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서 스마트폰까지
내가 컴퓨터를 처음 본 것은 1980년대 삼보컴퓨터에서 만든 SE-8001컴퓨터와 TriGem-II라는 8비트 컴퓨터라고 기억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과학에 남다른 호기심을 갖고 있는 큰 아들이 어린이대공원 내에 있는 대강당에서 ‘학생 컴퓨터대회’에 출전하게 되어 아내와 함께 경연장애 가서야 컴퓨터 실물을 처음 보았다. 컴퓨터가 처음 들어왔기 때문에 강남의 부자 집 아들들만 주로 가지고 있었고 웬만한 가정에서는 컴퓨터를 사진에나 볼 때였다. 큰 아들은 컴퓨터를 처음 만져보았기 때문에 성적은 좋지 못했고 귀가하는 길에 택시 안에서 “나도 컴퓨터가 있었으면 잘 할 수 있었을 텐데...”하며 몹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컴퓨터를 사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어느 날 청계천에 가서 삼보컴퓨터에서 만든 PC를 아들에게 사 주었더니 그렇게 좋아하며 밤늦게까지 PC를 가지고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3학년 때인 1989년 12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 SF소설인 『아틸란티스 광시곡』을 PC통신에 연재하면서 중고등학교 학생들한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PC통신을 통해 발표한 온라인문학의 효시로 기록되고 있는 이 공상과학소설은 천리안의 ‘멋진 신세계’라는 SF동아리 게시판에 연재하여 ‘온라인 문학’이라는 개념이 없는 문단에 새로운 문학의 한 장르로 문을 열게 하였고 동시에 우리나라 SF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 이후 아들은 공부하는 틈틈이 SF소설을 썼고 학부는 물론 석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우먼 Q』(스포츠서울. 1991)등 총 5권의 SF소설을 발표하고 출판하여 불모지인 우리나라 문단에 SF소설을 발전시키는 큰 기여를 하였다. PC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는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기 때문에 글을 쓸 새가 없어 정년 후에나 다시 SF소설을 쓰겠다고 한다.
아들이 석𐤟박사과정을 밟으며 시간에 쫓길 때 나는 아들이 쓰던 PC를 가지고 중견 시조시인인 아내의 도움을 받아 시조쓰기에 열중하였고 드디어 2005년에 『현대시조』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아 시조시인으로 등단하였다. PC가 글을 쓰는 동기를 부여하였음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그 중에서도 틀린 곳을 수정하기 위해 지우개를 쓰지 않고도 자판으로 잘못 쓴 부분을 그 자리에서 수정하거나 가감할 수 있어서 문명의 이기가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었다.
요즘은 PC를 이용하지 않고 전화, 뉴스, e메일, 사진, 카페, 유튜브, 페이스 북, 블로그, 틱톡, 인스타그람, 요리만들기 등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라는 편리한 기기가 나와서 휴대하는 컴퓨터 역할을 다 해주기 때문에 어디를 가던 이 자그마한 스마트 폰 한 대만 가지면 글을 쓰기도 하고 뉴스나 상식 등을 검색, 보관하는 PC기능을 대신한다. 우리나라 핸드펀 보급률은 전 국민의 95%에 이르러 세계 최고라고 한다. IT강국다운 모습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라도 전화기능을 이용하여 얼굴을 보며 목소리를 주고받고 고국의 뉴스까지도 알 수 있으며 머리에 떠오르는 시상이나 문학작품도 그 자리에서 즉시 써서 보관하는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 만능 기능 때문에 움직이는 문화의 산실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각종 앱을 깔아 상품을 구매하고 음식도 시켜먹는다. 은행 계좌에서 돈을 송금·이체하며 기차나 비행기 표도 예약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으로 위치를 검색하고 집 앞까지 택시도 부를 수 있다. 궁금한 사항을 검색하는 사전 역할도 하고 영화나 음악 같은 동영상도 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정부 부처에 민원까지도 제출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스케쥴까지 입력할 수 있으니 움직이는 비서역할도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 한대만 가지고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이 다시 태어난다면 도깨비 방망이라고 놀라자빠질 것이다. 이런 스마트폰의 편리함 때문에 지금은 PC보다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컴퓨터에서 하던 모든 기능을 대신한다. 그 중에서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사랑받는 스마트폰기능은 대화와 영상을 주고받는 카톡일 것이다. 우리나라 핸드펀 소유자가 7,227만대로 작년 인구 5,170만 명의 1.4배에 달해 한 사람이 몇 대의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고 10명중 7명이 카카오톡 앱을 깔았다고 한다. 2021년도 상반기 모바일 앱 카카오톡 사용자 수가 4,566만 명으로 1위이고 2위가 유튜브로 4,314만 명이며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숍 전체 규모만 해도 연간 1,000억원, 연관 상품까지 합하면 무려 3,000억원대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카카오톡의 규모를 가늠하고도 남는다.
또한 수많은 카톡방이 생겨 가히 카톡공화국을 이루고 있다. 또래끼리 수다를 떨기에 카톡방만큼 유용한 공간이 없다. 실제로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먼저 열어 카톡을 확인하고 뉴스를 본다. 초등학교 친구끼리, 중학교 친구끼리, 고등학교 친구끼리, 대학교 동창끼리 전화보다는 단체 카톡방을 통하여 대화하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소질과 취미가 맞는 동호인들끼리 모여 문학이나 여행 방을 만들어 수다를 떠는 카톡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그 재미를 모를 것이다. 특히 둘만의 공간이 필요한 연인 사이에는 카톡이 가장 많이 이용될 게다. 카톡은 그래서 연인들에게는 무슨 얘기라도 용기 있게 나눌 수 있는 비밀의 방이며 애정이 샘솟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된다. 통금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안절부절 하던 60년 전 아내와의 데이트 장면이 떠오르며 요즘 젊은이들이 ‘내 손안의 비밀병기’인 핸드펀을 이용하여 카톡으로 둘만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이스피싱의 수단이 되고 카톡방이 범죄나 성매매 등 역기능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 등을 감안하여 카톡방이 범죄행위나 성매매 등의 불건전한 매개도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아울러 최근 정치인, 기자는 물론 일반인의 스마트폰을 조회하고 카톡방에까지 공권력이 개입하여 개인의 사생활을 비밀리에 들춰보는 사례가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 데 이런 사생활침해행위는 절대로 있어서 안 된다.
(2022. 4. 20. 서울자치신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