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열매 로마서 8장 35-39절
사도바울 선생님은 예수의 길을 가면서 쉽지 않은 길을 만납니다. 그 시대 여성 지도력을 세우고, 노예를 친구로 대하고, 계급을 없애고, 낯선 외국인들안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보면서 공동체 운동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돌에 맞아 죽을 뻔하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동네에서 쫒겨나기도 하고, 배고픔과 추위에 내 몰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도바울 선생님은 우리 안에 이루신 그분의 사랑의 힘이, 공동체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힘이 이 모든 어려움을 능히 이기고도 남는다고 고백합니다. 그 은총과 사랑에 감사할 수 있기에 나는 지금도 여전히 고난과 핍박과 환란이 나를 기다려도 당당히 이 길 위에 서 있노라 고백합니다.
추수감사절기를 지키는 이 시절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코로나로 인하여 고통당하고 있고 일터를 빼앗기고 있고 택배 노동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산황산과 지리산, 지구 환경을 지키려 애쓰고 노력하는 이들은 호시탐탐 자본과 권력의 탄압과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소수자들은 가장 보호받아야할 종교로부터 오히려 냉대와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강제 철거되고 해고되고 아무런 보호 장치 없는 곳에서 유리를 닦다가 떨어지고 숨져가는 힘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 시절에 우리는 감사절기를 지킵니다.
우리의 감사가 추운 시절을 따뜻하게 보듬어가는 사랑이길 소망합니다. 불의하고 불평등한 세상에 정의와 평등을 세워가는 힘찬 결단이길 소망합니다. 폭력과 욕망으로 무너져가는 이 현실속에서 우리의 감사가 작고 소박한 삶의 진실들을 깨워가고 살려가는 희망이길 기도합니다.
마종기님은 <겨울기도>라는 시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일상의 작은 감사와 고마움이 연대와 사랑으로 이어져 저마다에게 주어진 일상의 거룩한 신비가 모두의 신비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귀한 절기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