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산하(山河)는 푸르다
산속의 녹음뿐만이 아니라 생장하는 들판의 곡식들이며
흰구름을 거느린 하늘도 푸르고 넘실대는 바다와 졸졸거리는 도랑물 마저도 푸르다
오늘은 그 푸르름 속으로 몸과 마음을 훌쩍 던져본다
여명(黎明)
들판의 외로운 외딴집은
봄 모내기철에는 물 한가운데에 섬처럼 떠있는 신비로운 집이 된다
내경리에서 70번 도로에 올라서서 선우대교를 건넜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약간 긴 억덕길을 넘어 신봉리 신호등을 지나면
그리 높지 않은 '부엉산'이 나타나는데 이 산의 일부가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내륙을 혈관처럼 잇는 부여와 경기도 포승간 고속도로가 건설 중인 것이다
오목 사거리 신호등에 닿기 전 도로변에 잠시 멈춰서서 일출을 맞이 하고!
곁들여 영인산 전경(全景)도 담아 본다
오목 사거리에서 왼쪽 길로 방향을 바꿔 가덕리 내리막을 타고 곡교천에 접근하던 중
다시 한 번 됫뫼산(72.5m) 자락으로 떠 오른 일출을 무념 무상의 상태로 지켜 본다
곡교천을 가로지른 강청교를 건느고 주막거리를 돌아 강청마을로 들어섰다
늘 그렇듯 마을은 고요속에 적막함을 드러내며 평화스런 아침을 맞고 있다
약 1km 쯤의 마을 안길에 위치한 개울가 정자에 자전거를 안치해 놓고 산길로 들어 간다
상투봉과 닫자봉 사이로 흐르는 후미진 계곡을 더듬어 오르는 길옆에는
'가시오가피'를 재배하는 밭들이 꽤 넓게 자리잡고 있다
가뭄으로 물소리가 잦아 든 계곡은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 비교적 고즈넉한 편이다
이 골짜기를 여러번 오르내렸는데도 아직 마주치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고!
길지 않은 골짜기를 단숨에 치고 오르면 바닥을 드러낸 사방댐이 초췌한 몰골로 주저 앉아 있다
왼쪽은 닫자봉, 오른쪽은 상투봉으로 이어지는 다리 옆에는
연못쉼터로 직등하는 오솔길이 골짜기를 따라 살짝 드러나 있다
미국 자리공
상투봉 가는 길
상투봉 계단 100여m 직전에서 사면(斜面)으로 붙어 조심스레 트레버스 하면
상투봉의 끝자락인 전망 바위 밑에 닿게 된다
일반인들은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희미하기는 하지만
암벽을 돌아 상투봉으로 오를 수 있는 루트여서 난 자주 이 숨은 길을 이용하는 편이다
솔방울
이 곳에 닿게 되면 남쪽으로 펼쳐진 넓은 들녁과 곡교천,
그리고 온양 시가지와 도고산 등의 조망이 훌륭하게 펼쳐진다
바위 틈새에 터를 잡은 소나무
풍성하지 못한 마딘 삶을 살아 가게 될 것이라는 쓸데없는 염려도 해보고!
고압선 아래로 마을과 들판, 곡교천이 흐르며 전형적인 농촌의 풍광이 펼쳐졌다
그리고 도고산(381.8m)이 감싸듯 다가 서 있고!
조금 멀리에서는 봉수산(534.4m)도 팔을 두르고 있다
온양 시내 방향
전망 바위로 올라서서 조망을 살폈지만 방금 본 경치들과 별로 다를바 없고
온양 시가지쪽은 안개같은 운무가 잔뜩 끼어 형체가 불투명 하니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
영인산 상투봉의 명품송
갈잎
말잔등 같은 닫자봉 능선 뒤로 영인산 삼형제봉(신선, 깃대, 연화봉)이 헌걸차다
멀리서 보면 남자의 상투를 닮았다는 상투봉이 찬연한 아침빛을 받으며 싱그러워졌다
다람쥐의 먹이인 도토리를 키워 내고 있는 갈잎나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침대바위는 솔꺼럭이 내려앉아 있고
그늘도 드리워 있지 않아 나도 그냥 패스한다 ㅎ
상투봉 정상
서너명의 아녀자가 정상석을 끼고 앉아 강냉이를 뜯고 있었는데
저 아줌씨들 다 먹고 난 옥수수 자루를 과연 배낭에 고이 넣어 갈까~?
다시 온양 시내를 내려다 보지만
바람의 능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지 안개구름은 요지부동이다
수목원을 바라보며 차분히 계단을 내려 선다
나뭇가지 사이로 닫자봉의 잘생긴 얼굴을 들여다 보고!
