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잠들지 말라~
Nessun dorma 로 잘 알려진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사실 글자대로 번역하면 '아무도 잠들지 말라!'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로 시작하여, 사라져라 밤이여! 희미해져라 별이여! 새벽이 되면 나는 이기리~ 빈체로 빈체로~
짚으로 벽을 둘러치고 카메라 구멍만 낸 탐조대는 따뜻했다. 구멍 사이로 가늘게 밀려오는 습지대의 강바람은 하지만 매섭게 차가웠다.
큰고니들과 기러기들은 모두 잠들었다. 게을러 빠져서는. 이것들이 연휴를 톡톡히 누리네. 큰고니들은 긴 모가지를 뒤로 돌려 등에 머리를 눕히고 부리는 오른쪽 혹은 왼쪽 중 한쪽으로 돌려놓고 수면에서 잠을 잔다.
좀 깨봐라. 철없는 오빠왔다. 맨날 자냐. 진짜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함 불러삐? 오늘 에코센타 공무원들 출근도 안했는데.
잠을 깬 큰고니, 혹부리오리 한쌍 만나다.
어지간하면 큰고니만 살펴볼려고 하는데, 갑자기 눈에 띄는 오리. 아하! 저거 혹부리오리야.
내년 떠날 때 쯤, 발정기에 부리의 뿌리가 이마에 닿는 부위에 특징적인 혹이 돌출해. 물론 숫놈만. 짤에서 보이는 암수구분은 가슴에서 아래로 내려온 갈색띠의 너비두께로 알 수 있나봐. 앞선 놈 갈색선은 두텁고, 뒤에 아이는 좀 가녀리잖아.
오리과 중에서 혹부리오리는 선연한 컬러 때문에 상당히 돋보이지. 하지만 오리에 대해선 더 언급하지 않겠어. 대학 다닐 때, (물론 마눌 만나기 전이라), 여친이 오리였거든. 장전동 캠퍼스에서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다고. 내 친구들이 그랬어. 야들아! 호시기 오리 온다. 우리는 가자. 저기 오네. 키 큰 오리.
새 눈 감고 뜨는 게 뭐 신기허누?
그래도
신기하지. 내 카메라로 약 백미터 떨어진 눈깜빡이를 잡았는데.
어릴 적, 닭들이 눈감는 거랑 똑 같네. ... 당연하지. 바부탱이야. 조류는 조륜데.
솔섬! ... 아니고 애기동백 군락.
주변의 억새풀과 잡초를 정리하고나니 군데군데 애기동백들이 집단을 이뤘다.
새에 무관심한 마눌은 자기가 찾아낸 이곳에만 감정을 이입한다. 그럴만도. 솔섬 이미지 좋아하니.
애기동백꽃은 이미 다 시들어 비틀어졌어. 확대시켜보면 표시남. 다 시들고 비틀어졌는데 '애기'라네?
하긴 애기할마시란 말도 있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