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비가 좋아했던 청순한 Diorissimo
유럽의 3대 성당 중의 하나인 성 바울 성당에서 금세기 최대의 로열 웨딩의 주인공 찰스 황태자가 커다란 청(靑)사파이어 반지를 다이아나에게 끼워주던 세기의 결혼식을 전세계의 7억 여명이 시청하며 축복을 빌었다. 그 이후 15년 만에 2천2백50만 달러의 위자료를 받으며 다시금 "세기의 이혼"을 겪는 등 다이애나의 인생은 왕세자비라는 직함만큼 그리 화려하거나 순탄하지는 않았다. (중략)
수천만 명의 가슴 속에 진솔하고 애정이 넘치는 여인으로 영국인들에게는 물론 전세계인의 마음 속에 아로 새겨져 있다. 그녀가 좋아했던 향수가 있다. Christian Dior 의 디오리시모 (Diorissimo, 1956) 라는 매우 청초하고 순전한 은방울꽃 향기이다. Dior의 르네상스를 이끈 Maurice Roger는 Diorissimo 향수가 Christian Dior의 정신이 담겨진 향수라고도 말한다. 품위 있는 은방울꽃 구성인 Diorissimo 향기는 향수의 전 역사를 통해, 살아 남은 유일한 single floral 향수이다.
은방울 꽃
그 향기는 매우 친근하지만, 단순하지는 않다. “사람들은 많은 특징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매우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은방울꽃 향을 중심으로 자스민, 보로니아 등과 복잡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죠. 그것이 조향사 Roudnitska의 천재성입니다.” “조향사들은 거칠고 강한 합성향료의 특성 때문에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향사들은 헬리오트로핀, 바닐라, fruity 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합성 향료의 거칠음을 완화하고 강도를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이죠. 이것이 1954년경의 향수 트랜드였는데, 나는 이 경향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향수에 대한 Roudnitska 의 철학은 향수의 구조는 단순하고, 핵심이 드러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Diorissimo 향기가 Christian Dior의 행운의 꽃 향기였을 뿐 아니라, 노르망디에 있는 그의 어릴 적 집에서 영감을 받은 패키지의 가벼운 핑크색과 회색 색상은 Dior이 가장 좋아했던 색상의 배합이다. 청초하고 순결한 Diorissimo 향기 속에는 Dior 의 고향 노르망디의 풍경과 동심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하다.
왕세자비로서 부러울 것 없는 미모와 부귀와 명예를 다 가졌으나 켄싱턴(Kensington) 궁을 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그녀만의 고독과 인생을 생각하게도 한다.
*출처 : 불후의 명작 향수 이야기(신광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