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2 - 유서쓰기
살아있는 것은 모두 지금의 존재방식에서 변화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예기합니다. 죽음이 끝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의 존재방식과는 분명 다른 방식인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을 준비해서 잘 살아내듯 이런 죽음 또한 잘 준비해서 살아내는 일은 특히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더더욱 죽음이라고 하는 문제는 되돌이킬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닥쳐서는 아무리 후회하고 좀 평소에 준비할 걸 해도 소용이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다소 죽음이라는 문제를 화두로 꺼내는 일들이 어떤 분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일 수 있는데 조금 불편해도 이렇게라도 꺼내놓고 하나 두 개씩이라도 생각해보면서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이 땅에서의 우리들의 마무리조차도 아름다운 하나의 감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의 과정으로 지난해에는 죽음의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움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사전 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준비작업을 해 보았습니다. 만약에 이것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각당 사회복지재단에 연락하시면 자세한 교육과 함께 안내를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유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남길 재산도 많지 않고 하고 싶은 말도 별로 없는데 무슨 놈의 유언이냐 떠날 때 조용히 그냥 말없이 떠나면 되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고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하는 삶의 여러 가지 몸짓들이 사랑의 한 표현이듯 죽음의 과정에 남겨진 유언이 누군가에는 평생을 살아갈 힘이요, 위로요, 사랑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아름다운 시작도 될 수 있습니다.
제 목회의 첫 장례식 집례가 31세 때 부목사로 있던 교회에서 암으로 돌아가신 20대의 젊은 여성 청년의 죽음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난처하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 그 가족에게 위로가 되겠습니까?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큰 불효가 부모보다 앞서 떠나는 것이라는데 참으로 허망하고 황망했습니다. 그때 젊은 목사가 인생경험도 없는데 무슨 위로의 말씀을 전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저의 그 마음을 아셨는지 하나님이 다 준비해 놓으셨더라구요. 장례식 전날 부모님께 갔더니 그 부모님이 그러는 거예요. 딸이 죽기 3일 전에 꿈을 꿨는데 누군가의 품에 평화롭게 안겨 있는 꿈을 꾸었다는 것입니다. 느낌에 천국에 들어간 느낌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엄마, 아빠 나 걱정하지 말고 나에게 못다 해 준 사랑, 남은 사람들에게 마음껏 해주고 그렇게 해서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는 떠났다는 겁니다. 마지막 눈을 감는데 그렇게 평화로웠다는 겁니다. 엄마와 아빠가 어땠을까요? 떠나는 걸 막을 수 없지만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는 겁니다. 누군가의 정리된 마무리는 남은 자들에게 남은 시간을 살아갈 힘을 줍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남기고 싶은 말들을 남길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마지막 인사, 마지막 선물, 마지막 부탁> 유언장 쓰기 키트를 사시면 그곳에는 유언장을 남기는 방법까지 설명해 주면서 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향린교회와 같은 곳에서는 이런 형식으로 전교인들의 유언장을 받아놓고 그분이 돌아가시면 개봉할 수 있도록 유언장을 모아놓는 함이 있다고 합니다. 유언장을 쓰신 분이 돌아가시면 가족들 입회하에 목회자가 그 유언장을 열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도 만남이 자유로워지면 유언장에 넣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의견들을 모아서 우리 교회식으로 양식을 만들어서 함께 유언장을 작성해 보는 시간도 가져볼까 싶습니다.
이런 유언도 있습니다. 미국 초등학교 교사였던 분이 암투병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남긴 유언입니다. 어떤 이들은 떠난 후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남아있는 이들의 삶을 채워갑니다.
제가 지난 주에 미국에 있었을 때 다녔던 교회 목사님 말씀을 드렸지요. 그냥 함께 했던 분들을 위한 고마움을 담은 말씀들을 장례식장에 오신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로 남기셨어요. 평소에 준비를 해 두셨던 겁니다. 그리고 장례 예배 마지막에 오 해피데이를 불러달라고 하셨답니다. 함께 보시지요.
오 행복한 날, 오 행복한 날 예수께서 나를 새롭게 하신 날
오 행복한 날, 오 행복한 날 예수께서 나를 새롭게 하신 날
그는 나에게 싸우고 기도하고 싸우고 기도하는 법들을 가르쳐 주셨네
매일 매일 기쁘게 살아
예수는 나에게 기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셨네
오 즐거운 날 싸우고 기도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오 행복한 날
인생의 시간들 속에서 치열하게 자신과 싸우고 기도하면서
스스로를 온전히 세워가고 새롭게 만들어가고 그래서
삶을 좀 더 보람되고 즐겁고 행복한 날들로 만들어가고
그것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선의 삶이라고 하는 걸
그분은 이 노래로 남겨주셨습니다.
유언이 길지도 않아요. 화려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누군가 남은 생을 살아가는데 깊은 감동으로 남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줍니다. 유언이 단순한 유언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요한복음에 남기신 이야기는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입니다. 예수님은 말보다는 몸으로 움직이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십니다. 옛날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 봤던 피고름이 나는 천민의 어깨 쭉지를 이렇게 하면 덜 아프다고 하면서 입으로 그 피고름을 짜내는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잘난 사람, 말 잘하는 사람, 돈 많은 사람, 잘나가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도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은 사람들을 부여잡고 껴안고 그들과 함께 삶의 자존감과 존엄함과 경외감을 회복하며 살아가기 위해 애쓴 예수님은 마지막까지도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우리도 남은 생애 이땅을 살아가면서 이런 사랑을 하자고 애틋한 심정으로 제자들의 발을 닦아줍니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은 삶 자체가 유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석가모니는 80세 때 파바라시가에서 제자 춘다의 공양을 받고 열반에 드시면서 제자들이 눈물을 흘리자 다음과 같이 위로했다고 합니다. "울지 마라. 가까운 사람과 언제나 헤어지게 되는 것이 이 세상의 인연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여라.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정진하고 정진하고 정진하여라. 그분의 인생이 담긴 유언입니다.
말씀을 준비하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로써 좋은 유언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화려한 말도, 좋은 형식을 갖춘 유언장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결국 아름다운 유언, 사람을 감동하게 하고 남은 자들에게 평생 힘이 되는 마무리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언의 힘은 말에 있지 않고 삶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힘들어도 싸우고 기도하고 싸우고 기도하면서 세워가는 여러분들의 값진 삶이 곧 유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지금의 삶에 더 영혼을 담을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떠난 후에도 남은 자와 떠난 자를 연결하는 귀한 사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낌없이 남김없이 주고 떠나는 이 계절에 우리의 삶도 영혼도 더 깊어지는 시간되시길 빕니다.
유 언 장
▮ 이 름 : (한자: )
▮ 생년월일 : 년 월 일
▮ 주 소 :
1. 즐겨하는 찬송 : 장, 장, 장
2. 좋아하는 성경 구절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혹,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4.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 교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 비석에 새기고 싶은 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7. 장기 기증을 원하십니까? 예( ) 아니오( )
8. 시신을 어떻게 처리하여 주시기를 바라십니까?
(매장, 화장, 수목장, 의학실험용으로 기증)
►기관 혹은 장소는? _________________________
9. 장례절차 중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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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만약 의식을 잃은 채 기계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해야 할 때, 자녀와 의사들에게
이를 하지 않도록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 )
11. 간단한 약력 (자기소개와 인생의 중요한 사건 3가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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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년 월 일
이 름 : (서명)
▮덧붙이는 말▮
1. 유언장은 여러분이 언제라도 새로운 내용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2. 절대 비밀을 보장하고 여러분의 장례식을 준비할 때에 가족들과 함께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