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금 발매중인 시사주간지 주간548호에 실린 것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주간동아를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대박 영화 ‘괴물’ 뒷얘기도 대박… 대형 붕어는 미국산 베스설, 속편 제작설 등 說 說 說
“엄마, 아빠는 늦잠 주무셔서 저 혼자 왔어요. 제발 들어가게 해주세요.” ‘한강에 나타난 괴물과 맞서 싸우는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린 영화 ‘괴물’이 개봉한 첫 주말,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는 아침 7시부터 관객들로 붐볐다. 8시에 시작하는 ‘괴물’ 첫 회를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12세 관람가인 것을 모르고 혼자 온 초등학생들도 적지 않았는데(부모 동반 시 초등학생 입장 가능), 입장을 막자 초등학생들은 “‘괴물’을 봐야 친구들과 말이 통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영화 ‘괴물’은 개봉 첫 주에 최다 상영관(617개) 개봉, 최단시간 100만, 200만, 300만 관객 동원, 최다 하루 관객 동원(79만2762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이미 서너 번을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져 ‘왕의 남자’ 기록을 넘어설 것인지에 대한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흥행 신기록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관객들이 봉준호 감독과 영화사도 미처 알지 못했던 ‘괴물’의 뒷얘기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중에는 황당한 에필로그도 많지만, 매우 영화적인 상상력에서 탄생한 서사가 있는가 하면 ‘정치적으로 올바른’ 해석들도 눈에 띈다.
관람객들은 또 영화의 특수 시각효과를 담당한 미국의 ‘오퍼니지’사로부터 직접 입수한 ‘괴물’ 이미지를 생태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영화사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의 ‘또 다른 결말’을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한순간 스쳐 지나간 대형 ‘붕어’의 비밀까지, ‘괴물’의 흥미진진 미스터리들을 분석했다.
① ‘괴물’의 또 다른 결말, 현서는 살아 있다! ‘괴물’의 클라이맥스는 괴물과 강두(송강호 분) 가족이 맞짱을 뜨는 장면이다. 강두는 괴물의 아가리에서 딸 현서(고아성 분)와 ‘매점 서리’ 소년 세주(이동호 분)를 구해낸다. 영화사의 공식 시나리오에 의하면 현서는 괴물에 의해 희생당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가장 논란이 분분한 부분이 현서의 죽음이다. 많은 관객들이 현서가 죽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다(혹은 믿고 싶어한다). 그 증거로 제시되는 것이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현서의 사진. 또 관객들은 상업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폭탄과 쓰나미에도 살아남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봉 감독은 ‘친구’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결말처럼 우리나라에선 주인공의 죽음이 흥행코드가 된다고 말한다.
관람객들이 제기한 또 다른 결말은 현서가 괴물이 아니라 경찰의 총격으로 죽었다는 ‘음모설’과 강두가 세주를 현서로 착각하고 있다는 ‘정신이상설’ 등이다. 제작사는 “생각지 못한 결말이다”면서도 즐겁다는 반응이다.
② 괴물은 어류인가, 양서류인가? 암컷인가 수컷인가? 괴물은 포름알데히드에 의해 어류와 양서류의 유전자가 섞인 기형 생물체다. 감독에 따르면 ‘고질라’급이 아니라 ‘에일리언’급 크기로 한강에 숨어서 산다. 입을 벌리면 암컷 같고, 물 밖에 나온 모습은 남근을 연상시킨다. 한강에서 자살한 사람들을 먹고 고기 맛을 본 뒤 백주대낮에 먹이-사람-를 구하러 다니게 됐다는 것이다. 크리처 디자이너 장희철 씨는 물고기+쥐, 물방개형, 사람 사체 속에서 성장한 인간 변형 등 약 2000종의 생물체를 만든 뒤, 너무 못생기고 우스운 놈들을 탈락시키고 최종적으로 다리가 짧은 짱뚱어형 돌연변이를 선발했다.
