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리니지2M 이라는 게임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시 생각으로는 그냥 마땅히 할 게임도 없고 새로운 게임이라니까 시작해 보자 정도에 그쳤습니다
서버도 아무 생각 없이 제일 멋있어 보이는 이름 + 제가 좋아하는 숫자인 9를 넣어서 XX 9 서버로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수십 개의 서버 중에 하나를 골라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될 거라는 걸요
제 장점은 어떤 게임을 시작하든 적응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다는 점이 있습니다
특히 리니지 2M 은 완전히 처음 공개되는 게임이었고 저는 첫날 남들보다 빠르게 치고 나갔습니다
순간 서버 랭킹 1위를 찍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밀려나는 랭킹을 보며 뭔가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게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금방 접기가 싫었고 (높은 랭킹 때문에 미련이 남았던 거 일지도 모릅니다)
순간 잔머리를 굴려서 3클라이언트를 더 켜서 총 4캐릭터를 육성했습니다
그 당시엔 막연히 힐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힐러를 3캐릭터 키웠는데 이 결정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당시 과금 없이는 절대 밀 수 없는 메인 스토리를 저는 메인캐릭터+3힐러를 이용해 무한 힐을 하며 꾸역 꾸역 밀었고
퀘스트 경험치를 이용해 다시 랭킹 10위권에 들었습니다
메인 퀘스트를 끝까지 깨고 이제 할게 사냥밖에 없나 생각하던 찰나 사냥터에 우연히 이상한 걸 봤습니다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엄청나게 큰 골렘이었는데 별생각 없이 공격했고 제 기억으로는 당시에 2대 맞고 죽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뭔가 오기가 생겼고 주위에 있는 수십 캐릭터의 매크로들을 이용해 삥삥 돌며 몸빵도 시키고 딜도 넣게 하며 그 골렘을 계속 쳤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아 이건 잡으라고 만든 몬스터가 아니구나 뭔가 기믹이 있구나 싶어 포기하려고 했고
다른 클라이언트의 힐러들을 사냥터로 옮기려고 하는 찰나 '쿠구궁' 하는 소리가 나면서 골렘이 죽었습니다
골렘은 영웅 등급 무기 [악마의 단검]을 드롭했고 갑자기 서버 채팅은 ?? . ㄷㄷ . ㅊㅊ 등으로 도배 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 메인 클래스가 단검이었기 때문에 저는 장착 후 사냥을 시작했는데 뻥을 조금 보태서 기존 속도보다 4배가 빨랐습니다
하루아침에 서버의 유일한 영웅 무기, 랭킹 3위가 된 저는 귓속말을 하나 받게 됩니다
'혹시 보스 도시나요? 저희 3명인데 XX 님 끼면 딱 4명 파티라서요 같이 잡으실래요?'
그리고 저는 이때 리니지라는 게임에는 일정 시간마다 보스가 일정 확률 or 확정으로 젠 되며 그 보스들은 큰 보상을 준다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파티 구성은 한손검 한손검 오브(힐러) 단검(저) 이렇게 였고 저희는 보스들을 말 그대로 쓸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모든 보스 목록과 드롭 아이템 등장 시간 등을 뽑아 엑셀로 표를 만들었고
디스코드 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시간을 계산해 보스의 다음 등장 시간을 알려주는 알림이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쪽잠을 자며 하루에 20시간 이상을 게임하며 살았고 이때 서로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이렇게까지 게임을 했던 이유는 보스 드롭 아이템의 맛을 봐버렸기 때문인데 하루에 인당 적게는 5000 다이아에서 많게는 1만 다이아 이상 가져갔습니다 (1200 다이아 = 33,000원)
말도 안 되는 다이아를 맛본 저는 더더욱 이 게임에 깊게 빠져들었고 이렇게 일주일 정도 보스를 독식했을 때 서버 내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아이템 획득 어나운스가 뜨면 다들 축하해 줬지만 어느 순간부터 보스를 잡고 아이템을 먹을 때마다 XX 캐릭터는 뭔데 저렇게 하루 종일 아이템을 먹냐? OO 캐릭터는 운영자 부케 아니냐? 이런 반응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억울한 마음에 보스를 잡으면 아이템이 무조건 나오고 나는 그걸 잡았을 뿐이다 이렇게 반박했고 그 뒤로 보스에 대한 소문이 점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저희가 잠시 자고 와도 남아있던 보스들을 다른 사람들이 잡기 시작했고 잡고 있던 보스를 다른 사람들이 와서 치기 시작했습니다
리니지 2M의 보스 루팅 권한은 '가장 딜을 많이 넣은 1파티'가 모든 루팅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보스가 나오면 다 같이 딜을 넣고 가장 많은 딜을 넣은 파티가 모든 보상을 독식하는 '딜빵'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루팅권을 저희가 가져갔지만 3근접 + 1힐러의 구성이었던 저희는
4 원거리 딜러 파티의 순수 딜을 이기지 못했고 하루 종일 몸빵 하면서 물약만 쓰고 보상은 4원거리 딜러들이 다 가져가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그때 제가 그렇게 말을 해서 보스가 알려진 거 같다 죄송하다고 계속 사과드렸고 형님들은 괜찮다 원래 리니지 보스를 사람들이 이렇게 몰랐던 게 오히려 말이 안됐다고 하며 저를 달래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슬슬 라인을 준비해야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에 라인이고 뭐고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그냥 막연히 알겠다고만 했으나
이틀 정도 지난 저녁 어느 혈맹에서 전체 채팅으로 라인을 선포했습니다
'XX 9 서버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A 혈맹 군주 가나다입니다 현 시간부로 A 혈맹의 라인 활동을 선언하며 통제는 모든 보스, 용계 동부 사냥터입니다'
대충 이런 멘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처음에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고 뭐 하는 놈들인가 곧 몰매 맞고 접겠다 싶었는데
사람들 반응은 충격적이게도 아무런 반응 없이 그 통제에 순응하는 거였습니다. '북부까지는 사냥해도 괜찮나요', '자리체는 가도 되나요' 등 자세한 통제 범위를 물어보기까지 했고 꾸준히 나와 보스를 딜 하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같이 게임하던 형님들한테 이 상황에 대해 여쭤봤더니 리니지는 원래 1%의 라인과 99%의 중립이 게임하는 거라며 서버에 지금까지는 아무 제한도 없었지만 이제 저 라인이 모든 보스와 좋은 사냥터를 독식할 것이고 99%의 중립은 통제가 아닌 곳에서 조용히 사냥만 하며 플레이를 할 거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저 라인과 싸우면서 보스를 잡고 사냥도 숨어 다니면서 해야 할 것이다 애초에 그러려고 리니지를 하는 사람들이다 만약 네가 그게 싫으면 지금 나가면 너는 아무 방해 없이 게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저는 짧은 시간이지만 거의 하루 종일 통화하며 게임을 하던 형님들과 떨어지기가 싫었고 저도 죽어도 함께한다고 말씀을 드려 당시 4명이서 혈맹을 만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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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져서 1편 끝.. 길면 4편 정도 예상합니다
2편에선 본격적인 라인과의 싸움, 추가 혈원들의 합류 깊어지는 감정 싸움 등이 들어 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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