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밤바다
*
제주
바다는
어둠이 내려앉고
별빛이 밝아질수록
짙어지고
무거워져
더 깊어만 간다
*
태양아래 산호바다
아이놀던 하얀 모래톱도
어둠에 눌리고
별빛에 바래져
길을 잃었는지
지쳐만 간다
*
깊어진 바다는
피아졸라 망각의 흐느낌처럼
기억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어둠속으로 더 깊어만 간다
*
이 밤
바다는 어둠을 벗으려
온몸을 비틀고 짜내어
파도 껍질을 수없이 벗어 던지고 있다
2022.08.07 제주에서
밤바다를 걷고 싶어 바다를 찾았다
인적 드물고 파도소리만 들려오는 바다
그 길을
희미한 후레시불빛 하나에 의지하며
제주 밤바다를 걷는다
오늘도 동행이 있다
한 사람은 벌써 뛰어 멀리 사라지고
무릅 관절 컨디션이 안좋은 둘만 남아
뒤처진 걸음을 하고 있다
도란이며...
이따금 팬션이나 민가가 있어 가로등이 있지만
대체로 어두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멀리 성산 부근에 갈칫배가 떠 있어
그곳이 내일의 해가 떠 오를 곳이란것을 알고 있다
여느 밤처럼 새벽은 찾아오고
다시금 아침을 맞이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제주 밤바다를 걷는
이시간만큼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기억 한자리를 채우며
뚜벅이며 한걸음 나아간다
오늘의 여정의 마침은 일출이 시작되는 곳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온평리를 조금지나 섭지코지앞이다
일출을 맞으며
오늘의 밤 바다 걷기를 마친다
걸은 거리 34키로
남원포구 - 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