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일층의 천착을!
심사위원 하순희(글), 문순자
본심에 넘어온 세 사람의 작품을 세심히 살핀 결과 두 심사위원은 세 사람 모두 불안하지만, 안정윤의 시조 「골동상점의 하루」, 「아버지의 숨소리」, 「빛의 예감」을 당선작으로 합의했다. 안정윤은 무엇을 쓰고자,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 표현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골동상점의 하루」 둘째 수 “장작불과 뙤약볕이 알맞게 삶아낸 / 영계백숙 한 사발과 복숭아 밀향 한 접시 / 망각을 꿈꾸어 왔던 시 간들이 새롭다”에서 보듯 화자의 시선이 따사롭기 그지없다. 조상의 체취를 함께하며 옛것을 향유하려는 마음이 엿보이고, 생활 시조로서 품격이 있다. 다음으로 「아버지의 숨소리」의 셋째 수 “아는 듯 모 르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 한평생의 회한을 무성영화로 바꿔 놓고 / 아버지, 꿈일까 생시일까 숨소리가 가볍네”에서 화자는 “한평생의 회한을 무성영화로 바꿔 놓”은 사실 앞에 할 말을 잃는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숨소리가 가벼워진 것을 알고 마음 아파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길에 회색의 그림자를 드리운 아버지의 숨소리는 정말 피하고픈 아픈 소리다. 복잡한 현실 속에 사회문제로 다가 온 망각의 병, 담담함 속에 느껴지는 아픔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끝으로 「빛의 예감」은 창작에 대한 열망을 노래하고 있다. “작약꽃 피고 지며 봄날은 다 가는데 / 내게 보내셨단 시의 전령 아니 오니 / 잠들기 무서운 밤에 펜대를 잡고 있네 // 가슴속을 맴돌기만 하는 엉성한 문장들 / 도착 늦어지는 환한 빛의 예감이 / 살며시 펜대를 타고 내리기를 고대하네”이다. 문장이 가슴속을 맴돌기만 하는 정황을 표출하면서 시의 전령에 대한 갈망을 그리고 있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창작에 매진하기를 당부한다.
당선한 이나 응모자들이 가일층 천착을 거듭하여 좋은 작품을 썼으면 한다. 기회의 문은 늘 열려 있으니 분발하여 다음에는 아름다운 결실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