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린다.
자다말고 깜짝놀라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지나고 있다.
핸폰의 발신자를 보니 후배이다.
녀석은 객지에서 만나서 10여년을 비교적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다.
벨이 몇번 울릴때까지 순간적으로 망설이며 잔머리를 굴리었다.
'이녀석이 술이 취해서 전화 하는것 같은데 받지말자'
'아니지 무슨 급한 일이나 안좋은 일이 있을수도 있잖아 ?'
망설이다가 결국 핸폰의 통화키를 누르고 말았다.
최대한 졸린 목소리로..
"이 새벽에 무슨일이냐 ?
고 했더니,
"죄송합니다 형님!
형님 집 근처 술집인데 술 한잔 하시지요.
제가 좀 많이 속상한 일이 있습니다."
라고 하는데 취한 목소리가 아니다.
내일 만나자고 몇번을 얘기 했지만
녀석의 풀죽은 목소리가 심상치 않고
이미 잠도 멀리 달아나 버렸기에
일어나 주섬 주섬 츄리닝을 찾아 걸쳤다.
아내도 이미 잠에서 깨었지만
통화의 내용을 듣고 있어서 어디 가냐고 묻지도 않는다.
녀석이 있다는 술집에 들어서 보니
유흥업소에 종사하는듯한 아가씨들이
일(?)을 끝내고 떠들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녀석은 혼자 앉아 있었다.
녀석은 말짱 해 보였고 소주 2병째를 비우고 있었다.
"도대체 이 새벽에 무슨 일이냐 ?"
"별일 아닙니다.
형님 집 근처에 왔길래 그냥 한잔 하고 싶어서요 "
라고 한다.
이 시간대이면 다른곳에서 마시고 올 시간대인데
그런것 같지도 않고
녀석은 술잔만 급히 털어 넣는다.
술이 몇잔 돌아가자
녀석이 길게 한숨을 쉬면서 얘기를 털어 놓는다.
"마누라가 집을 나갔어요.
자다가 깨어보니 안 보이더라구요
전화도 안 받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것 아니냐 ?"
했더니
"제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아무리 그런일이 없다고 해도
믿지를 않으니 미칠 노릇이지요 "
"네 처가 의심 하는데는 무슨 근거가 있겟지
괜히 그러겟냐?"
녀석은 정말로 그런일이 없다고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지만
내가 보기에는
녀석이 내게도 진실을 얘기 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꽤 오래전 녀석의 처가 내게 전화하여 하소연 하던 일이 언뜻 떠올랐기 때문이다.
녀석은 노름에 미쳐서 마누라의 금붙이를 훔쳐가서 노름을 했던 전적이 있던 녀석이다.
내가 수사관도 아니고
녀석을 징역 보낼것도 아니기에
그냥 믿어 주는척 했다.
어찌 되었던 새벽에 죄도 없이 체포 된것은 나였다.
체포된 주제에
수사관이 되었다가 카운셀러가 되었다가 하면서
먼동이 트고 있었다.
술병은 너댓병이 넘어지고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내어놓은 해결책은 이랬다.
녀석이 바람을 피운적은 없지만
차후 바람을 피울시는
아내의 어떠한 요구도 달게 수용 하겠다는
각서를 인감 첨부해서 써 주는것으로....
예상되는 그 어떠한 요구는 이런것등일 것이다.
이혼은 기본이고
재산의 몰수는 당연하며
어쩌면 술도 끊어야 되고
저녁 7시 이후는 외출도 금지될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겠나?
마누라와 살려면 감수 할 밖에....
......................................................
녀석과 헤어지면서 '신의 한수'를 알려 주었다.
"대여섯 조목의 요구사항을 들어 주는데
너도 하나 정도의 요구 사항은 마지막 조목에 명시해라.
하나 정도야 들어 주지 않겠나 ?"
"제가 뭘 요구 하지요 ?"
........
"뭐긴 뭐냐 ?
위에 있는 모든 조목을 인감 첨부해서 이행 할것을 각서 하되,
단, 남편이 요구시는
모든것은 무효화 할수있다'
이렇게 명시해라."
"....?"
녀석이 멀뚱하니 눈을 굴린다.
........
"그리고 하나 더..
그 각서에 연대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나한테는 연대보증을 서 달라고 하지마라.
내가 보증 서는데 몸서리 나는 사람이다."
..................................................................................
바람피는 후배를 둔 덕분에
오늘 오전은 침대에서 몸 도장이나 찍어야겠다.
............
그 사람을 알려면 친구를 보면 안다고 하는데
나는 바람피는 그런 사람 아니다 머...
첫댓글 요즘세상에도.그렇게 사는사람이 있군요.
70~80년대 이야기인것 같아요.
1부1처 이후 불륜은 끊임없이 계속 되어 왔습지요.
인류가 생긴이래 패거리들이 (깡패)들이 있었던 것처럼요.
누군가의 하소연이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 하셨습니다.
해결책이 안되더라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우리는 바른 인간이 될럭지
참 힘들지요.
술꾼이 술 마시자는데..ㅎ
불륜에 대한 저의 변(辯)은 제가 쓴글
불륜을 하자(26.3.25)올씨다. ㅎ
남편이 요구할것은 뻔 한것 같은디 ㅋㅋ
미국 정치인들도 벨트아래 발생한일은 누설하지않는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는 말을 들은거 같은데...
벨트 위에 있는 입에서 나왔다니까요 ㅎㅎ
그 시간에 전화를 한 칭구도
그 시간에 전화를 받고
나가시는 거사님도
두분 다 일반적인 일상들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그케 연락을 할수 있는
인연을 쌓으신 거사님이
참,
부럽습니다
솔직한 생각 입니다효~~♡
술 마시자는데...
들어 줘야지요.
새벽에 혼술 하고있는 녀석은 얼매나 외롭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