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오전에 마셨 건만,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두 잔째 넘기고 있다. 방금 아점을 먹었으므로.
지금 휴대폰 자판을 두들기는데 발등과 손가락이 시렵다. 양말을 신은 후 양 손을 커피잔에 대니 온기가 손바닥에 스민다. 이처럼 따뜻함과 친밀해야 하는 계절이 어김없이 도래했다. 찬 기온을 반기는 건, 국화 종류와 단풍을 만들어야 할 나무들일 것이다.
천 개의 불상 같다 하여 천불동이라 이름 붙인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생각한다.
하늘 밑 기어가는 구름의 복부 찌르려나? 마천루 기암괴석 발목 적시며 투명하게 흘러 동해와 합수할 계곡 물이며, 그 허공에서 천지삐까리 선혈 흔들면서
오세요 어서오세요 날이면 날마다 나를 감상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지금 뿐인걸요. 절정인걸요. 법륜스님께서는 "잘 물든 단풍은 봄꽃 보다 아름답다" 하셨는걸요. 나를 만나 고요히 눈물 훔친 청년도 있답니다. 추풍秋風 날아 들면 나는 등산로이든 바위틈이든 木 발등이든, 수북수북 누워 즐거운 소멸에 들 작정이랍니다. 나는 이때껏 푸르렀으므로 쇠락을 절망하지 앓을 거예요. 그것은 순리이니까요.
이러한 언어 조곤조곤 들려줄 것 같은.
잠시 후 설거지용 고무장갑과 겨울에 내 몸 훈훈하게 덮을 두껍지 않은 이불을 사러 나갈 것이다. 코 앞 L 마트가 아닌, 전절 타면 네 번 째 정거장에 위치한 E 마트로.
단상을 마치자 에프엠에서 도나 섬머의 '핫스터프' 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몸 가볍게 흔들며 휴대폰 자판을 넘긴다.
첫댓글 핫스터프에 듣고 어깨 들썩이지 않음 안되요 ㅋ
저번 글 읽고 들깨향님 스탈인데?
댓글보니 맞췄다~! ㅎ
단풍은 너무 이쁘고 고와서 단풍 보러 떠나고 싶게 만들어요
이 가을 해피하시길요~~^^
무쟈게 반갑습니다. 목선 님.
글, 끝에서 두 번째 연 내용은 실행하지 못했네요.. 어찌어찌하다 보니 어두워져서요. 제 문체 알아 보시는 목선님도 행복한 11월 되세요. 꼭.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