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조건상 포도 재배가 불가능한 알프스 이북 지방에선 와인보다는 보리·홉 등의 곡물로 빚는 맥주가 대종을 이룬다.
19세기 이래 정부가 맥주 제조권을 장악하고 법령으로 맥주의 순도와 원료를 규제하는 등 맥주의 품질 향상에 노력하면서 각 지방마다 독특한 맛의 맥주를 생산하는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네덜란드에선 1864년 하이네켄이란 사람이 1592년에 설립된 암스테르담의 하이스태크 양조장을 인수, 쓰지만 부드러운 맛을 내는 하이네켄을 만들고 있으며, 덴마크에선 1801년 야곱센이 설립한 칼스버그사에서 텁텁한 맛의 칼스버그를 내놓고 있다.
체코의 대표적인 맥주 부드바이저 부드바르(Budweiser Budvar)
맥주의 본향은 체코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유를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보헤미안들이 오늘의 맥주를 있게 한 주인공인데다,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인 미국의 안호이저 부시사가 체코의 유명한 ‘부드바르’ 브랜드를 미국식으로 고쳐 ‘버드와이저’란 제품을 내놓았을 정도니 말이다.
맥주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중세시대에는 수도원에서만 제조됐다. 그들은 양조권을 독점해 경제권을 장악했고 그리하여 유럽사회를 지배했다. 교회의 우월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지탱한 것은 거대한 영지와 양조 독점권 같은 경제력이었다.
그렇다고 당시 최고의 두뇌집단이었던 수도원이 포도와 보리의 품종 개량과 양조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12∼13세기에 홉의 첨가법을 개발해 지금의 맥주를 있게 한 공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체코의 맥주가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보헤미아 왕국의 웬체슬라브 왕이 교황에게 맥주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며 일반인들도 양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진언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체코는 맥주산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보헤미아 맥주는 밀, 보리, 귀리에다 홉·주니퍼(서양 향나무)·감귤 등을 넣어 향과 맛을 낸 것인데, 경도가 아주 낮은 물을 사용하는 까닭에 맛이 담백하고 홉의 향도 짙다. 특히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70km 정도 떨어진 필젠(Plzen)에서 생산되는 필제너(Plzener) 맥주는 ‘담백 맥주(필젠타입 맥주라고도 함)’란 용어를 만들어 냈을 만큼 맛이 담백하다.
필제너는 맛이 뛰어날 뿐 아니라 건강에 좋다는 임상실험 결과도 나와 있어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 차원에서 권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장을 구경하겠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자 회사측은 공장 옆에 레스토랑을 만들어 놓고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을 맞는다. 현지에서 생맥주 맛을 본 맥주 애호가들은 한 술 더 떠서 “맥주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성지순례 하는 마음으로 평생에 한 번은 필젠을 찾아야 한다”며 필제너 칭찬에 열을 올린다.
Plzen의 Brewery cellars
체코를 한동안 지배했던 옛 소련이 필제너의 소문을 모를 리 없었고, 마침내 ‘그 정도는 문제없다’며 맥주공장까지 차렸다. 필젠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하고 시설도 그에 못지않게 꾸몄다. 공들여 만든 시제품이 나오자마자 우선 필젠으로 보내 평가를 청했다. 그때 필제너는 이렇게 답했다. “댁의 말(馬)은 아주 건강합니다.” 소련이 만든 맥주를 말 오줌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이다.
첫댓글 체코인들은 맥주를 Pivo(피보)라 부른다는 군요. 필스너 역시 부드바이저 부드바르와 함께 대표적인 체코맥주이지요.
우리나라의 대표맥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