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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창작의 방 스크랩 새벽3시에 날라리 시인의 사라진 투명 이빨 사이로 병원의 깊은 밤
김홍석 추천 0 조회 64 10.08.28 13:07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새벽 3시

 

김홍석

 

 

중곡동 하늘 밑으로

기름튀기는 소리

비는 깡패처럼 떼거리로 몰려온다.

 

내 몸은 조금씩 굳어가고

내 눈동자는 여전히 빛난다.

 

안수기도 해주시던 목사님은 건강하시겠지

 

오늘도 밤을 홀라당 깔 모양이다.

지금까지 유조선 분량의 정액들이 모두 죽었다

불알에선 유한럭스 냄새가 난다.

 

땅에는 사라지는 것들만 존재하는데

그 위로 성령의 비가 내린다.

 

날라리 시인

 

김홍석

 

 

시인이 시 쓰기가 귀찮다.

시보다 좋은 게 세상에는 쌓이고

쌓였다.

 

담배가 더 맛있고

일본 만화가 더 재미있고

tv드라마가 더 흥미롭고

cbs음악 FM이 더 감미롭고

스포츠 뉴스가 더 박진감 있고

TV 일기예보가 더 섹시하고

그런데 왜 쓰냐고

내 팔자니까

 

사라진 투명이빨

 

김홍석

 

 

투명이빨이 어떻게 사라지냐고?

자, 이제 내 말 들어봐.

투명이빨이 태동하기 시작한 건 21살 화창한 종로 밤 12시 즈음

만취한 종묘 앞 동대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떼로 다니는 애새끼들이랑 시비가 붙어 밟혔지.

흔들리며 검게 죽어가는 이빨 두 개 갈아엎고 해 넣었지

그런데 한 개는 수명을 다 하고 빠졌고 나머지 한 개는 장난치다 바닥에 꽝

비로소 투명이빨 시대가 온 거야

누가 바보라고 놀려도 개의치 않았어.

왜냐면 나의 아이큐는 천재니까

그런데 중곡시장 통닭가게 아저씨 말씀

이빨도 없는 게 시인은 무슨 시인

그 말에 충격 받았지

배고픔 참으며 모았던 돈으로 투명이빨을 날려 버렸어.

외모뿐만 아니라 발음이 약간 좋아지고 밥도 덜 흘려

담배는 필터를 씹을 수 있어서 맛이 더나

소주는 여전히 취해

과거에 존재했던 투명이빨 안녕

활짝 웃는다.

 

 

사라진 투명이빨

 

김홍석

 

 

이빨도 없는 게 시인은 무슨

 

투명했던 이빨이 없어졌다.

발음이 약간 좋아졌다.

담배는 여전히 맛있고

소주는 여전히 취한다.

배고픔을 참으며 모았던 돈으로

투명 이빨을 날려 버렸다.

아 활짝 웃음이 시작된다.

 

 

병원의 깊은 밤

김홍석

 

 

이면지 구하느라 쩔쩔 맺던 시간을 없애버린

희원이가 선물한 연습장이 삼분의 일 남았다.

재생용지로 만든 연습장에 땀방울이 떨어진다.

또옥 또옥

 

텔레비전 뒤에 귀뚜라미가 병수의 잠을 방해하며

나와 함께 밤새우고,

호준이는 소파에 누워 선풍기 쐬며

불쌍한 자세로 자고 있다.

 

통증조차 약 먹고 잠든 밤의 침묵은

병원의 비상등을 고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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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8.28 15:00

    첫댓글 오복 중 하나라는데 관리 잘 해요, ^^나이 먹으면 먹는 게 낙이라는데...^^비 내리는 주말 우산 꼭 쓸 것~

  • 10.08.28 17:23

    감사히 머물렀습니다.

  • 작성자 10.09.02 12:40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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