포토 죤
팥배나무 열매가 시나브로 영글어 가고 있다
아쉬운 눈으로 온양 시내를 또 들여다 보며 수목원으로 내려섰다
엉겅퀴
쉬땅 나무
메타스퀘이아
늦잠꾸러기 수련은 아직 주무시는 중이라 접근하지 않았다
산수국
끝물이라 볼품이 없었고!
자엽 안개 나무
왕골?
요즘 새로 지어놓은 미니 정자에 앉아 간식꺼리로 간단하게 아침요기를 했다
그리고는 수목원의 여름 꽃들을 대충 섭렵해 본다
창포
남천
등나무꽃
모감주 나무
모감주 나무의 낙화(落花)
줄기와 잎은 시금치와 비슷한데 도대체가 이름을 알 수 없네!
장미원으로 가는 길에서는 작은 부채를 편것 같은 자귀나무와 조우했고!
노랑범부채
금년봄에 조성한 장미원은
아직 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죽은 나무들을 수시로 교체하고 있었다
선인장 등 열대식물로 꾸며진 온실 식물원은 기계 고장으로 문이 닫혔고
문주란 등 화분에 담겼던 꽃들도 올해는 내놓지 않았다
나무꽃인 칠자화도 아직 피지 않았으나
노각 나무만은 그 하얀 미소를 담은채 자지러지고 있었다
산림관리소 앞을 지나간다
스토케시아
연못 쉼터를 지나 '좀작살나무꽃'을 보러 복원지구로 올라섰다
미국 미역취
일월비비추
서양 능소화
붉은 아카시 동산을 들려서 닫자봉으로 들어왔다
평상에 젊은이 두명이 음식을 먹다 멀뚱하게 쳐다보는 걸 무시하고
정상석 사진만 얼른 찍고 돌아섰다
닫자봉의 난코스 중 하나인 내리막 암릉길
오늘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삼형제봉
예술송
신선봉과 닫자봉 사이의 또 다른 골짜기를 막은 사방댐으로 내려와
내가 즐겨 찍는 반영 사진을 담아 본다
재작년에 이 곳에서 바위에 미끄러져 고꾸라졌던 쓰라린 기억이 있어
발걸음을 조심해 가며 사방댐 안으로 들어가
몇장의 사진을 담긴 했으나 별로 맘에 드는 사진이 없으니 으쩌나~!
이끼
산딸기
강청 가든 뒷길로 내려서고 있다
요즘 밴드에 나비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 있어 나비 이름을 배우고 있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꽃들과는 달리 나비는
가까이 접근하려면 팔랑거리고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여하간에 새로운 흥미꺼리가 생겨 즐거운 일이 됐다
범부전나비
꼬리가 있어 머리와 꼬리 구분이 어렵기도 하다
멍석딸기를 찍었는데 모기란 놈도 출연을 해줬네! ㅎㅎ
강청골 식당의 소나무
이 곳으로 산행을 잡을 때는 식당 뒷켠에 자전거를 세웠었으나
오늘은 여기서 500m쯤 아래 마을정자를 빌렸기에
식당 주인에게 인사만 하고 얼른 자리를 비켜 나왔다
독말풀
길가에 양봉을 하는 집이 있어 아카시 꿀(50,000원) 한병을 구입했고
담장에 이상 야릇한 열매가 달려있어 물어봤더니 '서양 모과'란다
꿀을 넣어 청(晴)을 담으면 향과 맛이 기가 막히다네!
집을 에워싼 벌통에 벌들이 분주히 들락거리고 있다
자전거를 회수하여 마을 어귀로 내려와 초라하게 방치 되다시피 서 있는 진청암을 카메라에 담고
게바위(蟹巖)를 거쳐 현대자동차 공장앞을 일사천리로 지났다
삽교호 둑방길로 들어서기 전 외면하고 지나다니는 찻집을 오늘도 그냥 지나쳤다
왠지 목노주점과는 달리 카페는 늘 서먹한 장소이다
제방길에 올라서 보니 아산만 바다가 만조를 이루었고
제방밑 빈 자리에는 바닷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들판을 터전으로 삼는 새들도 있으나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은
물이 빠져 나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집에서 영인산 입구(강청리) 까지 17.49Km에 1시간 7분(평속 16.8km)
영인산 반 바퀴 4.92km에 2시간 42분(평속 2km)
강청리에서 집까지 25.8km에 1시간 19분(평속 20.5km)이 소요되었다
녹음속에 풍덩 빠졌다 나온 6월의 마지막 주말은 늘 그렇듯 행복했다