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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반대 정당한가? - 김우재(포항공대 분자바이러스학 박사과정) |
Q : 홈페이지를 보면 인간 복제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급진적 주장을 하고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인간 복제는 자연스러운 생식에 반대되는 인공적인 행위라고 인식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 저는 인간복제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사회에서 자연적인 것과 비자연적인 것을 나누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복잡한 세계에서 질서를 창조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욕구는 나쁜 정신적 습관인 이분법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대안을 찾기보다는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악습을 만듭니다. 현재 인간복제의 문제에도 이러한 나쁜 습관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통해 쌍둥이라는 자연적인 클론을 보아왔고, 접목이라는 흔한 방법을 통해 수백년간 과일나무를 복제해 왔습니다. 물론 시간차를 두고 탄생하는 복제인간은 쌍둥이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접목은 식물에 대한 것이니 부적절한 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백신접종, 집약적 농업의 도입과 노예제도의 폐지와 같은 인류사의 사건들은 과연 자연적인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비자연적인 성격으로 인해 그 사건들이 금지되어 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자연적인 것과 비자연적인 것을 구분할 논거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Q :자연적인 것과 비자연적인 것의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인간 복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A : 진화학자들은 성의 기원에 대한 설명에 당혹함을 표시하곤 합니다. 이기적인 유전자 가설에 따른다면 자신과의 유전적 친화도 100%를 보장하는 무성생식에 비해 유성생식은 개체의 입장에서 손해가 됩니다. 유성생식의 필요성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기생적인 생식세포에 의한 성분화입니다. 어느날 자신이 세포질에 들여야 할 비용을 줄이고 이를 다른 생식세포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데 투자한 생식세포가 출현했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형질은 세포질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생식세포(난자의 조상)들로 이루어진 군집내에서 금방 퍼져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은 정자만으로 이루어진 군집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 종은 곧 멸종하게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정자 대 난자의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만약 우리가 이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성은 그 기원에서부터 불공평했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양육에 따른 암컷의 이중비용을 생각한다면 유성생식은 암컷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제적 불균형 상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의 이중비용에 관한 역설이 진화학자들을 당혹케 하는 이유이며, 그런 의미에서 유성생식은 무성생식보다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장황한 설명이지만 정리하면 무성생식의 한 유형으로 복제를 바라본다면 현재 우리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있는 남녀에 의한 양성생식보다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복제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반대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인간복제에 대한 연구자체를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이유, 게다가 비자연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테크놀로지를 거부해야 합니다. "옷을 입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인간복제의 부자연스러움에 가장 호들갑을 떨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나체에 혼비백산할 바로 그 사람들일 것이다"라는 도스킨의 유머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Q : 인간 복제는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우선 우리는 돌리의 복제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인간복제에 대한 발언들이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이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만일 그러한 반응이 클로나이드사의 무절제한 복제시도와 같은 결과이후에 나온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복제를 또 다른 생식수단으로 대체시키려는 클로나이드사의 시도를 찬성하지 않습니다. 인간복제는 새로운 생식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질병치료와 몇몇 특수한 경우에 사용하는 대체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인간복제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습니다. 로봇처럼 똑같이 생긴 클론 군대와 수만명의 히틀러라는 상식 이하의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것도 그러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타워즈"와 "브라질에서 온 소년"에 의해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인류의 미래는 천편일률적으로 어두운 지구를 가정합니다. 전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SF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인간복제에 대한 민감한 반응들이 그런 소설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면 적절한 논거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인간복제는 비윤리적이다라는 발언들은 그러한 논리를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인간복제가 가져올 문제들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추측과 가정은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간 고유의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윤리적 공격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복제된 인간이 "열린 미래권"을 가지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복제의 비윤리성을 공격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들은 대부분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가 어떤 식으로 침해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하지 않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들은 대부분 이미 부정된 유전자 결정론을 근거로 인간복제의 비윤리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유전형질은 복제할 수 있지만, 인간의 "뇌"는 복제할 수 없습니다. 인간복제는 개인을 대체 가능한 존재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논리와 마찬가지 이유에서 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개인의 정체성은 오로지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가 시험관 아기를 대하는 태도와 복제인간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를 것이라는 상상을 전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그 유전적 형질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Q : 인간복제는 인간을 파멸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고 말씀하시지만 상업적 이용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인류의 새로운 계층화나 이로인한 생명에 대한 경시, 그리고 우생학의 발전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실현된다면 개인은 구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요? A : 인간복제가 야기할 우려 가운데는 인간복제가 "상업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복제를 주장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가 복제된 배를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논리도 적합한 반대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양쪽이 모두 반대하는 우려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복제가 클론에게 비도덕적인 착취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이 또한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저 역시 반대합니다. 이러한 대부분의 우려들은 과장된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류의 새로운 계층화와 우생학의 발전이라는 논리는 허황된 것입니다. 인간복제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도 이미 인류는 노예제도를 가지고 있었고, 우생학이라는 학문은 인류 스스로 거부해 폐기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인류에게서 절망과 희망을 모두 발견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낙관론의 편입니다. 인류가 거대사회를 이루고 살 수 있었던 이유에서 전 "인간복제"가 새로운 계층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서 희망을 볼 것인가, 절망을 볼 것인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지만, 우리는 맨 처음 말했듯이 극단적인 이분법의 잣대로 세상을 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복제는 강간이나, 매춘, 살인과 함께 다루어질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함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막는 시도는 없어야 합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동설"의 발견과 "진화" 그리고 "무의식"의 발견을 통해 인류는 많이 당황했지만, 곧 극복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인간복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복제 연구에 대한 원천적인 봉쇄가 아니라 신중한 관찰입니다.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인간 복제”문제에 대한 정부와 종교단체의 신속 강경한 대응은 과학에 대한 엄청난 폭력입니다. 전적으로 인간복제를 찬성하는 것이 아님에도 제가 “인간복제”문제를 잡고 늘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복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인가 크게 잘못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리 : Daum기획/특집 편집팀 (200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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