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하늘이 파랗고 문 밖을 나서면 벌써 기분이가 좋다.
갑자기 10월 7일 야영계획이 잡혔다. 원래는 대둔산 얼음골로 가려고 하고는 느긋하게 예약전화를 드렸더니 코오롱등산학교 환영등반 일정으로 예약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뜻하지 않은 소식에 그것도 목요일 저녁에 알게 되어 여기 저기 대전 인근에서 야영이 가능한 곳을 알아보려니 자리가 있을 턱이 있나. 게다가 시즌이 시즌이니 만큼 택도 없다.
찬샘마을로 갈까 아니면 성치산에서 야영을 해야 하나 몇 군데를 알아보았지만, 여기는 화장실이나 개수시설이 없어서 안될 것 같고 여기는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불러서 마음 상하고 어찌 어찌 하여 금요일 저녁 때 쯤 거의 포기상태에서 문득 상신체험마을이 생각이 났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운영이 똑소리가 안나 뭔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탄듯 희미하고 티미하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곳에 그냥 한번 전화를 해봤다. 그래도 어렵게들 시간을 내서 야영을 가기로 했는데 좋은 시간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역시나 티미하고 애매하게 응대를 하신다. 야영장으로 운영하는 곳은 아닌데 야영을 할 수는 있다고. 개수시설이 되어 있기는 한데 물이 안나오지만, 수도시설이 없진 않다고.
급하지 않았다면 이용하지 않겠지만, 급했기에 예약을 했다. 이용객은 우리 말고 풍물하시는 분들 한 팀이 이용할 뿐이라고 하시면서 운동장에서 야영을 하되 정자도 있고 하니 쓰시고 싶은 곳 다 쓰라고 한다. 정자나 테이블 시설이 되어 있는 곳 등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다만, 계약금을 입금하는 것이 아니라 선불제이니 이용료 전부를 입금하라고 하셔서 약간 옥신각신하다가 여기 말고는 다른 마땅한 곳이 없기에 하라는 대로 했다.
선유암장 등반을 마치고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
폐교를 상신리에서 마을사업으로 운영하는 그런 곳이었는데 마침 대백제전 때 지역예술공연에 참여하는 팀이 운동장에서 풍물연습을 하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야영을 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아연실색했지만, 이장님과 공연팀이 아는 사이이신 듯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주셔서 사무국장이라는 분이 저지른 이중계약건이 잘 무마되었고 우리는 고즈넉한 가을저녁 분위기에서 멋진 야영을 즐길 수 있었다.
상신체험마을이 있는 상신리는 전에 청소년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한 적이 여러 번 있어 자주 찾은 곳으로 계룡산 아래에 위치한 공기좋고 도자기예술촌을 형성한 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예쁜 마을이다. 이곳에서 조용하게 야영을 즐기니 함께 한 형과 동생들, 우리 부부 모두 행복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똑부러지게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옥의 티이긴 하지만, 분위기 있는 곳이다. 주변 경관도 예쁘고 마을 산책하기도 좋고 계룡산 등산할 수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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