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술잔 (사랑부영)

[이계양]

어머니의 술잔 (사랑부영)

십자가의 길 가시침대에 누워서도

어리석은 아들의 족보足步를 따지며

울화통을 터트리고 계십니까

미처 눈치 못 챈 마음의 그늘까지도

샅샅이 다 알고 계실 줄 알기에

술 한 잔 올리며 무겁습니다

예초기가 돌자, 불호령을 내린 듯이

생리불순 치맛자락 깊숙이 숨겨 둔

돌멩이 번갯불이 회초리보다 따끔합니다

휘황찬란한 도시를 건들거리고 따라다니며

겁 없이 이웃들에게 송곳니를 드러내던

저도 제가 무섭습니다

치렁치렁 칡넝쿨 사이로 소슬바람을 일으켜

갈퀴질하는 풀 더미를 제 흩어놓으신 어머니,

당신의 자기장에 안겨 놀던 아들을

아주 딴 사람처럼 내칠 작정이십니까

어릴 적 다리를 못 쓰게 될 사고를 당했을 때

'내 아들 살려내라'며

병원장 멱살을 틀어잡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멀지 않아 눈 덮인 산자락마다

어떤 시련도 개의치 않은 채 유유히 피어나는

매화꽃 당찬 모습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