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강재남 낯선 마을에서 아침을 맞은 건 딱히 불행할 일은 아니었어 더구나 6개월은 장대비가 덮치고 6개월은 안개가 범람하는 강가에서는 사람의 그림자가 없었지 콜롬비아 커피를 들고 나는 내가 아닌 게 되어 걸었지 붉은 까마귀가 깍깍 울더군 온몸이 타들어 갈 것 같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같은 장소
아비김충규 밥 대신 소금을 넘기고 싶을 때가 있다. 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며 굵은 소금 한 숟갈 입 속에 털어 넣고 싶을 때가 있다. 쓴맛 좀 봐야 한다고 내가 나를 손보지 않으면 누가 손보냐고 찌그러진 빈 그릇같이 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내가 나를 질책하는 소리, 내 속으로 쩌렁쩌렁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