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기속도는 고도가 천 피트 오를 때마다 속도계 지시 값에다 2%를 더하라”
- 항공문화 2017 가을호에 보낸 글-
[속도계 이야기]
항공기의 대기 속도계(airspeed indicator)는 항공기가 빠른 속력으로 공기 중을 이동할 때 항공기에 부딪치는 공기의 압력이 속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흔히들 베르누이의 정리라는 이름으로 익히 알고 있듯이 공기든 물이든 유체의 압력에서 정적인 압력(정압, static pressure)과 동적인 압력(동압, dynamic pressure)을 합한 값(전체 압력, 전압, total pressure)이 그 유체가 흘러가는 길을 따라서 재어보면 일정하다는 것이다. 비행기의 대기 속도계는 비행기의 정면 진행방향을 쳐다보고 있는 피토 튜브의 정면 구멍에 부딪쳐서 전달되는 동압과 정압이 합쳐진 전체 압력(total pressure)과 비행기의 동체 옆면에 붙어서 흘러가는 공기를 직접 맞지 않는 구멍에서 전달되는 정압 압력이 서로 힘겨루기를 해서 그 압력의 차이가 밀어내는 힘으로 속도계의 바늘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대기압은 공기층의 무게 때문에 생기는 압력이다. 그래서 대기압은 공기층의 두께가 가장 두꺼운 지면 쪽이 가장 높고, 위로 점점 올라갈수록 점점 낮아진다. 바다로 비유하자면 물의 두께가 가장 두꺼운 바다 속 깊은 바닥에서 가장 수압이 많이 걸리고 수면 위로 점점 올라올수록 물의 두께(깊이)가 얇아(얕아)지면서 수면 위에서는 수압이 지면 대기압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정압이라는 것은 보통 비행기의 동체 앞부분의 좌우 측면에 돌출되지 않게 뚫린 정압공(static port)이라는 구멍으로부터 파이프로 연결되어 대기 속도계와 고도계에 연결되는데, 이런 정압공의 위치는 항공기의 자세나 비행속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속도대기압을 변동 없이 잘 측정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한다. 그래서 이 정압공으로부터 전달되는 압력은 사실상 그 고도에서의 대기압이므로 기압계에 연결하면 바로 기압고도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저 동압이란 것은 속도가 같으면 항상 같은 압력일까? 지상 500 피트에서 100 노트 속력으로 달릴 때 감지되는 것과 고도 5천 피트에서 같은 속력으로 달릴 때 감지되는 것이 과연 같을까? 한여름 낮의 5천 피트에 100 노트와 가장 추운 겨울철 아침의 5천 피트 100 노트의 동압이 같을까? 동압이 다르면 속도계 바늘이 100이 아닌 다른 값을 지시하지 않을까? 요즈음 드론 같은 데에 쓰이는 디지털 대기 속도계 같은 경우에는 저런 수식 계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 기능을 넣을 수 있어서 실시간으로 속도를 계산하도록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아날로그 식 속도계는 순전히 기계적인 방식이라 고도가 바뀌거나 계절 변화에 따라 공기의 밀도가 변하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공기라는 기체의 그런 변화하는 특징을 실시간으로 보상해주는 장치가 속도계 속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애로사항이 발생하게 된다.
[속도계의 태생적 문제]
아날로그 식 속도계의 원리는 단순하다. 공기가 달려와서 누르는 힘(동압)이 같으면 속도계 바늘은 고장이 나지 않는 한 늘 같은 값을 지시하게 된다. 그런데, 그 누르는 압력은 공기의 밀도에 따라 변한다. 고도가 높아지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진다. 속도계가 100을 지시했다면 고도 1천 피트에서나 고도 5천 피트에서나 실제 속도가 100이라는 뜻이 아니라 공기의 동압 수준이 같다는 뜻이다. 고도 5천 피트에서는 해면고도에 비해서 공기 밀도가 약 86%로 줄어든다. 실제 비행 대기속도(진짜 대기속도, 진대기속도, true airspeed)가 똑 같이 100노트라면, 5천 피트에서는 해면고도에서보다 공기가 만들어 내는 압력이 86%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 의미는 비행기가 해면고도에서와 동일한 피치 자세각을 가지고 비행한다면 양력이 86%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고도 유지가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조건에서 고도를 유지하는 수평비행을 하려면 해면고도에 비해서 기수를 약간 더 들어야 한다. 그런데 비행기 타시는 분들은 별로 걱정할 게 없고 실제로도 걱정하지 않는다. 속도계를 보고 비행을 하는 한 고도 1천 피트에서 100 노트이건 5천 피트에서 100 노트 이건 계기판 속도가 같으면 같은 받음각에서 같은 양력이 나오는 것이므로 비행 자세가 달라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아날로그 식 속도계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 지시 값은 실제 비행속도보다 느리게 표시한다. 비행기의 조종사 운용 매뉴얼에 자세히 표로 수록되어 있을 테지만 비행 중에 그걸 찾아서 속도계랑 대조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그래서 우리의 항공인 선배님들이 잘 만들어 놓은 암산 방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FAA의 조종사 지식 핸드북에 소개된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고도 천 피트마다 2%씩 더해 주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5천 피트라면 +10% 해서 100노트를 지시한다면 실제 속도는 110 노트 정도 된다는 뜻이다. "A second method, which is a rule of thumb, provides the approximate TAS. Simply add 2 percent to the CAS for each 1,000 feet of altitude." (FAA Pilot’s Handbook of Aeronautical Knowledge, p.7-9)(“두 번째 방법은, 주먹구구 방식인데, 대략적인 진대기속도를 구하는 방법이다. 