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니메이션이 요즘 극장가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일주일 차이로 잇따라 개봉한 <로보트태권브이>와 <천년여우 여우비>가 각각 70만과 5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한 해 개봉된 국산 애니메이션을 통틀어서 100만 관객을 달성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 한계는 허물어졌습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야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근거가 생겼다"며 벅찬 소감을 토로했었습니다.
<태권브이>가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국내 창작 제일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면, 여우비는 산뜻하고 아름다운 영상과 감수성으로 흥행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씨지랜드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국산 애니메이션 전체관객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세미나를 기획했습니다.
앙시 그랑프리에 빛나는 이성강 감독의 감수성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천년여우 여우비>. <여우비> 주요 제작진들이 그 동안 작업 노하우를 알려 주는 이번 세미나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현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내 일류 2D, 3D 제작진이 참여해서 3년간 완성한 판타지 애니메이션 <여우비> 제작 세미나에 애니메이션을 사랑하시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여우비>를 만든 사람들 1. 아트디렉터 조혜승
조혜승
<천년여우 여우비> 아트디렉팅
서울무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다수 참여(프로덕션 디자인 및 아트디렉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배경 작업에서 일반적인 미술작업과 다르게 대형 제작 프로세스에 적합하도록 이미지의 구성 요소를 분할하여 작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멀티패스형 미술배경 제작이라고 이름 지으셨는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조혜승| 기존의 애니메이션 배경 작화 방식은, 레이아웃 상의 배경 위에 직접 채색하고 작업자 개개인의 손에 의해 완성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숙련된 인력구성 없이는 수준 높고 일관된 작품을 짧은 기간 안에 완성하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안정된 제작팀도 드문 형편입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과 관련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천년여우 여우비>도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예정된 제작기간은 상당히 짧은데다 일반적인 기존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배경 아트웍과도 차별화 되는 스타일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사람을 많이 뽑아서 열심히 작업한다‘ 라는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여우비>에서 배경 작업을 진행한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에서 시나리오상의 공간을 모두 분석해서, 공간별로 필요한 구성 소스를 정리한 뒤,
(ex: 여우비가 사는 산>북사면>구릉나무 주변의 숲은 모두 자작나무로 결정>)
각각의 구성 소스를 또 조합 가능한 단위로 나누었습니다.
(ex:자작나무 =>이파리/가지/줄기)
이렇게 나눈 소스들을 모두 낱개의 라이브러리로 만들어 공유하고 배경 제작 시 포토샵에서 가능한 기본적인 합성만으로도 공간구성이 어느 정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각각의 소스는 라인/색상/명암/질감 이렇게 네 가지 요소(멀티패스)로 구분해서 작업해서, 수정이나 3D로의 데이터 전환이 필요한 경우에도, 작업이 중복되는 일 없이 신속하고 직접적인 전달이 가능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1400여 컷의 극장판 배경을 평균 6명의 배경스탭으로(최소 2명~최대 11명 유동적이었음) 9개월 안에 끝냈습니다. 개인당 1일 1컷 이상 소화한 스케줄입니다. <마리이야기> 때 1컷당 2~3일 이상 걸렸던 작업기간이나, 다른 국내 극장판의 작업기간과 비교하더라도, 퀄리티 대비 속도면에서 획기적인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렇게 배경 작업을 한 2D 배경 이미지는 3D 비주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천년여우 여우비> 아트디렉터로서 설정 작업 전반적으로 참여하셨는데 각 부분에서의 역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조혜승| 캐릭터디자인과 캐릭터 원화 작감 및 원화 수정을 했습니다. 이 밖에 소품/메카닉/배경디자인 작업에서 원안을 제작하고 직접 팀을 리드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캐릭터 원화 작감 및 원화 수정과 관련해서
작화라인이 불안정해서 여러모로 난항이 있었고, 캐릭터의 디테일한 연기가 살아주지 않는 점이 큰 문제로 부각되어서, 결국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원화체크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트디렉팅과 겸해서 떠맏게 되어서 제 작업 부하가 너무 심해져서 원화작감역할의 인력확보를 요청했고, 박병산 감독님(<장금이의 꿈>/<누들누드> 등 감독)께서 후반에 잠시 합류해서 도와주셨고, 집중적으로 캐릭터에 매달린 결과 그나마 상당 부분 수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결국 시간부족으로 수정 기회를 놓친 컷들이 많아 여전히 아쉬움이 큽니다.
소품/메카닉/배경 디자인과 관련해서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생각을 품는 그림/말을 하는 그림' 이지만, 영화 안에서는 캐릭터 이외의 다른 요소가 너무 자기 목소리를 많이 내는 것은 영화 전체로 볼때는 오히려 마이너스인 경우가 있습니다.
공간/소품 등의 디자인은, 자기 자신은 몸을 숨기고 인물의 연기를 돋보이게 받쳐 주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풍성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이후 실제 제작되는 배경은, 전체적인 연출 흐름과의 조화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팀 리드 부분
제 경우는 큰 방향은 디테일하고 확실하게 제시한 후, 나머지는 믿고 맡기는 편입니다. 작업은 자유롭게/ 결과물의 평가는 확실하게/ 라는 주의입니다. 스타일별로 장단점이 있겠지요.
<여우비>를 만든 사람들 2. 3D 수퍼바이저 김민호
첫댓글 저런 퀄리티로~ 피터지는거 만들면.. 정말 잼날텐데..ㅎㅎㅎ
피라뇨 ㅡ_ㅡ.. 당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