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은 참 좋으신 분들입니다..
시누이도 참 착하고, 제가 오히려 갑질?ㅎㅎ(할것도 없지만 ㅋ)
이전에 시누이가 한국방문해서 우리집에서 지낼때, 결혼 초기라 미국 시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파악이 안된상태에서
시누이에게 물어봤죠.
나: "한국은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의 여자형제(시누이)들에게 많이 시달린다..대개는 남편쪽 가족들이 갑질많이 하거든..미국은 어떠냐?"
시누이: "미국은 며느리의 위치가 갑이다. 나에게도 MK(저의 이름 이니셜. 시댁식구들이 절 이렇게 불러요)의 위치가 갑이다"
오호~~고뤠~~~~~~~??? 그때 저의 함박웃음 느껴지죠?ㅋㅋㅋ
기쁜 갑의 마음으로, 열심히 살던곳 근교 구경시켜주고 한식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죠.
어쩐지...
남편이랑 결혼식 날짜 잡고 하와이에서 결혼하기로 장소 정한후, 시부모님께 날짜와 장소를 알려드리니...
'결혼식에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맙구나~~~해피~~~~!!!'
이런 반응을 보이시더라니....
혹시라도 며느리될 사람이 결혼식에 시부모님 초대 안할까봐 걱정하셨나????ㅎㅎ
몇년전, 시부모님이 한국방문하셨을때 같이 밥먹다가 이런저런 얘기중에,
남편의 주변 외국인 친구들(한국에서 한국인 아내를 둔) 몇명이 백수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얘기가 나왔어요.
능력있는 한국인 아내를 둔 덕인지, 한국에서 게을러진 탓인지(언어문제로 직업의 폭이 좁은것도 있고) 백수 한량생활 하고있는 주변 외국인들이 좀 있었거든요.
"어머님, 저는 이사람이(남편) 그런 백수생활 한다면 쫒아내버릴거에요~호호호"
"오...제발 그러지 말아주렴....우리가 도와줄테니....잭이 백수가 되면 다른 직장 구할때까지 미국 우리집에 들어와서 살렴..."
속으로, (허걱...아니되옵니다....)
며느리의 이런 겁없는 대사가 가능했던 이유가, 한국서 살고있던 아파트가 제가 결혼전에 구입해둔 대출없는 제 명의의 아파트였고, 남편은 결혼당시 0에 수렴하는 통장잔고를 갖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결혼후 석사학위 2개 딸때까지 학비 뒷바라지.
미국은, 아들 결혼할때 집값을 도와준다거나 이런게 없어요. 전세제도가 없다보니 대부분 월세 살이로 시작하니까 큰 보증금도 필요없고 미국인들 자체가 은퇴나이쯤 되면 매달받는 연금으로 생활을 하지, 한국인처럼 열심히 젊을때부터 저축저축 하는 생활습관이 아니다 보니 자식들 결혼때 집 구하는데 보태라고 척척 현금으로 내주시는 부모님이 거의 없어요.( 아, 물론 부자들은 다르겠지만요.)
그러니, 제 입장서는 시부모님께 받은게 없다보니 할말 다 가능. 게다가 며느리가 갑이라면서요ㅎ
아, 물론 시부모님이 거의 해마다 한국 방문하실때 모시고 근교 여행다니고 식사 다니고 다 했죠.(돈은 시부모님이 다 내심)
여튼 그러다가,....이제 시부모님과 더 가까이...미국에 와버렸네요. 물론, 각자 사는 주가 달라 비행기 두번 타고 가야하는 지역이지만.
시댁과의 갈등이 아마도 있을지도 몰라...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는데 (아무래도 가까이 살면 없던 갈등도 생기니깐요)..
얼마전 저녁시간, 시댁 단톡방에서 시엄니가 톡을 보내옵니다.
"너희들 다음주 봄방학때 시카고 여행간다며?"
어랏? 난, 봄방학때 시카고 간다고 한적이 없는데? 예전에 남편과 얘기하다가 여름에 시카고 가고싶다~라고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걸 남편이 시부모님과의 통화중에 또 날짜를 착각하고 자기멋대로 재구성해서 재잘재잘 흘린모양이고, 그걸 기억한 시어머님은 3월 봄방학때 우리가 시카고 여행가는줄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여튼 바로 잡아드려야해서, 제가 낼름 단톡방에 답변을..
"아뇨..이번 봄방학때 xxx로 로드트립갈까 계획중이에요. 가능할진 아직 모르겠어요"
일주일간 봄방학이라 집에서만 있기가 그래서, 근교 로드트립 계획을 세우고 있었거든요.
근데 경비문제도 있고 해서 아직 확정이 안된 상태.
"그래 멋지구나~우리가 봄방학때 니들 만나러 가려고 했었는데....못가게 되서 섭섭하네."
어랏? 3월에도 시부모님이 우리동네 오시려고 했다고?? 난, 몰랐는데.. 5월에 같이 크루즈 여행가기로 했자너?
