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간 소마 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꽤 신선하면서 철학적이었다.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갔기에 훨씬 더 기대이상의 전시였다. @.@!
소마 미술관에 다녀오자마자 책꽂이를 뒤졌다.
2004.2.10.~3.11. 마로니에 미술관(= 현, 아르코 미술관)에서 했었던
"이야기 하는 벽Talking to the wall" 이라는 전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벌써 7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그 당시 구입했었던 도록을 찾아서 펼쳐보며
오늘 소마 미술관에서의 전시와 비교도 해볼 겸 도록을 읽어보았다.
7년 전의 거의 같은 타이틀의 전시 도록을 읽으면서
현재 작가들의 상상 세계와 과학적 미술 접근이 크게 발전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날로그 벽(=동네 벽 혹은 동네 담)에서 디지털 벽(= 글로벌화, 우주화, 과학 기술 벽)으로의 변신이라고나 할까.^^*
자, 그럼 우미갈 2011년 4월 정모로 선택된 영광을 얻은 "소마 미술관" 의 전시장을 둘러보자~ ㅋ
제 1 전시장 ; 박 기원作 "북극 ice"

박 기원 작가는 전시장 양 쪽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올림픽 공원의 풍경마저 자신의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소재로 사용했다.
450개의 에어볼(=얼음을 의미)을 양 쪽 유리창 아래에 설치함으로써
"투명함"을 통해 밖의 공간과 안의 공간을 연결하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에어볼 끝을 뾰족하게 처리해서 "빙산의 일각" 이라는 속담이 느껴지도록 애쓴 흔적도 보였다.
만약 북금곰이 박기원 작가의 벽을 보면 뭐라 말할까? ^^;;
"차갑고도 투명한 벽" ----> 냉소적이지만 아주 솔직한(= 겉과 속이 다 똑같은, 한마디로 속 없는 ^^;;) 타입 !
제 2 전시장 ; 김 승영 &오 윤석 作 " 벽 sound "

일단,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맨 먼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빨간 벽돌들과 함께 소리들이 섞여 들린다.
바람 소리, 심장 박동 소리, 삐~ 하는 주파수 같은 세 가지의 소리가 한꺼번에 들린다.
김 승영 작가는 빨간 벽돌에서 오는 서정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오 윤석 싸운드 아티스트의 스피커가 벽돌 중간 중간에 새겨져 있어서 거대한 빨간 소리 벽을 보는 듯 하다.
그래서, 2 전시장에 들어서면 묘한 기분이 든다. 꿈을 꾸는 듯한 느낌 ...!
빨간 벽돌들이 정면에 벽으로 막혀 있지만, 관객들이 벽돌 사이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놓았다.
마치 벽 사이로 들어가는 판타지 동화의 출입구처럼 말이다.
막혀있는 것 같지만 막히지 않고 옆으로 옆으로 연결되어 있는 ~
세 가지의 소리가 매개체가 되어 그 소리를 따라 빨간 벽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본 듯한 느낌들을 2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직접 누릴 수 있다.
또한, 전체 5 개의 전시장들을 통틀어 유일하게 2 전시장만이
다른 전시장으로 연결되어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겉은 꽉 막힌 것 같지만 속은 따뜻하고 몽환적인 벽 " ---> 외강내유 성격의 이상을 꿈꾸는 로맨티스트 타입 !
제 3 전시장 ; 지하루 &그라함 作 " 인공 생태계; 이중의 시간 interactive"

3 전시장은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꽤 길었다.
2 전시장에서 나와 유리벽을 통해 한껏 들어오는 햇살들의 복도를 지나서
갑자기 컴컴한 베일들을 몇 겹씩 들어올리고서 들어간 3 전시장.
그 곳은 별천지였다.
마치 제 2 전시장의 빨간 벽돌 벽을 통과해서 들어갔더니 " 판타지 세계"가 눈 앞에 좌악 펼쳐진 것 같다.
실제로 과학, 컴퓨터 기술로 등장한 가상 세계의 벽 사이에서 관객은 잠시 황홀하다.
과학적 기술로 인해 펼쳐진 벽이지만
그 벽 안에서 떠다니는 여러 생물들과 바라보는 관객의 에너지(=氣)가 혼합되어
또 다른 형태의 씬scene으로 벽면에 비쳐질 때는 소름까지 돋았다.
관객들이 뒷 벽면에서 지나갈 때 그 씬도 고스란히 아련하게 벽면에 점점이 뭉쳐서 비쳐졌다가 알알이 흩어지는 씬들을 보며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은 결국 먼지에 불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안에서, 심해深海 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명체들,...!
그 생명체들은 누구인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 아닌가?
그 가상 벽 안 중간에 세워진 또 하나의 가늘고 흰 작은 벽은
없어졌다가 다시 세워지고 또 없어졌다가 다시 만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장면들을 컴컴한 제 3 전시장 뒷쪽 의자에 앉아서 보며 한 詩가 떠올랐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 현종 의 詩, "섬"
이 詩 속의 섬이라는 詩語는 결국 벽인 것이다.
내가 만들고 너도 만들고 우리가 만드는 벽, 벽, 벽....
그 벽이라는 이중 시간에 우리는 갇혀있다고 작품과 詩가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과학기술로 만든 최첨단 디지털 벽 ---> 디지털 세대 성격. 편리합리적 사고 타입!
제 4 전시장 ; 이 승애 作 " 원더월 shadow "