간단하게 고도 천 피트씩 올라갈 때마다 속도계 지시 값에 2%를 더하면 된다.” 인용에서 생략된 첫 번째 방법은 비행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임.) 그래서 그 주먹구구 방법이 얼마나 근사한 방법인지 재미삼아 표준대기 조건을 가지고 소형 항공기들이 주로 날아다니는 1만 피트 이하의 고도에 대해서만 계산을 한 번 해 보았다. 그 결과가 아래 표와 같다. 이 표에서는 해면고도에서 표준대기 상태인 기온 섭씨 15도인 경우만 보여 드린다. 고도가 올라가면 대기 온도가 내려가는데, 이것도 선각자들이 주먹구구법으로 1천 피트 올라갈 때 섭씨로 2도 정도 내려간다고 배웠을 것이다. 실제로 표준대기 조건으로 계산해보면 거의 정확하게 2도씩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공기의 밀도는 고도에 따라 저렇게 낮아지고, 속도계 지시 값이 100이라고 했을 때 5천 피트로 올라가면 약 8% 늘어나는데 비해 주먹구구로 계산하면 10%를 더해 주게 되므로 108이냐 110이냐의 차이가 있고, 만 피트까지 올라갈 경우 116이냐 120이냐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차이는 바늘 눈금을 읽어서 속도를 파악하는 아날로그 계기의 읽기 정확도 오차도 있기 때문에 대충 봐줄만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대략 2%를 더하시오!” 같은 건 암산이 쉽지만, 주먹구구로 하는 방법인데 “천 피트당 1.64%를 더하시오!” 따위로 만들어서야 누가 쓰겠는가!
고도(ft) | 온도(T) °C | 밀도비 (ρ/ρ0) | 이론 속도 (속도계:100) | 주먹구구 속도 (+2%/천피트) |
0 | 15.0 | 1.00000 | 100 | 100 |
1,000 | 13.0 | 0.97107 | 101 | 102 |
2,000 | 11.0 | 0.94278 | 103 | 104 |
3,000 | 9.1 | 0.91512 | 105 | 106 |
4,000 | 7.1 | 0.88809 | 106 | 108 |
5,000 | 5.1 | 0.86167 | 108 | 110 |
6,000 | 3.1 | 0.83587 | 109 | 112 |
7,000 | 1.1 | 0.81065 | 111 | 114 |
8,000 | -0.8 | 0.78602 | 113 | 116 |
9,000 | -2.8 | 0.76197 | 115 | 118 |
10,000 | -4.8 | 0.73849 | 116 | 120 |
[진짜 속도와 계기판 속도는 쓰임새가 다르다 ! ?]
그런데 왜 속도계 오차를 걱정해야 할까? 실제 비행속도(진대기속도)를 알아야 하는 실용적인 이유는 항법 때문일 것이다. 동압이나 계기판 속도는 이륙할 때 활주로 표고(field elevation)에 관계없이 속도계 눈금 맞추어 당기면 올라갈 수 있어서 편리하지만,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가는 데에 몇 시간이 걸릴 지를 계산할 때는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된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는데 얼마나 걸릴지를 계산하려면 내 비행기가 이동하는 진짜 속도가 필요하다. 비행계획을 할 때 준비한 항공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고도별 풍향 풍속 예보자료를 가지고 바람의 속도를 비록 근사치이긴 하지만 알기 때문에 바람속도와 내 비행기의 진대기속도를 속도 삼각형으로 합성하면 실제로 지면에 대하여 이동하는 내 속도, 즉 대지속도(ground speed)를 계산할 수 있다. 이런 항법 기술은 전통적인 기초항법기술이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순항속도 120노트(진대기속도)인 비행기를 타고 동쪽(090 방위)으로 비행을 하려고 할 때 바람이 20도 방위에서 35노트로 불어오면 조종사는 바람에 떠밀리는 것을 감안해서 기수를 좌로 10도 더 틀어 080 방향으로 비행해야 한다. 그러면 지면 기준으로 움직이는 대지속도는 110노트, 비행궤적은 090 방향이 된다. 목적지가 110마일(노티컬 마일) 떨어진 곳이라면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기 속도, 바람속도, 대지속도의 관계(FAA 조종사 지식 핸드북에서 발췌)]
요즈음은 위성항법장치(GPS)가 보편화 되어 있어서 자동차 내비게이션 장치에서 속도를 읽듯이 대지 속도(ground speed)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GPS에만 의존해서 비행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위성신호가 매우 미약해서 쉽게 교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GPS 내비만 믿고 길 찾아 가다가 GPS 끊어지면 황당하기는 하늘 위에서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그러면 진짜 속도를 보여주지도 못하는 저 대기 속도계 지시 값은 어디에도 쓸모없는 숫자일까?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속도계 지시 값이 같다면 고도가 낮건 높건 공기가 날아와 부딪치는 압력(동압)이 동일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륙속도가 65노트인 비행기가 있다면 고흥과 같은 해발고도에 가까운(80피트) 비행장에서 이륙하거나 미국의 덴버 공항처럼 고도 5천 피트가 넘는 비행장에서 이륙하거나 간에 속도계가 65를 가리키도록 이륙활주를 하면 된다.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더라도 속도계가 지시하는 65노트라면 공기의 동압은 고도에 관계없이 같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덴버와 같은 높은 활주로에서는 밀도뿐만 아니라 엔진 출력도 줄어들기 때문에 65노트까지 가속하기 위해서는 고흥 활주로에 비해서 훨씬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할 것이다.
