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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편의적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어 - 박병상(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
Q : 시민 단체나 종교계 쪽에서는 인간복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인간복제를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배아복제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우선 일부 생명공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인간복제를 통한 불치병의 치료, 행복한 미래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미래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예상되는 큰 위험이 예상되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을 과학자들의 판단만으로 시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왜 다른 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생명과 관계된 복제를 통해 시도를 하냐는 것입니다. 지금도 산부인과를 통해 버려지는 배아가 충분하고 이 배아를 통해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명의 기준을 과학자가 규정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생명의 기준은 38억년 동안 인류의 성장과정에서 만들어져 온 것인데 과학자들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그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체외수정을 주장할 때는 착상이 시작되었을 때부터라고 하고, 지금은 수정후 14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에 대해 그런 편의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Q :배아복제를 반대한다면 결국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반대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거대한 시장과 고부가가치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명공학 관련 산업적 가능성들을 막게되는 것 아닙니까? A : 생명공학 관련 거대시장의 형성이라는 것도 의심해볼 부분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문제들이 있고, 치명적인 결과들을 낳을 수 있습니다. 또 시간에 의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해도 노인들의 경우 하나의 장기만을 이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또 문제가 생기는 장기마다 이식한다면 비용은 엄청날 것입니다. 이러한 위험과 비용을 생각할 때 기존의 치료방법을 사람들이 이용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렇게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지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또 이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한다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즉, 생태적 환경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타당하고 논리적으로 당연한 것입니다. 이렇게 환상적인 미래를 펼쳐놓고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거대기업들은 투자비용의 회수를 위해 사람들에게 성공을 믿도록 만들고 성급한 연구결과들을 강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Q :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윤리적 판단으로도 미래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피임에 대한 찬반이 갈렸을 때 윤리적 입장에서는 피임을 반대했었지만 피임이 현실적으로 여성의 자유나 권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지 않습니까? A :문제는 그러한 윤리적 논란들을 터놓고 이야기 할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드신 대로 피임약의 문제는 피임약을 먹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당연한 것입니다. 그 사람들과 모여서 합의해야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없습니다. 기술만 도입되지요.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다들 이야기 하지만 낙태되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아이들의 2배가 됩니다. 생명윤리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낙후되어있다고 할 수 있지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 윤리적인 부분과 마찰될 때 이러한 부분에 대해 철저한 논쟁과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생명이나 과학과 관련된 윤리들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되고 사회적 성숙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또 이러한 논란을 겪어야만 사람들이 그 과학기술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사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Q : 일부에서는 이미 과학기술이 윤리나 법으로 재단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윤리나 법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그러한 주장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피해가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하는 것입니다. 유전자라는 것은 어떻게 발현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지금의 이익을 위해 후손들에게 불이익을 남기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또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기술로 제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아복제가 이루어지면 생명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생명은 더 이상 존중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있거나 갈아 끼울 수 있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과학에 대해서는 투명한 과정들이 적용되어야 하고 문제가 없을 때까지는 보류하는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해야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 또한 겸손해져야 합니다. 하나의 가능성만 가지고 모든 것이 될 것처럼 부풀려서도 안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
정리 : Daum기획/특집 편집팀 (2002/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