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순네 재래시장 귀퉁이에서 오동통한 햇고사리가 똬리를 틀고 노려본다. ‘너 그냥 가기만 해 봐라’는 듯이 스친 눈을 꽉 잡는다. 고사리가 든 함지 안에는 머위 나물도 함께 지기 져 있었다. 끝순네 나물지기를 만난 것 같아 함지 앞에 마주 앉으니 가슴이 뭉근해 진다.봄이면 누구보다 먼저 들로 산으로 나가는 부..
파릇한 새싹들이 꿈꾸는 계절이다. 어린아이들도 재잘거리며 새 학년이 되어 학교에 꿈을 먹으러 간다. 생각만으로도 버들가지에 물오르는 듯 생기가 도는 봄이다. 초등학교 입학은 코 닦는 흰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입학했던 옛날이나, 생각들이 자유로워진 지금이나 가슴이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사회로 나가는 첫발..
소금 소금 전쟁에 나도 끼어있었다. 친구들이 서 너 포대씩 들여 놓았다 할 때도 느긋했다. 우리집 지하실에는 일반가정집 보다 많은 양의 소금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묵히면 남아 있던 짠기가 빠지면서 돌덩어리 같이 서로 엉겨 붙어 버린다. 관심을 갖고 툭툭 건드려 주면 포실하고 맑은 결정체가 된다. 좋은 ..
음산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비까지 몰려 와 자근자근 밟고 다닌다. 겨울에는 삭풍이 불어 나목들 떠는 소리가 골짜기를 울려야 하고, 서릿발이 땅들을 단단하게 세워 꽁꽁 얼어야 하는데, 추위에게 곁을 주려 하지 않는다. 도랑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꽃들은 시기를 모르고 일찍 피어 버리니 걱정이다.나는 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