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운명이 만나면...
널리 사랑받는 우리 가곡 중에 ‘동심초(同心草)’가 있다. 수도 없이 이 노래를 들어오면서도 동심초란 풀이 있으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동심(同心)'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 '초(草)'는 풀로 만든 종이를 뜻한단다. 그리하여 같이 이어보며 사랑 편지인 '연서(戀書)'가 되고, '러브레터'가 되는 거란다.
어쩌다가 이런 '동심초'라는 말이 생겨났는가? 당연히 그 사연이 있다. 하지만 그 사연을 풀어보려면 자그마치 1,200년의 시간 여행을 해서 중국 당나라의 한 여인을 찾아가야 한다. 노래에서 풍기듯 이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이 애틋한 노래를 탄생시킨 것이다.
문제의 여인은 당나라의 시인으로 설도(薛濤, 768-832)라는 이름의 기녀다. 그렇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기녀의 사랑이 해핑엔딩으로 끝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설도도 예외가 아니어서 열 살 연하의 원진(元眞)이란 시인과 얽혔다. 원진은 9세 때 시를 짓기 시작했고, 15세 때 과거에 급제한 수재였다. 양귀비를 읊은 '장한가'로 유명한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와도 절친 관계였다.
설도와 원진은 4년 가까이 사귀었지만, 영원히 맺어지기에는 여러 난관이 있었다. 설도는 서른 중반이나 원진은 스물 중반이었고, 기녀와 벼슬아치라는 신분 차이도 만만찮은 장벽이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사랑의 순도였는데, 한창나이인 원진에게는 그것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었지만, 설도에게는 순도 높은 운명적 사랑이었다는 점이 비극이었다. 원진이 다른 여인을 찾아 떠나갔다. 그러나 설도는 그 사랑을 끝내 놓지 못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험한 세파에 시달린 끝에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은 찾았으나, 그것은 오래 안주할 수 없는 풀로 엮은 둥지였을 뿐이다. 그래서 설도는 결국 영원히 마음을 엮을 수 있는 '동심인(同心人)'이 되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설도는 비록 원진과 함께 살 수는 없었지만, 죽을 때까지 그를 사랑했다. 그 후 설도는 성도(成都)의 완화계(浣花溪)라는 시냇가에 평생 독신으로 지내다가 세상을 뜬다. 그녀는 대나무를 무척 좋아했으며, 집이 창포꽃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성도에는 현재 설도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망강루 공원이 있는데, 약 130종 이상의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설도가 은거해 살았던 완화계는 양질의 종이가 생산되는 곳으로, 그녀는 종이를 곱게 물들여 편지지를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 심홍색 편지지에다 시를 써서 명사들과 교유했다. 설도가 만든 편지지가 풍류인들 사이에 평판이 높아, ‘설도전(薛濤箋)’ 또는 ‘완화전(浣花箋)’이라 하여 유행했다고 한다.
명(明)의 구영(仇英)이 그린 《열녀전도》 중 설도의 그림.
죽을 때까지 부치지 못한 러브레터
설도는 이 편지지에다 원진을 향한 변치 않은 연심을 담은 수많은 시들을 쓰고 그것들을 부치려 했지만, 살아생전 한 통도 부치지는 않았다. 다만 혼자서 편지를 접었다 폈다 할 뿐이었다. '동심결(同心結)'은 옛날 연애편지를 접는 방식 또는 그 편지를 뜻한다. 그때 설도가 편지에 쓴 시 중 오언절구 '춘망사(春望詞)' 4수가 있는데, 그중 제3수가 가곡 '동심초'의 원시가 된다.
이 시를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金億)이 번역하고, 1945년 '산유화', '이별의 노래' 등으로 유명한 김성태(金聖泰)가 작곡했다. 한 수를 두 연으로 풀이한 김억의 번역이 또 다른 창작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김억은 “시의 번역은 번역이 아니라 창작이며, 역시(譯詩)는 역자 그 사람의 예술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곡 '동심초' 1절뿐 아니라 2절로 불리우는 ‘바람에 꽃이 지니’ 역시 원문을 뛰어넘는 또 다른 작품인 셈이다.
'춘망사' 제3수 원시와 번역을 아래에 내려놓는다.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한데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마음과 마음 맺지를 못하고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헛되이 동심초만 접고 있다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설도는 그후 30여 년을 더 살다가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설도의 무덤은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시(成都市)에 조성된 망강루공원 북서쪽 대나무 숲 속에 있다. 이 공원은 설도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약 130종 이상의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가곡 '동심초'는 '산장의 여인'으로 유명한 권혜경 가수가 1959년에 불렀고, 동명의 영화로도 한운사 시나리오, 신상옥 감독, 최은희, 김진규 주연의 1959년작 등을 비롯해 여러 차례 제작되었다. 이광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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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감사합니다 ~
희망찬 새봄을 맞아
늘 강건하시고 만사형통
하시길 기원합니다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날씨는 봄 날인데...미세 먼지가 극성 입니다..
건강 챙기는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