도
마음은 그 부름을 따라 당신에게 간다.
이제 그 이름은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내가 오래 머물고 싶은
하나의 계절이 된다.
22. 오늘도 당신 쪽으로
하루는
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만,
마음은 어느새
당신이 있는 곳을 먼저 바라본다.
창밖을 스치는 바람에도,
늦게 번지는 노을에도
문득 당신이 떠오른다.
좋은 풍경을 만나면
함께 보고 싶어지고,
따뜻한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당신에게 전하고 싶어진다.
사랑은
멀리 있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는 일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저녁은
천천히 하루를 덮어 가고,
나는 익숙한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에게 가는 마음만은 멈추지 않는다.
만나지 못하는 날에도
그리움은 길을 잃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시간까지
조용히 당신 곁으로 걸어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한 걸음씩
당신 쪽으로 살아간다.
23. 기다림에도 향기가 있다
기다림은
아무 향기도 없는 줄 알았다.
그저 길기만 한 시간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당신을 기다리기 시작한 뒤로는,
계절마다 스쳐 가는 꽃내음도,
비가 지난 뒤의 흙냄새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의 향기까지
모두 당신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은
향기처럼 먼저 다가오는 걸까.
문득 스친 바람 하나에도
당신의 웃음이 떠오르고,
익숙한 골목을 지날 때마다
함께 걷던 저녁이 다시 피어난다.
사랑은
기다림을 견디는 일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마저
조금씩 아름답게 바꾸는 힘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저녁은
조용히 향기를 품고 오고,
나는 그 익숙한 공기 속에서
당신을 천천히 떠올린다.
아직 만나지 못한 시간도
헛되지 않았다는 듯,
기다림은 오늘도
은은한 향기처럼 내 곁에 머문다.
첫댓글 은은한 향기가 여백님의 옆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길 바랍니다~^^
관심가져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