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일생
물 한 모금 꿀 한 방울에 만족하는 나비는
한 때 엄청난 대식가였다고 한다.
입과 소화기관과 똥구멍만 있던
애벌레 시절,
말도 없이 잠도 없이 생각도 없이
온종일 먹고 온종일 싸는 게
일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스스로 자기 배를 가르고 나와
하늘로 날아 오르던 바로 그날,
익숙했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택한다고 한다.
이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 나비는,
옛날 철 없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날개 아래 뚱뚱한 몸통을
조금 남겨둔다고 한다.
모든 경험들 모든 기억들
모든 시간을 응축시켜 낳은 동그란 알,
초록 잎사귀로 야무지게 돌돌 싼 다음,
나비는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죽을 때 나비는,
옛날 옛적 초록 강보에 싸여
홀로 깨어나던 일이
번개처럼 떠오르지만,
꿈인지 생신지
가물 가물 잠이 든다고 한다.
첫댓글 옛날 옛적 초록강보에 싸여 홀로 깨어나던 일이 번개처럼 떠오르지만, 꿈인지 생신지 가물가물 잠이든다고 한다는 나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