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김홍석
중곡동 하늘 밑으로 기름튀기는 소리 비는 깡패처럼 떼거리로 몰려온다.
내 몸은 조금씩 굳어가고 내 눈동자는 여전히 빛난다.
안수기도 해주시던 목사님은 건강하시겠지
오늘도 밤을 홀라당 깔 모양이다. 지금까지 유조선 분량의 정액들이 모두 죽었다 불알에선 유한럭스 냄새가 난다.
땅에는 사라지는 것들만 존재하는데 그 위로 성령의 비가 내린다.
날라리 시인
김홍석
시인이 시 쓰기가 귀찮다. 시보다 좋은 게 세상에는 쌓이고 쌓였다.
담배가 더 맛있고 일본 만화가 더 재미있고 tv드라마가 더 흥미롭고 cbs음악 FM이 더 감미롭고 스포츠 뉴스가 더 박진감 있고 TV 일기예보가 더 섹시하고
그런데 왜 쓰냐고 내 팔자니까
사라진 투명이빨
김홍석
투명이빨이 어떻게 사라지냐고? 자, 이제 내 말 들어봐. 투명이빨이 태동하기 시작한 건 21살 화창한 종로 밤 12시 즈음 만취한 종묘 앞 동대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떼로 다니는 애새끼들이랑 시비가 붙어 밟혔지. 흔들리며 검게 죽어가는 이빨 두 개 갈아엎고 해 넣었지 그런데 한 개는 수명을 다 하고 빠졌고 나머지 한 개는 장난치다 바닥에 꽝 비로소 투명이빨 시대가 온 거야 누가 바보라고 놀려도 개의치 않았어. 왜냐면 나의 아이큐는 천재니까 그런데 중곡시장 통닭가게 아저씨 말씀 이빨도 없는 게 시인은 무슨 시인 그 말에 충격 받았지 배고픔 참으며 모았던 돈으로 투명이빨을 날려 버렸어. 외모뿐만 아니라 발음이 약간 좋아지고 밥도 덜 흘려 담배는 필터를 씹을 수 있어서 맛이 더나 소주는 여전히 취해 과거에 존재했던 투명이빨 안녕 활짝 웃는다.
사라진 투명이빨
김홍석
이빨도 없는 게 시인은 무슨
투명했던 이빨이 없어졌다. 발음이 약간 좋아졌다. 담배는 여전히 맛있고 소주는 여전히 취한다. 배고픔을 참으며 모았던 돈으로 투명 이빨을 날려 버렸다. 아 활짝 웃음이 시작된다.
병원의 깊은 밤
김홍석
이면지 구하느라 쩔쩔 맺던 시간을 없애버린 희원이가 선물한 연습장이 삼분의 일 남았다. 재생용지로 만든 연습장에 땀방울이 떨어진다. 또옥 또옥
텔레비전 뒤에 귀뚜라미가 병수의 잠을 방해하며 나와 함께 밤새우고, 호준이는 소파에 누워 선풍기 쐬며 불쌍한 자세로 자고 있다.
통증조차 약 먹고 잠든 밤의 침묵은 병원의 비상등을 고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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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홍석 원문보기 글쓴이: 사랑하는 김시인
첫댓글 오복 중 하나라는데 관리 잘 해요, ^^나이 먹으면 먹는 게 낙이라는데...^^비 내리는 주말 우산 꼭 쓸 것~
감사히 머물렀습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