속도계에는 플랩가동이 허용된 속도범위(white arc), 실속속도, 정상 운용 속도 범위(green arc), 주의 속도 범위(yellow arc), 초과 금지 속도(VNE) 등 비행 중에 관찰해서 지켜야 할 속도 값들이 여러 가지 색상 또는 글자로 표시되어 있다. 이 값들은 비행고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이 값들은 모두 공기의 동압에 의해서 비행기에 작용하는 힘을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도나 온도와 무관하게 순전히 피토튜브를 통해 읽어지는 공기의 동압에 좌우된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고서 오해를 한 끝에 속도계에 명시된 이런 주의 표시조차 천 피트 당 +2 %씩 머릿속으로 환산해서 올려서 잘못 적용하면 큰일 날 수 있다. 그냥 속도계 바늘이 지시하는 대로 읽고 적용하면 된다. 특히나 경량 또는 초경량 항공기를 즐기는 동호인들이라면 몇 시간씩 걸리는 장거리 비행을 시간 맞추어 정확히 해야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GPS가 보여주는 속도(대지 속도)와 대기 속도계를 비교해 볼 때 진대기속도 환산을 재미삼아 한 번 해보는 것으로 끝내도 될 일이다. 제자리에서 일정한 뱅크 각과 일정한 속도/고도로 선회를 한 바퀴 이상 하면 GPS가 보여주는 대지속도가 진대기속도 값을 중심으로 선회를 360도씩 할 때마다 사인 커브를 그리듯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변화는 대기 중의 바람이 만들어 낸다. 그런 날을 만나기 아주 어렵지만 바람이 하나도 없는 날이라면 고도에 따라 환산한 진대기속도와 GPS 속도는 일치할 것이다. (추신) 위 글에서 용어의 혼란이 있음. 엄밀히 말해서 속도와 속력은 다르다. 속도(velocity)는 크기와 방향을 갖는 벡터량이고, 속력(speed)은 속도의 크기만 나타내는 스칼라량이다. 그런데, 항공기 분야 여러 책에서 이미 '속력'이라는 자리에 '속도'가 들어 앉아 버렸다. 그래서 관례대로 (ㅎㅎ 쉽다~!) 그냥 맘대로 속도와 속력을 섞어서 썼는데, 혹시라도 이 글 읽으실 항공 애호가 학생님들은 주의해주세요.
[출처] 재미로 따져 보는 대기 속도계 오차 이야기|작성자 하늘평화
진대기 속도(true airspeed; TAS)
진대기 속도(TAS)는 대기의 압력과 기온의 변화에 따라 수정 속도(CAS)를 수정한 속도이며 현재의 대기 조건에서 공기 속을 이동하는 실제 속도(actual airspeed)이다. 진대기 속도(TAS)는 고도와 기온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추측항법과 같은 항행기록부를 작성하는데 활용된다. 해수면의 표준대기 조건에서 수정 속도(CAS)는 진대기 속도(TAS)와 일치한다. 그러나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공기밀도(density)는 감소하고 밀도고도(density altitude)가 증가함에 따라 주어진 수정 속도(CAS)에서 진대기 속도(TAS)는 증가한다.
진대기 속도는 지시속도(IAS), 기압고도(PA), 기온 등을 적용하여 산출할 수 있으며, 표준 대기 조건이라고 가정했을때 그림1과 같이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진대기 속도(TAS)보다 증가한다. 또한 일정한 동력과 일정한 지시고도에서 비행 중 진대기 속도(TAS)는 외부 공기 기온(OAT)이 상승함에 따라 증가한다.
그림1. 지시속도(IAS)는 고도에 따라 변함이 없으나 진대기 속도는 고도 및 기온에 따라 변한다.
해수면 표준대기 조건에서 두 속도는 일치한다. 그러나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밀도의 변화가
발생하고 진대기 속도는 이에 상응한 값으로 증가한다. 고도 10,000피트에서 진대기 속도는
지시속도보다 약 17% 정도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