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맺음(結)에서 깨어나 1987 년 1 월(59 호) 신년사
삶이 있읍니다. 늙음이 있읍니다.
아픔이 있읍니다. 죽음이 있읍니다.
이것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뜨겁습니다.
몸과 마음이 뜨거우니 번뇌하고 근심하여 고통을 받게 됩니다.
고통을 받음은 얽매임입니다.
얽매임 가운데에도 가야산의 수목은 온갖 변화를 거쳐
가지마다 설화(雪花)가 난만한 지경에 이르렀고
정상의 산봉우리는 흰 눈에 뒤덮혀 우뚝 솟은 가운데
장중함이 돋보이게 되었읍니다.
그리고 우리 중생들은 오늘 새해 새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읍니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에 우리들은 새로운 각오를 합니다.
그러나 그 새로운 각오는 오래지 않아 작심삼일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지나간 세월을 무시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망년(忘年)을 통하여 다시 한번 기억될세라 두려워하며 잊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얽매임 가운데 있읍니다.
그 얽매임은
미운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괴로움,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새해에도 우리를 묶어둘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묘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맺음(結)에서 깨어나 해탈의 길로 가야 겠읍니다.
해탈의 길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악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옳지 못한 일올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모든 중생을 가엾고 슬프게 여겨
참다운 진리를 설하신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바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불자들이 부처님의 행하신 바를 따른다면
새해에는 우리를 얽매던 모든 번뇌, 고통, 아픔이 사라지고
희망과 용기, 지혜가 가득 찬 진정한 새해 새 아침이
우리의 곁으로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마주잡고
즐거운 세상으로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