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 청소기가 고장 나서
당근마켓을 둘러보면서 하나 살까 했습니다.
무엇하나 짐이 늘면 치울 것도 늘고
자리도 차지해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쓰레받기와 빗자루로 쓸며 앉아서 걸레질을 했습니다.
부엌 한쪽 구석을 청소하려고 물건을 치우는데
무언가 후다닥 도망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꼭 투명한 먼지 같아 보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0.1 그램도 안돼 보이는
애기 거미였습니다.
아니 애기인지 원래 그 정도의 어른 거미인지 알 수 없지만
깜짝 놀라 어디론가 대피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거미줄을 건드리지는 않았는지 살피다
대충 쓸고 원래대로 두었습니다.
대장동에 살 때 식물을 연구하던 엄마 말로는
거미는 엄청 깨끗하다고 합니다.
자기가 만든 거미줄에
먼지나 낙엽, 온갖 것들이 달라붙기 때문에
그때그때 청소를 해준다고 합니다.
아무튼 청소기로 휘잉 빨아들였으면
청소기 필터에서 죽거나
쓰레기가 되어 어디론가 갔을 그 하얀색 애기 거미가
월세도 안 내고 허락도 없이 살고 있지만
눈에 안 보이는 0.1g의 무게로 살아가는 생명들,
0.1mm 크기로 온갖 위험을 이겨내며
사는 생명들을 보여주신 날은
하나님을 만난 날임을 고백합니다.
저와 500배 차이가 나는 생명으로
집안 어디선가 공포와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눈코입도 보이지 않는 생명까지
일구시고 돌보는 하나님의 행하심을 생각하니
더럽고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지구 생물 중 90% 이상이 절지동물이라고 합니다.
집안에 개미가 있으면 바퀴벌레가 없고
거미가 있으면 해충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죽어 없어질 것들이지만
인간의 눈과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그 생명들이 살아가는 이유,
존재하는 힘을 올 한해도 깨닫게 해주시고
우리 동녘 교우들 세포 하나하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가꿀 수 있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끝으로 투병 중이신 김경기 집사님 가족에게
특별히 우리 주님 자비와 축복을 내려 주시고
돌봐주시길 간곡히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