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글을 써야할지,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지를 넘어서 눈앞이 새하얘진다는 게 어떤 것이지를 진정으로 깨닫고말았습니다. 전국 각지의 사전티오들을 알아보며 또 그 당시 찌라시로 돈 공문들을 떠올려보며 제가 속으로 수없이 내뱉은 말은
"꿈인가."
였습니다. 눈물은 커녕 화도 안나고 입맛도 없고 몸에 힘도 안들어가고 포기하고 싶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생각마저도 안 들었습니다.
정말 이 상황이 지금 이 순간이 기분이 매우 나쁜 악몽이기를 바랬습니다만... 아무리 볼을 꼬집어보아도 역시나 현실이더군요. 아니메&특촬물 씹뜨억인 저로서는 이세계물처럼 아예 이세카이로 가고 싶을 지경의 심경이 되더군요.
'그래, 이세카이로 갈 수 없지. 여긴 현실인데.'
이세카이로 못 가니까 도망쳐버릴까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아예 극단적으로 요즘에 내일배움카드로 나라에서 취업 도와준다는데 걍 그거 해버릴까라던가 걍 기간제 혹은 시간강사 인생이나 살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마마의 사야카(!?)처럼 이 일본어 임용을 택한 '나는 정말 바보...'라고 자책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이게 바로 절망인가 싶더군요. 참 무섭네요. 절망이라는 녀석. 사전티오 발표 후 저는 티오들을 확인하고 여러 카페들과 커뮤 등지를 떠돌다가 오늘, 아니 올해는 공부는 여기까지 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일병행 시간강사하고 있으니 여기에 집중하고 내년에 기간제나 하고 아니면 걍 사립갈까 여러가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이제 말들이 들려옵니다. 사전티오가 0이라는 소식에 말들이 들려옵니다.
"어떻게 할래?"
"올해 시험도 안치는데 급하게 막 할 필요를 넘어서 공부를 안해도 되는거 아냐?"
그래서 저는 오늘 펜을 잡았습니다. 그냥도 아니라 아주 비장하게, 무기를 잡듯, 록시드(!?)를 잡듯이 그리고 태연하게 디데이를 확인했습니다.
"D-115."
오히려 저는 디데이를 보고 그날로 향해 달려가기로 한겁니다. 11월 28일. 그 날을 향해서요. 주변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이해합니다. 아니 당연한겁니다. 바짝 준비하면 뭐하나요, 시험도 안 치는데. 그런데도 저는 불태우기로 결정한겁니다.
'115일 남았어. 2주 뒤면 100일 벽이 깨지겠구만!'
우울감과 좌절감 대신에 조바심과 긴장감 그리고 초조해짐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우는 것 대신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택했습니다. 사전티오 전국 0명에 마냥 울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특히 그리고 또 사나이가 울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또 보기에도 안 좋고(???) 그렇잖아요(?). '언제 나올지 모르는 티오를 대비해서 항상 열심히 꾸준히 해서 나오면 탁 붙도록해라'는 주변의 조언들에도 저는 불태우기로 한겁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말 처럼 야망을 가지고 불태우기로 한겁니다. 그게 소년의 자세이고 또 청춘의 자세잖아요? 조언들에 대해서는 당연한거라 여겼습니다. 저는 오히려 거기에 스스로 무언가를 더 부여해서 불태우기로 결정한겁니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도전적 과제' 인셈이죠. 그 도전적 과제란 바로 '11월 28일 전까지 모든 걸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도전적 과제를 부여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전 티오 발표 후 책상에 앉았더니 공부가 될리가 없기에 폰을 보며 유튜브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이게 뜨더군요. (영상 링크 남깁미댜)
https://youtu.be/_umUx2NbooU?si=Il091rczk_QBLFU-
바로 봤습니다. 망설임없이 눌렀습니다.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소리없이 앓으며 오열했습니다.
"... 그래서 저는 힘든 상황이 오면 '아, 이건 나한테 도전이야' '이건 내가 성장할 기회야' ..."
이 말에 무너져버렸고 또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성장"이라는 단어에 제가 다시 타오르게 되었습니다. 오늘 공부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에 동소현쌤의 전공서의 머리말을 다시 펼쳐들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문 '화로(火鉢)'를 보며 언제 제가 학부생때
"이 책이 수험생들의 숯이 되어주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숯이 되어주리라"
라고 다짐한 기억이 났습니다. 우선 다들 아시잖아요. 일본어 아니 아마 모든 제2외국어 그리고 비주류 과목이 그럴겁니다. 정보가 얼마없다를 넘어 아예 전무하다시피하기에 아무도 없고 거의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해야한다는 걸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저는 학부생때 학교를 다니며 이렇게 누누이 다짐했습니다.
"합격 딱 하기만하면 합격수기는 물론 공부자료도 풀거고(그것도 공짜로.)
공부방법부터 생활습관, 멘탈관리에 2차 지도안 틀이랑 교과서 분석 방법에다가 심지어는 더울때 폭염 속 공부 방법이랑 대처법 등 온갖 모든 잡다한 모든 것까지 다 알려주리라!"
라고요. 이 굳은 각오는 여전했습니다. 언제나 단단했습니다만 근데 오늘을 기점으로 더 불타오르게 되네요. 그렇게 평소처럼 펜을 잡고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뭐 저의 경우 이제 집에서도 수험생에 대한 은근한 배려(?)를 못 받게 된다는 사실도 있겠습니다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불태우자. 이 하나뿐이었습니다. 현실도피한다, 희망회로를 넘어 정신승리 레벨에 도달했다 이런 소리 들어도 상관없었습니다. 알아요. 저도 제가 그렇다는 걸.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오직 이것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는 붙을 수 있을까."
오로지 이 생각으로 차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 각오도 다시 되새겨봅니다.
"이 시험은 누가 선택했다?"
"내가 선택했다"
"교사가 되는 길은 누가 정했다?"
"내가 정했다"
"누가 붙는다?"
"내가 붙는다"
오늘따라 그 말이 더더욱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힘들지 않으면 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게는 정말로 유감이지만 저는 이 힘든 상황으로 오히려 성장할 겁니다. 공부는 계획대로 정해진 분량, 정해진 강도로 이어나갈겁니다. 그러나 저에게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9월부터는 박차를 가하고, 10월에는 공부한 모든 것들을 모아 하나로 만들고, 그리고 11월에는 마무리를.'
저는 디데이, 11월 28일을 향해 달려갈거라는 겁니다.
이때까지 1차합은 한 번도 한 적없는 재수생 일병행 시간강사 주제에 쓰는 글이지만 가뜩이나 정보도 상황도 힘겨운 이 판에서 (무엇보다도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얘기입니다만)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께 조그나만 위로가 되길 바라며 무작정 되는대로 마구 갈겨가며 써내려갔습니다.
매우매우 두서가 없음을 넘은 맥락따윈 팔아먹은 완전 카오스같은 글이었습니다만... 반드시 내후년에 합격해서 일본어과 그리고 제2외국어과가 처한 현실을 저라는 한 소년이 수험생이 아닌 정교사로서 맞서 싸워 나가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펜을 잡아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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