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이 님이 수요일에 출정할 계획이라는 글을 보고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나 또한 수요일 강랜 출정을 계획하고 입장 순번을 신청했고
1118번에 당첨되었다. 평일 강랜 출정 시 1500번 대 안쪽의
입장순번을 받으면 블랙잭 30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린데이 님에게 입장순번을 물어보니 3번에
당첨되었다고 했다.
3월 비수기 인데다 평일이라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입장 전 메인 호텔 3층의 더 가든에서'
만나기로 하고 수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먹은 후 직접 차를 몰고 새벽의 어스름한 길을 밟아 갔다.
어둠 속을 운전하며 오래 전에 강랜에서 같이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게임을 하던 전우들을 기억에 올렸다. 정말 많은
추억들 안에 그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들의 모습을 선연하게
기억하지만 2023년 가을, 7년여 만에 다시 찾은 강랜에서
지금까지 게임을 해 오면서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다시 보지
못했다. 치열한 전장 속에서 희노애락을 같이 하다 보니
남다른 정이 들기도 했었는데 지금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강랜에 도착해서 사우나에 들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채
나른한 휴식을 즐기고, 시드를 준비 후 3층 더 가든에 가서
따스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양송이 스프를 시킨 후
그린데이 님의 도착을 기다렸다.
9시 30분 쯤 더 가든에 도착한 그린데이님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우연히 출정일이 같아서 객장에서 두 번
그린데이님과 인사했고 한 번은 내가 먼저 윈컷해서 떠났고,
한 번은 그린데이 님이 먼저 윈컷해서 떠난 적이 있다.
오전 10시가 되자 그린데이님은 바로 객장으로 향했고
나는 10시 15분 쯤 입장이 가능했다. 5층의 그린데이님이
알려준 블랙잭 30 테이블에 도착하자 그린데이 님이 자신이
앉은 테이블은 벌써 모두 만석이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맞는다. 다행히 바로 옆 테이블에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아 있어 신속하게 콤프 카드를 올려 놓고 착석할 수 있었다.
평일의 입장 순번이 1118번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늦었으면
대기를 올렸어야 하는 상황이 될뻔 했다.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게임을 할 수는 없었지만 바로 옆 테이블이라
나는 수시로 그린데이님 테이블의 게임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다.
늘 그렇듯이 역시 카드의 흐름이 좋지 않아 보였고, 내 테이블의
카드 흐름 역시 딜러 초 강세의 극악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 시드는 계속 눈녹듯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고,
오후 두 시 경이 되자 반 이상의 시드를 잃고 있었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점점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카드의 흐름은 최악의 상황으로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마 간간히 쉬러가며 내 테이블에 들려본 그린데이님 역시
내 테이블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음료수를 마시며 둘러본 다른 30 테이블의 상황 역시
별로 다르지 않은듯 대부분 핸디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오후 세 시가 되자 휴식도 취할 겸
조식 뷔페 포함 패키지로 예약해둔 룸에 체크인해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찾은 테이블은 핸디들의 한숨만 가득했고, 이미 올인 당해
아웃한 핸디들도 있었다. 저녁 4시 30분 까지 시도했던
찬스 베팅들은 거의 모두 딜러의 막강한 수비에 가로 막혀
더 이상 활로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었고 나는 계속 만원칩으로
베팅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기위해 카드의 흐름을 더욱 면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저녁 5시 무렵 새로 바뀐 여자 딜러가 카드를
돌리기 시작하면서 첫번째의 활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왼쪽에 남아 있던 10만원 권 파랭이들을 조용히 투입하기 시작했고
찬스 베팅들이 살아서 돌아온다. 서서히 기세를 올리자 딜러 패가
맥없이 버스트되기 시작했다. 6연속 버스트. 단 8번의 찬스 베팅으로
시드 복구 성공.
시드를 무사히 되찾고 한 숨돌리자 마자 다시 카드의 흐름이 딜러 강세로
급변한다. 또 다른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린데이 님 역시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는지 저녁 7시 30분에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 메뉴는 오리엔의 맛있는 짜장면 곱배기.
돌아온 테이블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두 명의 핸디가
올인당해 아웃하고 새로운 핸디들이 투입되었다.
밤이 깊어질 수록 수렁이 더욱 깊어진다.
딜러는 핸디들이 20을 잡을 때마다 당연히 20이나 21을 꽂아
생로를 차단하고, 심지어 4연속 블랙잭으로 남아있던 숨마저
조여왔다. 핸디가 두려워하며 받지 못한 카드 한 장이
밀려서 딜러의 21 카드를 여지 없이 만들어 주고,
카드를 무리해서 받으면 이 역시 21을 꽂아서 응징한다.
