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과 통계학은 차츰 나를 소외시켰다. 한 학기인지 두 학기 뿐인 강의의 목표에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저런 걸 왜 가르치지? 무엇을 공부해보란거야? 등등 공감할 수 없는 강의였다. 어차피 개론학이라서 그런지 내겐 산만하기만 했다. 이러다간 두 과목 다 낙제가 될텐데.
시간을 내서 한 박스 반 분량의 창비 영인본을 탐독해야 했고, 남는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여서 연애의 농도를 높혀가야 했다. 이런 세계는 좋은 작가와 부러운 비평가를 쉽게 선별할 수 있었고, 뒷산 바위틈에서 우리의 짧은 키스를 노려보는 빨간 것과 하얀 것들이 철쭉꽃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야흐로 4월이 가고 있었다.
꿈은 밤새 수학과 통계학 수업을 좇았다. 136명이 한 반인 우리 교실은 항상 앞자리와 중간자리에 빈 곳이 없었다. 빈자리가 눈에 띄면 누군가 맡아둔 자리였다. 어디에도 내 자리가 없는 교실이었다. 망연자실. 창밖에 철쭉꽃이 하늘거린다. 차라리 하늘 눈부신 산바위길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