4 전시장은 3면의 벽이 반투명 암막천으로 되어서 작품 역할을 하고 있다.
벽면 뒤로 영사기가 돌아가며 이 승애 작가가 여행하면서 구입한 미니어처들의 그림자와 함께
그 미니어처들을 돕는 착한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돌아다닌다.
반투명 암막천에 비쳐지는 그림자들을 보며 여행하는 느낌도 들고
그림자들로 표현한 몬스터와 미니어쳐들의 모습들은 추억을 상징하는 듯 하다.
4전시장에서의 벽은 어슴프레하게 떠오르는 지나온 인생에 대한 연민과 추억들 아닐까?
"자유와 추억이 깃든 벽 " ----> 목가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의 타입 !
제 5 전시장 ; 박 기진 &임 승천 作 " 숨 breathing"

5 전시장을 들어서면 마치 괴물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에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무슨 소리지?"
그 소리는 벽이 숨 쉬는 소리다. (숨 쉴 때마다 밝은 조명이 켜진다. 숨을 멈출 때는 조명 또한 꺼진다.)
벽도 숨을 쉬는 유기체라는 것을 박 기진& 임 승천 작가는 관객들에게 말한다.
그러고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베를린 장벽도 숨을 참다참다 결국 숨을 한꺼번에 내쉬며 무너지지 않았는가?
숨을 쉬고 싶었던 베를린 장벽은 결국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숨을 쉬게 된 것이다.
한반도의 삼팔선 장벽도 당연히 숨을 쉬고 싶어 하겠지?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종교간 장벽도
사춘기에 접어든 나와 내 아이들의 안 보이는 벽도 숨을 쉬어야할 거다.
5 전시장의 앞 부분에는 굉음을 내며 크게 숨 쉬는 벽이 설치되어 있고
(벽 사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기계적 메카니즘의 힘이지만^^:;)
뒷 부분에는 평범한 벽이 있다.
숨 쉬지 않는 벽, 아니 숨을 못 쉬는 벽을 설치한 것이다.
(조명이 앞 부분의 숨쉬는 벽과 똑같이 켜졌다 꺼졌다 하지만 이 벽은 도대체 숨을 쉬지않고 묵묵히 있을 뿐이다.
숨을 참고서. 아니, 어쩌면 숨을 쉬는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호흡과 무호흡의 벽 " ----> 소통과 단절이 뒤섞인 타입 !
5개의 전시장들을 보고 나오면서 ' 나는 어떤 타입의 벽일까?' 라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당신의 벽은 어떤 타입인가?
첫댓글 "한쪽 벽이 다른 한쪽 벽한테 뭐라고 말했게요?"
그가 째질 듯 물었다.
"이건 수수께끼예요!"
나는 생각에 잠긴 채 천장 쪽을 향해 눈을 굴리면서 그의 물음을 소리내어 따라했다. 이윽고 나는 당혹한 표정으로 찰스를 바라보다가 대답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모서리에서 만나자!"라는, 한 방 먹이는 듯한 대답이 최고조의 음량으로 들려왔다.
아홉가지 이야기, 1953ㅣJ.D. 샐린저 소설
-------------------------------------
리뷰와 무관하지만, 벽 이야기 중 제가 젤 좋아하는 농담 :-)
" 모서리에서 만나자! " 멋진 답변! ㅋ
파랑새님..최고!!ㅋ
뭣 모르고 미술좋아한다고 동호회 가입했다가.. 정말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되네요~
멋적어지기도 하고!!ㅋ
로라님~ 반가웠어요! 오프에서 자주 봐요~ ^^*
파랑새님의 글솜씨 정말 부러워요..^^리뷰 감사합니다..
우미갈을 위해 애쓰는 운영진분들 덕분에 즐거운 정모였슴다! 캄사해요!! ^^
올리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파랑새님 연주하는 교회 함 가보고 싶어요^^
서로 타이밍이 맞는 오프 있으면 얼굴 좀 봐요~ 얼굴 본지 꽤 됐죠? ^^:;
역시..파랑새님..반가웠습니다^^
저도 올만에 정모에서 뵈니 반가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