나 " 괜찮아요. 5월에 같이 만날거잖아요~"
시엄니 " yes, see you then."
그후에 다시 장문의 톡이 옵니다.
그걸 읽고 전, 잠시 멘붕... 이거 무슨 뉘앙스 일까...분명 내가 듣기 좋은말은 아닌거 같은데...
방에서 혼자 노느라 단톡방 확인을 안한 남편을 불러냅니다.
"자기. 톡 확인 해봐. 어머님 술 드셨지??" 시엄니의 주사를 남편이 종종 얘기한적이 있거든요.
남편이 확인하더니... "엄마 술 드시고 취중 톡 중이네...나도 진짜 싫어..술만 드시면 꼭 이렇게 급발진해서 자식들 죄책감 느끼게하심. 그래서 나랑 Hil(시누이)은 저녁시간에 엄마한테 톡 오면 답변안해. 자기도 앞으론 이 시간에 엄마한테 톡 오면 답변 하지마. 거의 취중 톡이라고 보면 되. 요즘들어 부쩍 더 그러시네. 여튼 문제야 문제....휴..."
문제의 그 시엄니 톡을 혹시라도 제가 잘못 해석해서 오해했을까봐, 챗gpt에게 해석해보라고 했습니다.
"요점이 그게 아니야! 네(you)가 봄방학에 시카고에 가는 줄 알았어. 네가 안 간다는 걸 알았더라면 우리가 너를 보러 갔을 거야! 나 죽어가고 있을지도 몰라, 나도 모르겠어. 내가 갈 수 있을 때 방문하게 해줘!!"
이거 왠쥐...며느리 니땜에 내가 내아들 만나러 못가는거 아니냐??라는 항변인건가...여튼 뭐, 난 3월에에 시카고 간다고 한적도 없고, 시부모님이 그 기간에 우리 보러 오고싶다고 미리 언질한적도 없고.
죄가 있따면...아들이 잘 못 전달한 죄 + 시엄니의 취중 급발진+괜히 친절하게 내가 시댁 단톡방에 즉각 답변한 죄.
여튼 톡 답변은 안하기로 하고, 다음날 아침되니 시엄니로부터 다시 톡.
맨정신에 어젯밤 톡을 보신듯,
"I apologize ....5월에 보자꾸나." 로 마무리.
나이가 들어가시니...한국이나 미국이나 부모님들은 똑같나봅니다..
뻔한 레파토리 ,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런말로 자꾸 자식들 자주 만나고 싶은맘을 표현하시는듯....
저, 이제 미국판 시월드 펼쳐진거 맞죠????
5월에 크루즈여행에서 시엄니와 같이 술 한판 떠야겠어요;;;;
첫댓글 시어머님 은근 귀여우시네요.
자식이 많이 그리우신가봅니다.
5월 크루즈에서 술한잔 나누시며 즐겁게 지내시면 되겠네요.
히어 영어봤는데 사는건 같고 방식(문화)만 틀리다는걸 느낌.
올려주시는 글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대출 없는 집도 있고 능력 있으시군요. 좋은 시댁이네요. 미국은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크게 안 받는 경우가 많으니 부모자녀간 오히려 서로 관계가 좋아지는 면도 있는거 같아요.
서울집값으로 생각하시면 아니되어요~경기도권 전세금도 안되는 지방 소형 아파트ㅎ남편도 시댁에 금전적으로 바라는 마음 자체가 없더라구요.여행갈때 돈대줄테니 같이가자~하면 거절없이 같이 가는 정도.
ㅎㅎ 글 잘 봤습니다.
재미있게 글 쓰시네요^^
하하.
시엄니가 한감성하시네요. 매느리 어려운줄 아셔야 톡을삼가하실텐데.
적정거리 두기가 참~ 어렵습니다그려
잘 읽고 있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시월드도 엿보게 되네요..^^
재미나게 사시네요.^^
글 너무 재미나게 쓰셔서 잘 읽었습니다. ~~
재밌게 잘 봤습니다~~ ㅎㅎㅎㅎ
ㅎ그래도 시엄마께서 사과는하시네요~5월에 보면 자주 보는건 아니지만..그래도 시댁은시댁이네요
글이 너무 재밌어요^^
부자들은 자식한테 집도 차도 해줍니다.미국 사람도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 너무 가난하면 결혼까지는 잘… 시부모가 결혼식에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말은 의례상 하는 말이라고 보면 되고요. 술한판 뜨기보다는 그냥 손님같은 며느리 하세요. 너무 친해지면 할말 못할말 못 가리는 시부모님들.. 어디나 비슷해요. 톡에 대답 안한것처럼 격식차린 말 아니면 대답을 안하거나 자식들이 상대하게 하는 것이 좋다 봅니다
입꾹닫하고 미소지으며 술만 홀짝홀짝 마시려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