‘버라이어티’지는 이를 ‘돌연변이 올챙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연꽃 모양의 입’이 볼 만하다고 평했다. ‘탄생 자체가 불행하고 나름대로 살아보려 애쓴 녀석’이기에 괴물에 대해 동정을 표하는 관람객들이 많은 것도 특이한 점.
‘괴물’ 촬영현장. 괴물이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은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하거나 무작정 달려야 했다.
③ ‘괴물’의 영문 제목이 왜 ‘The Host’인가? ‘호스트(host)’는 숙주란 뜻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잠깐 등장하는 대형 ‘붕어’를 놓치지 마시라.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붕어가 괴물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일단의 누리꾼(네티즌)들이 의문을 갖고 정체를 파헤친 결과, ‘오퍼니지’사에서 괴물의 옆구리에 이 붕어가 머리를 박고 기생하는 사진을 입수했다. 즉 괴물은 숙주이고, 붕어는 괴물에 기생하는 ‘파라자이트(parasite)’인 것이다. 영화사 측도 이를 확인했다.
감독은 ‘호스트’라는 단어가 “사회·정치적 함의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이 대형 물고기가 토종을 몰살시킨 미국산 베스라고 주장한다. 괴물은 결국 파라자이트-미국, 무능력한 정부, 기성세대, 비합리적 사회 등-에게 농락당하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④ 괴물은 왜 사람을 바로 먹지 않고 납치하는가?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봉 감독이 동물 가운데 펠리칸 등은 먹이를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먹고 한꺼번에 배설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점에 착안했다.
‘괴물’은 한국, 뉴질랜드, 미국 3국을 잇는 영상 회의로 태어났다.
⑤ 괴물은 생물학적으로 발생 가능한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창배 박사는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이 직접적 원인이 돼 이런 괴물 어종이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괴물과 물고기의 ‘호스트’와 ‘파라자이트’ 관계는 생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수중보와 인공 시멘트 구조물로 가득한 한강에서 이런 거대한 생물체가 생존한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쥬라기 공원’은 과학적 근거가 선행된 뒤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괴물’은 가족과 사회에 초점을 맞춘 영화지만, 세계 관객을 상대로 한 만큼 이론적 뒷받침이 갖춰졌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⑥ 한강 다리 중 ‘원효대교’가 선택된 이유는? ‘원효대교가 용산 미군기지와 가까워서’ ‘원효대교가 13번째 교량으로 불길한 숫자이기 때문에’ ‘원효대교에 하수도가 많아서’라는 설이 제기됐다. 감독은 “한강 헌팅을 할 때 원효 모리아 지구에서 괴물 은신처로 쓰인 하수구를 보고 꼭 영화에 넣어야겠다고 결심”해 이곳과 연결된 원효대교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또 “원효대교 아치가 브이(V) 형태로 긴장감과 색다른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⑦ 미군 영안실에서 ‘포름알데히드 병에 먼지가 많다’고 모두 버리게 한 것은 튀는 설정이 아닌가? 이는 감독이 2000년 실제로 일어난 맥팔랜드 사건을 취재해 ‘재연’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맥팔랜드 씨는 한국 군무원에게 “OO, 시킨 대로 해!(Do what the fuck I tell you, are you stupid?)”라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 이때 475㎖ 포름알데히드 480병이 한강에 방류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계기’였을 뿐 봉 감독은 제5공화국의 ‘치적’으로 꼽히는 한강종합개발 사업이 실제로는 생태를 파괴하고 곳곳에 시멘트 동굴을 만들어놓아 그 안에서 부패한 물이 악취를 풍기고 있는 것이 한국 근대화의 병리를 상징한다고 본다.
첫댓글 괴물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지만, 마침 다른일때문에 보지를 못해서 아쉽네..... 나도 울 공주 델꼬가서 함보고 천만명 동원에 한몫해야겟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