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민족이라는 오디션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모 방송사에서 했던 오디션 프로의 아류 같아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볼수록 빠져서 보게 되네요.
참가하는 가수들의 노래도 노래지만
심사위원들이 들려주는 말이 압권입니다.
특히 이은미 심사위원은 마치 심판날의 하나님 같습니다.
처음에는 너무하다 생각할 정도로 냉정하게 심사평을 하는데
중간지대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애매하게 돌려 말하지도 않습니다.
저하고는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얄미운 생각까지 들었는데
생각할수록 참가자에게 필요한 말이고
참가자를 위한 말이라는 게 방송의 연출을 감안하더라도
고스란히 저에게 느껴집니다.
물론 심하다고 느낄 정도의 냉철한 평가 속에는
실수와 패배를 감싸주는 따뜻함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습니다.
세상도 이러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삶을 살고 표현하고 정당하고 공정한 평가를 받고,
승리한 자는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존재하고,
패배자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수의 계절 자신이 수확한 열매의 품질이나 양으로 평가 받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수능에는 그 결과로 인해 행/불행이 갈리는
젊은 생명들이 이 세상의 잘못된 평가에 스러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가을 각양각색의 단풍들이 길거리를 수놓듯이
우리 삶도 자신의 색깔로 충만히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크고 예쁘고 양이 많아도
결국은 다 떨어진다는 진리를 잊지 말고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노동의 척박한 땅에 충만히 존재하시고
자신의 몸을 거름으로 내어주신
전태일 열사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