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금은 손가락마디만한 것들이 대여섯개씩 붙어 있습니다.
그중 시커먼 울금이 하나씩 붙어 있는데 모종이라고 했습니다
썩어서 없어지지 않고 자식들과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모종은 수확물과 섞이면 맛이 없다고 버리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은 껍데기>
올해 울금 농사 100평을 지었습니다.
생강처럼 생긴 종자를 흙속에 심기 때문에 경작은 쉬웠습니다.
수확하는 과정에서 갈무리하고 마름질할 때 많은 사람들의 손길, 발길이 필요했습니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서 버리는 게 아까워 대충 골라냈습니다
울금을 씻느라 물에 담궜는데 모종만 둥둥 떴습니다
아 속은 빈 껍데기구나...
옜다 거름이나 되라고 밭으로 던집니다
뿌듯한 껍데기는 자유를 찾고
생경한 열매는 사람 손으로 갑니다
누군가는 무거운 풍요로 요트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메마른 가벼움으로 둘레 길을 걷는데
행복은 크기가 아닌 횟수라고 했던가요
오늘도 고통으로 신음하고 절망하는 이웃을 돌보시며 애쓰시는
모든 마음, 모든 손길에 가벼움의 자유,
껍데기 속의 풍요를 주소서
특별히 몸이 아픈 교우들을 기억해 주시고
불안한 마음, 회피하고 싶은 걱정 가운데
주님이 계시니 괜찮다, 걱정마라 다정하게 감싸 주소서
이 가을
껍데기는 열매이며
가벼움은 잦은 행복이니
줄어들고 작아지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 곁에서 특별한 사랑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