나는 찬스 베팅 기회를 포착할 수 없었고 파랭이 칩은 손도
못댄채 계속 만원씩 카지노에 헌납하는 돈대는 기계가
되어 버렸다. 다시금 활로가 보이지 않는 어둠의 미로 속에
갇혀 버린 듯 했다.
밤 12시 30분 쯤 그린데이 님이 칩박스에 칩들을 가득 담은채
활짝 웃으며 먼저 윈컷한다고 인사한다. 다행이다. 비록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린데이님의
테이블 상황이 매우 혹독했음을 잘알고 있었기에 정말 대단한
승리를 했다고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린데이님은 환전 후
응원의 자양강장제 한 병과 담배 한 갑을 전달해 주며 먼저
귀가한다고 떠났다.
새벽 세시, 난 아직 시드 복구 후 이렇다 할 찬스베팅 기회를
잡지 못하고 지루한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핸디들의
손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커지고 있었고, 예민해진
핸디들은 계속 다른 핸디의 게임 운용을 탓하기 시작했다.
말구 핸디가 이렇게 칠거라면 자신은 차라리 딜러와 1:1로
붙어서 승부를 내고 싶다고 했다. 핸디들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딜러와 마주하는 1:1의 진검 승부. 역시 핸디들의 패는
여지없이 딜러 패에 맥을 못춘다.
내 순서가 왔다. 30 풀베팅.
나는 10, 6 그리고 딜러 오픈 카드는 10.
여기서 내가 망설이면 더 이상의 활로는 없다.
"때려!" 라는 내 말에 여자 딜러가 뒤집은 카드는 5.
이게 진검 승부다. 짜릿했다.
딜러의 히든 카드는 역시 10.
이렇게 시작된 딜러와의 진검승부는 내가 170만원을
이겼을 때 종료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핸디들이
숨을 가빠할 정도로 딜러와의 카드 승부는 흥미진진
했다. 나는 단 한 번만 카드를 받지 않았고,
모두 다 카드를 격렬하게 힛해서 살아 남았다.
그 중 압권은 내가 7,3을 받고 딜러가 A를 오픈했을 때.
당연히 인슈어런스는 무시했고, 더블을 치며
내가 뱉은 말은 "Ace call !!!",
기다렸다는 듯이 Ace가 떨어졌고
나의 주먹은 나도 모르게 대기를 갈랐다.
숨가쁜 딜러와의 1:1 승부가 종료되고 다시
7명의 핸디가 마주한 카드 흐름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환원된 딜러 초강세의 악슈.
이제 핸디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기운과 자금도
바닥이 난 채 한 명씩 한 명씩 테이블에서 사라진다.
내게 찾아온 또 한 번의 기회는 새벽 5시,
30 풀베팅에 블랙잭이 맞자마다
연속해 베팅한 4번의 풀베팅이 모두
딜러 패를 무참히 밟아버렸다.
바로 가방 안에 있던 칩 전용 파우치를 꺼내서
테이블위의 모든 칩들을 알뜰하게 담는다.
"카드 주세요! 아웃합니다"
첫댓글 우와 숨도 못쉬고 숨막히게 잘 읽었습니다
승하심을 감축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강랜의 카드 게임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ㅠㅠ
새벽에 귀가해서 오후까지 시체 처럼
뻗어 잤습니다. ㅎㅎ
후기를 쓸 여력도 없는데 시에라님이 대신
올려주셨네요. 시에라님의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많은 걸 느꼈습니다.
담 저녁은 제가 사겠습니다.
저도 집에 도착하자 마자 2시간 정도 꿀 잠을 잤습니다.
다음에는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린데이님의 수요일 게임 후기도 기대됩니다 ~
그린데이님 칩박스 축하드립니다
악전고투 끝에 행운이 따랐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현장감 느꼈어요.
감사합니다 ~ 실제 현장은 글에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참담했습니다 ㅠㅠ
수고많으셨습니다^^
블랙잭은 너무어려워보여요~~~~ㅎ
사실 블랙잭은 무척 흥미로운 게임이지만
유별나게 강랜에서의 게임은 점점 어려워지네요 ㅠ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혹시 시에라님께서는 철저하게 베이직으로 하시나요?
확률에 근거한 게임 운용을 하지만 완전한 베이직커는 아닙니다 ~
시에라님도 승 축하드려요 ~
감사합니다 ~
상황이 그려지는 후기에 흥미진진했습니다~~승리 추카추카요^^
감사합니다 ~
힘들고 값진 승리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대박이모와 이웃가게 이모 함께 더블은
불가능하겠죠? 마치 딜러 2바닥에 6,6을
받은것 같아 스플릿은 좋지 않을것 같고
일타쌍피는 불가능할까요?
더블 치려다가 노래방 앞에서 그 사단이 났잖아요.
지켜보시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